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영유아 공포 대상 '열'은 무조건 ‘나쁜 놈’?

김도균 201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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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응급실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어린이 환자는 열 때문에 오는 환자이다. 국내 통계로도 이미 나와있는데, 특히 2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열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

흔한 현상과 상황에 대해 ‘공포(phobia)’라는 단어를 붙여 말하는 경우가 있다. 소아과 영역에서도 ‘열에 대한 공포(fever phobia)’라는 단어가 엄연히 존재한다. 1980년 대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슈미트(Schmitt)라는 분이 처음 제안한 단어인데 솔직히 의사들이나 아이를 돌보는 부모들 사이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공포이다. 열에 대한 공포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에 우리 인간이 무방비하게 당할 수 밖에 없던 과거의 아픈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보다 생활 환경 수준이나 의료 수준이 열악했던 시절, 특히 심각한 뇌수막염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다 귀도 멀고 뇌손상도 입는 등 심한 후유증을 겪었던 기억이 우리에게 열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어 적극적으로 접종되고 있고, 의료 수준의 향상과 항생제 사용 등으로 심각한 세균 감염의 발생율도 줄고 치료 실패율 또한 많이 줄어들었다. 결국 요즘 소아 발열의 많은 원인은 3-4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바이러스 질환에 의한 것이다. 오히려 이제 선진국에서는 지나친 열에 대한 공포와 잘못된 해열제 사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미국 소아과학회 잡지 ‘pediatrics’ 3월호 종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열은 반드시 떨어뜨려야 할 ‘나쁜 놈’이 아니라는 거다. 열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열이 올라가는 건 밖에서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생리적인 방어 기전이 작용하는 것이다. 백혈구나 면역 세포들이 적당히 체온이 상승한 환경에서 더욱 활발한 항균 작용을 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알려져 있다. 39 ℃를 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잘 관찰하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 다만 아이를 쳐지게 하는 열, 열로 인해 잘 먹지 못할 정도인 경우, 두통이나 오한이 심해서 힘들어 하는 열, 의식이 떨어지거나 경련을 동반하는 열은 해열제 등으로 적극적인 해결을 해 줘야 한다.

2008년도에 시행한 응급실 방문 소아 환자 보호자 대상의 설문 조사에 의하면 상당수의 보호자들이 열에 대한 공포로 인해 부적절한 대처를 보이고 있었다. 잘 자고 있는 아이를 열이 난다고 깨워서 해열제를 먹인다던가, 해열제 두 종류를 1시간 간격으로 먹이는 경우 혹은 해열제 복용 후 1시간 지나서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응급실로 간다는 등의 대답이 그것이었다.

열은 치료해야 할 대상이나 목표가 아니라 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열에 대한 공포로 ‘해열’에만 지나친 관심을 갖기보다는 아이 상태를 잘 살피면서 열 나는 원인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지금 우리 부모님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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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서울대학교 의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과정 수련을 마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취득 후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 내 소아전문소생술 위원회 간사 및 소아전문소생술 교육 교수로 활동 중이며, 소아 응급 환자의 적절한 진료와 소아응급의료 체계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소아응급연구회의 창립 회원이자 현재 대외협력간사로 활동 중이다.
이메일 : birdbea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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