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리듬과 운율이 있는 아이중심의 말을 하자

김영훈 2011. 12. 26
조회수 9082 추천수 0

갓난아기들이 성인도 구별이 간단하지 않은 /pa/소리와 /ba/소리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일본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의하면 'fly'와 'fry'에서 /l/소리와 /r/소리를 구별할 수 있었는데 일본 성인은 이들 소리의 구별하지 못하였다.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를 구별하며 생후 1주일에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더 좋아하게 된다. 곧 이어 다른 남자들의 목소리보다 아빠의 목소리를 더 좋아한다. 


연구에 의하면 4개월 된 아이는 모든 언어의 모든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아기에게 이러한 수용언어의 급격한 발달은 인지발달의 기초 체력이 되기도 한다. 부모는 이 시기에 아기와 시선을 맞추고 아기를 인격체로 인정하는 따뜻한 말 걸기를 통하여 아기의 언어 발달을 도와야 한다.


20111226_01.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언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24개월 이전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갓난아기가 말을 배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와의 상호작용이다. 의사소통은 아기와 엄마 간에 얼굴 표정, 몸의 움직임, 소리의 강약을 통하여 생각을 주고받고 이를 통하여 아기는 언어를 배워나간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일방적인 것 같지만 아기는 금방 모방하여 반응하기 시작한다. 아기의 언어기반은 출생 후 몇 주 이내에 형성된다. 아기가 자신의 소리와 행동으로 요구하고 표현할 때 엄마는 마치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엄마는 아기의 무의미한 소리에 맞추어서 이야기 하고, 아기의 소리를 해석하고, 아기가 행하고 있는 것과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집중하여야 한다.


둘째, 옹알이 놀이를 하자.

아기는 옹알이를 시작하면 부모는 옹알이 놀이부터 시작하자. 아기가 옹알이를 하면 귀담아 들으라. 옹알거리다가 그칠 때마다 아기에게 다시 말을 걸어라. 아기가 똑같은 소리를 계속해서 하는 것 같으면 아기에게 그 소리를 되풀이 해 주어라. 아기의 말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음소와 음절, 음절끼리의 결합을 올바로 해주어 아기가 음을 배우게 하여야 한다. 그러면 아기는 곧 그 음절을 되받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디디’, ‘두두’라고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은 아닐지라도 아기에게 음성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셋째, 말을 걸고 그림책을 읽어주자.

아기에게 이야기를 하고 책을 읽어주면 언어 발달뿐만 아니라 자기존중 및 사회성발달이 강화된다. 부모와의 비언어적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서 아기는 자기가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자존감이 생긴다. 신생아 때부터 엄마는 아기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아침에 아기를 볼 때, 기저귀를 갈아줄 때, 젖을 먹일 때, 잠자리에 누일 때 아기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또한 신생아는 배가 고프거나 아플 때 울음으로 의사를 표시하는데 아기의 이러한 의사전달 노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반응해 주어야 한다. 조금 과장되게 표정을 짓거나 리듬이 있게 말을 걸면 아기는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말을 걸면서 이름붙이기 놀이도 해보자. 아기가 3개월이 되기 전에 시작하는 놀이로서 아기들의 주의를 끌만한 사물이나 사람, 행동에서 시작하여 점점 복잡한 것, 곧 전치사, 형용사, 부사, 대명사 등으로 이름을 붙여 나가며 말을 거는 것이다.


넷째, 아이중심의 말을 하라.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아기들은 단조로운 톤이나 성인중심의 말보다는 톤이 높고 가락이 있는 아이중심의 말을 더 잘 알아듣고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엄마의 높고 가락이 있는 목소리를 아기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언어교육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이 아기들에게 언어를 가르칠 때 유아 언어보다는 문법구조가 있고 어휘가 풍부한 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아기들이 좋아하고 집중하는 말이 성인중심의 말보다는 아이중심의 말이라는 결과를 보면 꼭 아기들에게 문법구조가 있고 어휘가 풍부한 성인중심의 말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언어교육이라는 것도 효과적인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성인중심의 언어를 들어온 아이들의 지능 발달이나 학습 성취도가 더 낮다는 보고가 있는 것을 보면 아이가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어의 경우 영어나 중국어 등에 비하여 고저장단이나 음폭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음이 낮고 단조롭다. 아기들은 리듬이나 운율을 가진 말을 좋아한다. 이러한 한국어의 제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다면 기회가 닿는 대로 아이중심으로 말하자. 그러면 아빠도 아기에게 아이중심의 말을 사용하여야 할까? 연구자들은 아빠도 단조로운 성인중심의 말보다는 엄마처럼 톤이 높고 가락이 있는 아이중심의 말을 해야 아기의 인지발달 및 학습능력에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섯째, 스포츠 중계처럼 실감나게 이야기하자.

말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두뇌계발 DVD나 비디오 앞에 아이를 앉혀 놓는 부모는 실제로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제프리 브로스코 교수는 12~25개월 유아 9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만 두뇌발달용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DVD를 2주마다 다섯 번씩 6주 동안 보게 하고 매주 DVD에 나오는 단어로 테스트를 했다. 연구 결과 두뇌계발 DVD를 본다고 언어가 특별히 발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DVD를 일찍 보기 시작한 아이일수록 언어발달이 느렸다. DVD나 비디오는 일방적인 지식전달은 가능하더라도 상호작용과 스스로 체험을 통한 두뇌발달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이 시기의 아이에게는 가장 중요한 학습도구이다.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쳐다보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스포츠중계처럼 실감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여섯째, 숫자를 자주 이야기해주어라.

부모가 아이에게 24개월 전후로 대화하듯이 숫자를 가르치면 아이가 나중에 수를 더 빨리 익혀 나중에 수학을 더 잘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수잔 레빈 교수는 다양한 계층과 인종의 생후 14~30개월 아기 44명에게 가족이 숫자에 대해서 얼마나 얘기하는지를 기록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에게 종이에 그려진 정사각형과 숫자를 연결하는 테스트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가족에게 많은 숫자를 들은 아이는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응답했으며 수학을 더 잘 이해했다. 어렸을 때 숫자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들었느냐에 따라서 학교에 들어간 후 수학지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부모는 일찍부터 아이에게 숫자를 자주 이야기하자.


일곱째, 구체물을 이용하라.

아이는 일반적으로 셋까지는 잘 세는데 유독 ‘4’라는 숫자부터 막히는 경우가 많다. 엘리자베스 건더슨의 연구에 의하면 아이가 셋까지만 잘 세고 넷 이상의 숫자를 세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이 3까지는 숫자로 인식하지 않지만 4부터는 숫자로 인식을 하기 때문이다. 3까지는 세지 않고도 따라할 수 있지만 4 이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숫자를 계산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의 수학발달을 위해서는 4부터 10까지의 숫자를 많이 말하고 관련된 사물을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 사과가 다섯 개 있어”처럼 눈에 보이는 구체물을 이용해 4 이상 숫자를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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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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