뉴스

지친 워킹맘과 아이의 정서장애

베이비트리 2013. 07. 03
조회수 5791 추천수 0

허찬희 정신건강

2010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국제정신치료학회에서 ‘한국에서 성폭력 범죄자의 정신치료 경험’을 발표한 적이 있다. 성범죄자들의 경우 어린 시절 어머니의 정서적 부재가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있지만 정서적으로 의지할 대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남편을 대신해서 가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처지에 있거나, 어머니의 관심사가 자녀 양육 외에 다른 곳에 집중돼 자녀들을 보살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포유동물의 경우 젖을 먹이면서 보살펴야 할 시기에 어미가 없다는 것은 새끼에게는 ‘죽음’과 같은 것이다. 죽음에 견줄 만큼 그 상처가 치명적이니 나중에 심각한 정신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일찍이 영국에서는 전문가들을 동원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 5살 이하의 어린이가 병에 걸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면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입원해야 한다는 법률을 만들었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임신한 근로자들이 석달의 출산 휴가에 이어 곧바로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되는 ‘자동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육아휴직을 쓴 뒤에 다시 추가로 1년 동안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적절한 조처다. 특히 전문 분야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승진에서 불리할 것을 우려해 육아휴직도 하지 않는 전문직 종사 여성들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어머니가 교사로 일하면 자녀들이 종종 친밀한 대인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봤다. 친구 사귀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찾아온 한 남자 대학생은 어린 시절 가장 슬펐던 경험을 털어놨다. 하루 종일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학교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으려고 할 때, ‘엄마가 힘드니까 내려가라’고 짜증을 낼 때였다. 정작 어머니는 가까이 갈 수 없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선생님’으로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모습이 고상한 여인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고 했다. 어머니와 올바른 관계가 아니라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확 달려가서 와락 껴안지 못하고, 어머니의 심기가 어떤지 눈치를 보다가 서먹서먹한 표정으로 다가서야 한다. 이는 애착관계 형성의 장애로 작용해 지속적으로 친밀한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 수 있다.

어머니의 부재뿐만 아니라 함께 있더라도 어머니가 삶에 지치고 힘들어 아이가 다가갈 수 없는 상황이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어머니의 삶에 아이가 귀찮은 존재로 느껴져서는 안 된다. 육아기에 어머니의 관심이 다른 곳에 집중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외가나 조부모가 있는 큰집에 보내 키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여성들에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찬희 하나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

    양선아 | 2019. 04. 26

    [뉴스AS] 정부 ‘기초학력 보장 강화’ 정책지난해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결과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면서 기초학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과거 일제고사 형태로 성취도 평가를 할 때 초등학생들이 시...

  • 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

    양선아 | 2019. 03. 28

    국내 초·중·고등학생들의 키 성장세는 주춤한 반면 몸무게는 늘어 비만율이 높아지는 ‘적신호’가 켜졌다. 중·고등학생 다섯명 중 한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가 하면,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답한 고등학생이 무려 80.54%에 이르는 등...

  • 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

    베이비트리 | 2019. 03. 27

    ‘1월 인구동향’ 1월 출생아수 3만3백명 기록2015년 4만1900명 뒤 해마다 역대 최저치인구 1천명당 출생아 6.9명으로 7명대 져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 발표 예정에 이어관계부처·연구기관 ‘태스크포스’ 구성하기로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

    베이비트리 | 2019. 03. 25

    아이 아빠가 2~3살 아이들에게 자꾸 스마트폰을 보여줘요Q. 3살과 2살 연년생 남매를 둔 가정주부입니다. 남편과 양육관이 달라 고민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문제로 다툴 때가 많습니다. 남편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하면 주로 스마트폰을 보여줍니...

  • 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

    양선아 | 2019. 03. 20

    동반사퇴 제안했다가 철회하고 단독출마 ‘유아교육법 시행령 반대’ 등 강성 기조 개학연기 투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한유총의 차기 이사장 선거에 ‘이덕선 현 이사장의 후예’로 꼽히는 김동렬 수석부이사장이 단독 출마하기로 했...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