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엄마, 아빠의 스토리텔링은 아이의 성장 촉진제

하태욱·차상진 2013. 05. 09
조회수 21492 추천수 0

사본 -혜경&도연.jpg » 만 3살 도연이와 엄마.


3살 도연이는 소아변비로 고생입니다. 안쓰럽게 지켜보던 엄마는 간식으로 오이를 길쭉길쭉하게 썰어주며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습니다.

 

옛날에 도연이라는 예쁜 아이가 살고 있었어. 도연이는 똥이 잘 안 나와서 응가 하러 화장실에 갈 때마다 너무 힘들었지. 똥꼬가 아파서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도연이는 빵을 참 좋아 했는데, 어느 날 엄마는 도연이 응가를 도와주기 위해서 오이를 길쭉길쭉한 막대기 모양으로 썰어 주셨지. 아삭아삭 촉촉한 오이는 도연이 입을 지나, 목을 지나, 가슴을 지나, 뱃속으로 들어갔어. 오이가 도연이 뱃속에 들어가 봤더니 글쎄 똥이 꽉꽉 뭉쳐있는거야. 오이는 그건 도연이가 좋아하는 빵 때문이란 걸 금방 알아차렸어. 빵은 손가락만으로 꾹꾹 눌러도 잘 뭉쳐지잖아? 빵의 그런 성질 때문에 도연이 뱃속의 똥도 꽉꽉 뭉쳐졌던 거야. 오이는 도연이를 도와주기 위해 자기 몸에 있는 물을 꺼내 뭉쳐있는 똥에 골고루 뿌려주었어. 그랬더니 도연이 똥이 오이처럼 촉촉하게 물기가 생기면서 부드럽게 풀어진 거야. 오이 덕분에 도연이는 더 이상 힘들지 않게 응가를 할 수 있게 되었어.”

 

이야기를 들은 도연이는 엄마가 준비해주신 오이를 열심히 먹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화장실에 갔지요. 오이 몇 조각으로 변비가 금방 호전되긴 힘들겠지만 도연이는 힘을 주며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오이야~~ 도와줘!!” 정말 오이 덕분이었는지 도연이는 변을 보는데 성공했습니다. 기분이 상쾌해진 도연이는 변기에 물을 내리며 인사를 했지요. “오이야~고마워! 똥아~잘 가!”

 

어느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랍니다. 도연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단짝인 제 친구의 딸입니다. 도연이 엄마는 친구들 중에서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하는 편인데, 같은 이야기를 해도 도연이 엄마가 하면 훨씬 더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여행을 가도 이 친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유적지에 가서도 해설서, 안내서를 읽고 아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 냅니다. 밤에 아이들을 씻기고 함께 누워서는 돌아가며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 이야기해주기 놀이를 하자고 합니다. 이런 엄마 덕분에 도연이의 언어발달은 무척 빠른 편이지요. 어휘력은 물론이고 이해력이나 구성력, 상상력도 풍부해서 그림 그리기나 글짓기도 또래에 비해 상당히 뛰어난 편입니다.

 

언어는 아이들이 경험해야 할 다양한 활동에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인지적 발달이 우수한 모든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언어발달이 뛰어난 아이들 중에는 상당수가 인지적 발달이 우수하더라는 연구결과가 있지요. 언어는 인간 발달 전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아기의 충분한 언어 경험, 특히 모국어로의 경험은 앞으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을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주위를 끌어 집중하게 하기 쉽지요.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언어에 대한 관심과 노출을 보다 효과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책읽기와는 다르게 스토리텔링은 구어에만 의존해야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심상을 자극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일은 언어 발달뿐만 아니라 인지 발달 전반에 꼭 필요한 개념 형성의 시작이지요. 스토리텔링을 들을 때 아이들은 오로지 듣기에만 의존하여 머릿속으로 심상을 형성하고, 그것을 세밀화하며 특징을 만들어갑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들은 누군가의 경험이나 생각은 언어로 표현되어 남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느낌, 상상 등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낳게 되는데, 초기에는 소리, 낙서, 몸짓 등으로 단순하게 표현되다가 차차 짧은 이야기, 글짓기의 수준을 거쳐 연설이나 논술 등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지요.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의 듣기능력을 향상시키고 상상력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사고력을 자극하지요. 대부분의 논리적 개념은 스토리로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곰 세 마리>라는 동요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세 마리 곰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 짧은 스토리에는 크기 개념(뚱뚱해, 날씬해), 수 개념(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등이 들어있지요. 어린 시절, 책 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더 많이 접했던 <토끼와 거북이>에는 빠르고 느린 속도의 개념이 들어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등장인물의 선택과 결정에 따른 상반된 결과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를 상상하고 예측하고, 머릿속으로 사건과 결과에 대한 논리적인 시뮬레이션을 하게 됩니다. 유적지에서 들려주는 전설이야기나 인물·사건이야기,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머릿속으로 그리는 이미지를 통해 역사나 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훌륭한 학습 방법입니다. 서점에 역사, 사회, 수학, 과학 등의 학습만화가 넘쳐나는 것은 이와 같은 맥락 때문이지요.

 

책 읽어주기와는 다르게 엄마(아빠)스토리텔링을 들려주려면 간단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다음의 몇 가지 팁을 숙지한 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누구나 이야기꾼 엄마(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사전 준비]


① 이야기의 기본을 구성합니다.

언제(시간), 어디서(배경), 누가(인물), 무엇을(사건했는지를 생각합니다.

 

② 등장인물의 특징을 명백히 잡습니다. 

아이들 머릿속에 구체적인 심상을 떠오르게 하려면 등장인물(동물식물사물)의 특징이 중요합니다도연이의 변비를 고쳐준 물 많은 오이처럼 스토리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의 특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스토리는 도입전개마무리로 짧고 단순한 구성이 좋습니다. 

스토리가 짧고 단순해야 말하는 엄마(아빠)도 듣는 아이도 힘들지 않습니다.

 

④ 스토리를 만들 때인물사건배경은 아이에게 친숙한 것이 집중력과 흥미를 높이는데 도움이 됩니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와 같다면 아이는 훨씬 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겠지요사건의 되는 변비도 도연이에게 현재 닥친 고민거리기에 더욱 진지하게 들립니다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마을이나 거리아파트 등의 이름도 아이에게 친숙한 곳이라면 좀 더 높은 집중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⑤ 아이가 질감촉감냄새소리시각적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꾸밉니다. 

오이가 자기 몸에 있던 물을 뿌려 빵으로 딱딱하게 뭉쳐진 도연이의 똥이 부드럽게 풀어준 것은 좋은 예가 되겠지요의성어나 의태어를 적절히 활용하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⑥ 스토리가 완성되었으면 전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들려줄 이가 스토리에 친숙해져야 하지요유치원 교사들은 따로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하지만 스토리를 종이에 적어 외우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습니다이야기가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스토리텔링을 할 때는 활기 있게그리고 정말로 그렇다고 믿는 것처럼 진지하게 해야 합니다. 


출처: Ursula Ansbach (2001). 


여행하는 차 속에서, 잠잘 준비를 하고 불을 끈 방에서,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엄마(아빠)가 해주는 스토리텔링은 이해력, 사고력, 상상력뿐만 아니라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때로 아이들은 실제로 위협적이거나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느꼈던 안 좋은 기분이나 감정을 경험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경험들은 아이들의 인지적, 정서적 지능 발달에 유익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아직도...우리 아이들의 사고력이나 논리력, 언어능력은 유명 학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또는 그래야 한다고 믿고 계시나요?

 

차상진(sangjin.cha@gmail.com)


※참고문헌

-Ursula Ansbach (2001). Telling it Tall: Effective Storytelling. Extension, May/June 2001 Vol.15, No.6. HighScope educational research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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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차상진
우리 시대 교육의 대안을 찾는 교육학자이자 학부모이며 교사이자 실천가. 하태욱은 교육사회학·교육정책·대안교육을, 차상진은 유아교육을 각각 전공했지만, 삶과 밀착된 교육, 아동중심적 교육관의 측면에선 같은 교육관을 갖고 있다. 한국에 돌아와서 하태욱은 대학 강의와 더불어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학부모연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교육적 대안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차상진은 아동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강조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 ‘하이스코프(www.highscope.org)’의 교사·학부모 교육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 uktaeh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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