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언어발달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은 무엇일까요?

이정희 2012.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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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608818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세계적인 공통현상으로 미디어의 범람은 유아 발달의 전체 영역에 경고등을 밝히게 되었고,  그 중에서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지속적으로 비상등을 켜놓은 상태입니다.

현대 아동의 25% 이상이 언어발달에 문제를 보이고 있으며, 초등 저학년의 경우 언어발달의 지체 현상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독일의 청소년-소아과 의사, 교육학자, 치료사들의 진단입니다. 특히 만 3-4세 유아들의 20%가 언어치료를 필요로 하지만, 뚜렷한 의학적 이유 없이 언어발달의 지체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2년 독일 마인츠 대학교 부설 의사소통 장애 병원 통계) 하이네만 교수는 가정에 그 이유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집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정성들여 책을 읽어주는 것이 소홀해지고 있으며, 어른들이 너무 적게 말을 하고, 전체적으로 “침묵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영유아기의 언어발달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은 어떤 것일까요?

영유아에게 모국어 습득의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아이 주변에 직접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적으로 따뜻한 관계 형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린 아이의 언어습득은 온전히 모방의 원리로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컴퓨터 등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언어적 환경이 될 수 없습니다. 아이는 그런 종류의 기계음과 내적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나오는 말은 아이에게 소음으로 들릴 뿐입니다. 예를 들어 말을 배우는 시기, 생후 1-2년 사이에 어른이 바쁘다고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통해 유아용 프로그램을 자주 보여주거나, 또는 녹음기를 통해 동화구연을 자주 들려주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유사자폐증을 보여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이 주변에 좋은 언어적 본보기가 주어져야 합니다. 어른의 말씨는 부드러워야 하고, 말의 흐름은 천천히, 또박또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아이에게 소위 “베이비 언어”는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쮸쭈, 찌찌, 맘마, 까까, 멍멍이, 빵빵 등)

셋째, 아이가 말이나 발음을 틀린다고 자주 고쳐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심리적으로 아이는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차라리 틀린 부분을 가끔씩 바로잡아 반복하여 말하면, 아이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듣게 됩니다.

넷째, 아이들에게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언어와 움직임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뇌의 구조에서도 이 두 부분은 밀착해 있기 때문에, 언어치료 하나에만 머물지 말고 오히려 아이에게 많이 움직이게 하며, 곁들여 동작치료를 하는 경우 더 효과적입니다.

다섯째, 아이 주변에서 불필요한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합니다. 집에서 항상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켜 놓는 것은 언어발달에 해롭습니다. 또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식사 중 배경음악을 틀어놓는 것이나, 아이와 함께 자동차를 타는 경우 어른 입장에서 라디오를 켜고 운전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가 늘 기계음의 말이나 음악 소리에 노출되면, 아이는 상대방의 말을 집중하여 듣지 않는 버릇을 가지게 됩니다.

여섯째, 아이가 어떤 말을 할 때, 어른이 바빠도 늘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합니다. 상호작용이 가능할 때, 아이는 말하기를 즐기며 더 말하고 싶어 합니다.

 

 


Q. 저희 아들은 만 3,5세입니다. 말 시작이 조금 늦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조잘거립니다. 매번 반응하기에도 성가십니다.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정상인가요?


A. 아이는 말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마치 영아가 옹알이를 하는 시기에 누군가 대꾸해주면 더 크게 하거나, 심지어 자기 목소리를 들으면서 스스로 반응하여 소리를 더 높이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현재 아이는 말하는 연습을 적극적으로 하며, 자신이 하는 말을 들으며 다시 혼자 말을 하는 상황입니다. 엄마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이 아니면, 매번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는 엄마 일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존재를 느끼면서 안심하고 계속 말하며 놀이를 하겠지요. 


Q. 저는 직장맘이라 저녁에 자주 늦게 귀가합니다. 아이가 최근 세 돌이 지났습니다. 잠자리 동화를 자주 들려주지 못하여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를 엄마 목소리로 녹음해서라도 들려주고 싶은데 도움이 될까요?


A. 엄마가 상황이 안 될 때는 대신 누군가 아이를 재우는 일을 맡아서 하시겠군요. 그러면 차라리 그분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계를 통한 엄마 목소리는 사실상 언어발달이나 정서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아빠나 할머니가 들려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이의 내면에는 누구의 목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해주는 사람의 따스한 분위기를 호흡하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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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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