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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 대디’는 아이가 아프면 출근하지 않는다

베이비트리 2014. 10. 30
조회수 5211 추천수 0
141458041112_20141030.JPG » 엄마와 똑같이 육아휴직을 한다. 노동시간 감축 청구권까지 행사한다. 아이가 아플 때는 이메일을 보내면 병가를 쓸 수 있다. 이런 ‘스칸디 대디’는 모성과 부성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스웨덴 사회의 산물이다. 휴가를 내고 아픈 아들을 돌보고 있는 안드레아스 나르쿤. 사진 진명선 기자

회사에 간단히 이메일만…1주일까지는 진단서 없이 휴가 사용
급여 줄면 국가가 보험으로…눈치 주는 상사는 회사 그만둬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집에서 만난 안드레아스 나쿤(35)은 오전에만 일 하고 일찍 퇴근했다고 했다. 전날에는 아예 출근하지 않았다. 아들(3)이 아파서다. 아이가 웬만큼 아파도 어린이집에 보내는 한국의 맞벌이 부모와 달리 ‘스칸디 대디’(북유럽 아빠)는 아픈 아이 곁을 지킬 수 있다. “아이가 아프니까 당연히 집에 와야죠. 우리 회사도 그렇지만 스웨덴에서는 전반적으로 ‘아이가 아프다’면 받아주는 분위기거든요.”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는 회사 담당자에게 간단히 이메일을 쓰면 된다. 1주일까지는 진단서 없이 휴가를 쓸 수 있다. 1주일 이상 아프면 진단서를 내고 휴가를 연장할 수 있다. 주 40시간 노동을 못해 삭감되는 급여는 국가가 보험으로 지급한다.
결근과 조퇴를 했지만 나쿤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은 없다. “물론 눈치를 줄 수 있죠. 스웨덴에도 그런 회사가 없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 회사는 아이가 아플 때 시간을 쓰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있어요. 만약 상사가 눈치를 주면, 그건 그 상사가 회사를 그만둬야 할 사유가 됩니다.”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중심이다. 기업은 직원들의 엄마·아빠로서의 정체성을 존중한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페리에 이바르시오(40)는 “회의를 하다가도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데리러간다면 양해해주는 게 스웨덴의 문화”라고 했다. 4월에 찾은 이 회사에서는 오후 4시께인데도 퇴근을 서두르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든, 8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든 8시간을 지키면 된다”고 했다.

나쿤은 전형적 스칸디 대디다. 인터뷰 중에도 아들의 장난을 받아주고 눈을 맞추는 등 ‘상호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능숙하게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나쿤은 ‘육아 내공’이 아빠휴직을 통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아내가 8개월간 엄마휴직을 쓰고, 그 뒤로 6개월간 제가 휴직했어요. 내가 아이를 완전히 책임진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였어요. 아이가 운다고 아내가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내를, 엄마로서의 여자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죠.”

스웨덴에서는 부모가 도합 16개월(480일)까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이 중 60일은 반드시 아빠가 써야 한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지 않으면 휴직기간은 14개월(420일)로 줄어든다. 그래서 아빠들의 휴직이 보편적이다. “비슷한 시기에 아빠휴직을 한 친구들이 있었어요. 3명이 모여 티타임도 하고, 정말 재밌었어요.” 바퀴가 크고 튼튼해 야외활동에 적합한 유모차가 북유럽에서 쓰이게 된 것 역시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스칸디 대디의 다른 ‘무기’는 휴가다. 한 해 5~6주를 쓸 수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는 대개 휴가를 방학에 맞춘다. 이바르시오는 “지난해 2주간 자동차로 유럽 여행을 했다. 아이들은 장기간 휴가를 갈 때 가장 행복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의 일반적 휴가 기간인 1주일은 맞벌이 부모의 피로를 풀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아이들과 애착을 쌓고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장으로 승진해도 저녁 준비 
대신 아침 일찍 출근 ‘초과 근로’ 
‘일·가정 양립’ 롤 모델 스웨덴 
고용률도 유럽 최고 79.8%

이바르시오는 지난해 부장으로 승진했지만 여전히 퇴근 뒤 저녁식사를 손수 준비해 아내, 아이들과 함께 먹는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저녁식사만은 꼭 같이 하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공유할 게 없잖아요. 저녁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주일에 두 번은 실내하키 코치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그 친구들을 가르친다. 간부가 된 뒤로도 아빠로서의 ‘임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과장 아빠’, ‘부장 아빠’는 꿈꾸기 어려운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위로 올라갈수록 월급이 많아지고 일도 많아져요. 승진 뒤로는 매일 1시간 일찍 출근해 초과근로를 해요.” 그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점심 1시간 제외) 일한다.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근무시간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 실제로 언제 출근하는지와는 무관하게 ‘9시’를 출근시간으로 간주하는 한국에 견줘 회사에서 단 한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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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줄일 수 있는 권리가 엄마뿐 아니라 아빠에게 주어지는 것도 스칸디 대디가 아빠휴직 이후에도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비결이다. 나쿤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할 기간이 필요했다. 휴직에서 복귀한 뒤에도 반년 정도는 85%(6.8시간)만 일했다. 얼마전까지는 90%(7.2시간)만 일하다 최근에 100% 8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일·가정 양립’의 롤모델로 꼽히는 스웨덴은 노동시간 감축 청구권 제도에서도 한발 앞서 있다. 독일이 40시간, 30시간, 20시간 등 통상 10시간 단위로 감축이 가능한 것과 달리 스웨덴은 75~100%까지 분 단위 감축이 가능하다.

“아내는 오전에 아들을 데려다주고 늦게 출근하기 때문에 오후 5~6시에 퇴근해요. 오후에 제가 아들을 데리고 와서 저녁식사를 준비하죠.” 한국이라면 부모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말까 한 저녁 8시에 나쿤의 아들은 잠자리에 든다. 아빠·엄마와 저녁을 먹고, 목욕하고, 동화책까지 읽고도 초저녁이다.

스웨덴의 ‘대표 브랜드’가 된 스칸디 대디는 사회적 산물이다. 아이 키우는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와 문화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연한 ‘시간 문화’는 임신·출산·육아뿐만 아니라 자기계발과 노부모 부양 등 다양한 개인적 필요와 직장생활을 조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난 5월 유럽연합(EU) 조사를 보면, 스웨덴의 고용률은 79.8%로 유럽 평균(68.3%)보다 10%포인트 높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웨덴이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높은 고용률을 자랑하는 것 역시 일과 개인생활을 조화시키도록 보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스톡홀름/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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