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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놀며 배우는 3~4살, `어록'은 필수품

양선아 2013. 06. 17
조회수 1855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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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 말·말·말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신비롭다. 아이들의 언어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즐겨보자. 어록을 만들면 육아의 기쁨도 두 배!


위인이나 유명한 사람만 ‘어록’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말문이 트이면서 자신만의‘어록’을 남긴다. 형민 엄마와 해람 엄마는 오늘도 형민이와 해람이의 말에 웃고 울고 ‘아’ 하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아이들의 ‘어록’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시기가 있으니 바로 3~4살 때다. 이 때의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해 폭소를 터트리게 만든다. 가끔 어떤 부모는 ‘우리 아이가 천재 아닐까’ ‘우리 아이는 시인이 되려나’ 하는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3~4살 시기에 ‘어록’이 쏟아질까?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첫 시기는 12개월 즈음이다. 아이들은 이때 자동차라는 사물을 보면서 그것이 ‘자동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물과 사물의 명칭에 대한 대응을 이해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시기는 18~24개월이다. 이 시기에는 단어를 가지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엄마, 물” “이거 뭐야?” 같은 두 단어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아이가 3~4살이 되면 언어와 언어의 연결이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문장을 말한다.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장(소아청소년과·소아신경과 전문의)은 “3~4살 때의 아이들은 어휘가 대폭 확장되면서 자기가 알게 된 말을 여기 저기 써먹는다. 언어의 융통성이 대폭 늘어나는 시기라, 재밌고 창의적인 말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3살 형민이는 처음 본 낙타를 보고 “기분 좋은 말(馬)이네”라고 했다. 그림책에서 말을 자주 봤고, 눈이 처진 낙타가 웃는 말처럼 보인 것이다. 길가에 널브러진 담배 꽁초를 바라보며 “왜 담배가 죽어있어?”라고도 한다. 아이는 한정된 지식과 정보, 언어로 자신이 처음 접하는 세상을 표현하는데, 아이의 말 때문에 어른들은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새롭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이 시기에 아이들의 ‘어록’을 작성한다. 특히 인터넷의 미니홈피나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등을 통해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게 되면서 아이가 한 인상적인 말들을 적어놓는 부모가 많아졌다.

 

김 원장은 “3~4살 아이들은 시행착오를 두려움 없이한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뇌의 전두엽 부분이 활발하게 발달하고, 그러면서 말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가 5~6살만 되어도 언어적 두려움이 생긴다. 아이는 5~6살 때는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려 하고, 부모 등 자신과 관계된 사람과의 관계를 파악해 말하려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해 부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먼저 부모가 생각하기에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한다고 아이 말을 부정하거나 고치려 하지 말자. ‘낙타’를 보고 ‘기분 좋은 말’이라고 한 아이에게 “말이 아니야, 이건 낙타야. 낙타”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기분 좋은 말처럼 보이네~ 재밌는 생각이다. 엄마도 보니 기분 좋은 말처럼 보인다. 그런데 얘는 이름이 낙타야. 낙타는 주로 사막에 살아”라고 얘기해주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언어적 융통성을 칭찬해주고 사실을 들려주면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아이가 쓰는 유아어를 부모도 똑같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교육학자인 이정희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장은 “아이 주변에 좋은 언어적 본보기가 있는 것이 좋다. 아이 눈높이에 맞게 얘기를 한다고 ‘쭈쭈’ ‘맘마’ ‘삐약이’ 등 유아어를 쓰는 어른들이 있는데 이같은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번째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작용이 가능할 때, 아이는 말하기를 즐기며 더 말하고 싶어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디브이(DVD) 등 불필요한 소리를 지나치게 들려주지 말자. 이 센터장은 “식사 중에 배경음악을 틀어놓거나 아이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라디오를 켜놓으면 아이가 늘 기계음의 말이나 음악 소리에 노출돼,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 듣지 않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각주의력을 높이는 것도 언어발달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청각주의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림책을 들려주는 것도 좋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짧은 동화를 반복해서 통째로 읽어주는 것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어록’을 쏟아내면 감탄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세 돌이 지나도 문장을 잘 구사하지 못하면 지나치게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이 센터장은 “아이마다 개별적인 성장의 속도가 다르다. 아이 말문이 좀 늦게 터져도 좀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언어발달 체크리스트

 

0~3개월
소리 특히 부모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옹알이(특히 모음소리)
감정상태에 따라 다른 울음을 보인다.

 

4~6개월
소리를 듣고 소리의 위치를 안다.
친한 양육자의 언어의 감정이 실린 높은 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표시를 시작한다(예를 들어 팔을 올린다든지 음식이 보이면 흥분한다든지).
소리, 두음절 소리와 약간의 자음을 흉내낸다.
 
7-9개월
반복되는 소리보다는 자장가를 더 잘 듣는다.
단조로운 운(rhyme)과 억양이나 거꾸로 된 말같은 까다로운 것보다는 친근한 운을 더 좋아한다.
 
10-12개월
부모의 의미가 있는 소리에 반응을 한다.
감정적 톤의 변화에 적절하게 반응한다.
 
13-18개월
의미있는 단어를 사용한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소리를 내려고 한다.
뒷 말을 따라한다.
 
19-24개월
많은 단어를 이해한다.
간단한 명령을 수행한다.
50단어의 어휘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한다.
말을 흉내낸다. 
일상 도구나 장난감을 상징화할 수 있다.
노래가 이어지며 소리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25-30개월
성인 말의 60-80%를 이해한다.
말의 차이를 이해한다.
200단어의 어휘
3~4단어 문장을 말한다.
 
31-36개월
소꿉장난을 한다.
두 가지 구성의 명령을 수행한다.(의자에 인형을 놓아라.)
질문을 한다.
노래를 부르고 음절을 반복한다.
완벽한 음높이를 갖는다.
 
 
4세
경험 외적인 내용 외에는 성인의 대화를 이해한다.
광범위한 어휘를 가진다.
정확한 문법을 사용한다.
상상적 놀이와 대화를 한다.
무엇이든지 묻는다.
 
5~6세
집에서나 밖에서나 성숙된 말을 하고 높은 지능을 요구하는 내용만 이해하지 못한다.
언어는 지능적이고 문법적으로도 정확하다.
일어난 일, 이야기 그리고 지식을 다시 말할 수 있으며 활발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크게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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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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