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아내가 바람났다, 옥상에서

권오진 2015. 09. 25
조회수 7907 추천수 0

001옥상정원의 과꽃.jpg » 아내의 옥상 정원에 예쁘게 핀 과꽃. 사진 권오진.


여기는 아내의 옥상 정원. 호수를 잡고 물을 주다가 과꽃에도 물을 주기 시작한다. 이때 “과꽃 노래를 불러봐라고 주문을 하자 즉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001붉은 색 과꽃.jpg » 과꽃. 사진 권오진.그리고 2절도 부르기 시작한다. 아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노래 부르기다. 그동안 한 번도 노래를 중얼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런 아내가 노래를 불렀다. 과연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까? 과꽃 동요를 들어보자. 가사가 너무 슬퍼서 가슴이 먹먹하다. 누나는 과꽃이 너무 좋아서 꽃밭에서 하루 종일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누나는 시집을 갔는데 3년 동안 소식이 없다. 동생은 과꽃을 보면서 누나를 더욱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로 전화가 없던 50년 전 이야기다. 과꽃을 검색하다가 그 곡을 작곡한 권길상님이 지난 3월에 돌아가셨다는 말에 다시 한번 고마움과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아내의 놀라운 행동에는 꽃에 대한 사랑이 가슴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의문점이 남아있다. 아내는 결혼을 한 후에 흙을 만지는 것을 싫어했다. 심지어 단독주택에 살 적에 상추를 따는 것 조차 싫어해서 할머니가 따오곤 했다. 그런데 꽃을 사랑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역시 옥상 정원이 딸린 2평짜리 사무실을 얻어주기부터 시작되었다. 사실은 꽃에 관하여 내가 전문가였으며 좋아했고, 아내에게 응원을 한 것이 첫째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동안 옥상에 흙을 올린 양이 10차례에 걸쳐서 아마 1톤은 족히 넘었으며, 아내와 동행하여 꽃집을 방문한 것은 20번도 넘었다. 주말에 함께 있을 때, ‘꽃집에 갈까가 일상적인 멘트였다. 그러면 아내는 무조건 호응했다. 둘째는 아내가 작은 모종을 화분에 옮기면서 성취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찮은 모종이 예쁜 화분에 심으면 전혀 다른 모습이며 식물이 자라면서 줄기가 생기고, 꽃이 피면서 성취감은 더욱 확대 재생산이 되었다.

 

셋째는 꽃을 키우면서 수많은 스토리가 자연 발생적으로 탄생했다. 마치, 영화를 보듯이 희로애락이 꽃을 키우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로 인하여 꽃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추억이 아내의 가슴에 가득했다. 그 사연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조롱박은 아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잘 키우려고 노력을 했지만 그만 열매를 맺지 못하고 중도에 시들어버려서 슬퍼했다. 여주는 멋진 넝쿨을 만들면서 올라갔지만 늙은 오이만한 열매로 자라자 금방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씨앗을 떨어트렸고, 이는 실망이 되었다. 아내는 유난히 목화에 애착을 가졌고, 작년에는 구입하지 못하다가 지난 4월에 구입했다. 8월이 되자 봉우리가 벌어지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탄성을 자아냈다


목화축제에서.jpg » 해바라기. 양주시 목화축제에서. 사진. 권오진.


001수확한 목화.jpg » 목화꽃 축제에서 수확한 목화. 사진 권오진.


지난 주에는 양주시에서 주최하는 목화꽃 축제에 아내와 딸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뫼꽃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팔꽃과의 꽃이다. 아침에 한 두시간 잠깐 피는 시시한 꽃이다. 하지만 옥상에서는 오이망을 치고 그 위에서 가지를 뻗게 하여 정면의 햇볕가리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름 내내 고생을 했다. 올해 석류는 2개가 열렸다. 지난 5, 집에서 옥상으로 올라온 후, 일찍 자란 잎을 내가 이 천 개나 잘라주었다. 그랬더니 꽃들이 피기 시작했고, 아쉽지만 2개의 열매가 자라고 있다. 석류나무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하여 결혼 10주년 선물로 사준 것이다. 사계원추리를 보면 보은을 하는 듯 짠하다. 작년에는 잎이 꼬이면서 꽃도 피지 못하고 죽을 듯 하면서 겨우 살았다. 그런데 올해는 6월부터 계속 꽃이 피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새로운 꽃봉우리가 올라오고 있다



001늦게 핀 해바라기.jpg » 늦게 핀 해바라기. 사진 권오진.해바라기를 보면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 맨 위의 커다란 꽃을 보려고 가지의 꽃봉우리를 모두 꺾어버렸다. 지금은 해바라기가 모두 익어서 아침이 되면 참새와 박새들이 몰려와서 아침 식사용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해바라기 중간에서 미니 해바라기 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내가 개구리밥을 얻어올 때, 번식이 빠르다고 반대를 했다. 그런데 벌들이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요즘 하루에 수 십 마리의 벌들이 여기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간다. 그 전에는 그릇에 물을 넣어두었는데 가끔 벌이 빠져 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풍선덩쿨은 작년에 김천에서 강의를 할 때, 동네에서 얻어 온 씨앗이다. 올해 최대의 대박 식물이다. 방문하는 사람마다 탐을 낸다. 벌개미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대한 식물이었는데 나 때문에 망쳤다. 많은 가지에서 꽃을 피게 하려고 잎들을 솎아주었더니 그만 성장이 멈추고 말았다. 과유불급이었다


과꽃은 9월의 여왕이 되었다. 이미 과꽃의 아름다움은 어린 시절부터 알았기에 7월부터 과꽃 화분만 20개가 넘게 심었다. 더구나 건물 1층 앞 보도 옆에도 수 십 그루를 심었기에 동네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흰색 코스모스와 함께 있으니 더욱 잘 어울린다. 한 달 전, 동네의 골목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보라색 과꽃을 봤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그 다음 날 일부러 그곳에 들렀다. 그리고 너무 예쁘다고 힘을 주어 말한다. 사실, 옥상에는 오직 붉은색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 날, 과꽃 몇 개를 꺾어서 그 곳에 갔다. 거기에는 꽃밭 주인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즉석에서 바꾸자고 제의를 했고 동의를 했다. 그래서 2그루를 주고, 보라색 2그루를 얻어왔다. 이제 옥상에는 붉은색과 보라색 과꽃이 함께 있게 되었다


001 길가에 심어놓은 과꽃.jpg » 길가에 핀 과꽃. 사진 권오진.


오늘은 새싹에서 20센치 정도로 자란 코스모스를 보았다. 그런데 그 작은 것이 꽃봉우리를 이미 만들고 있었다. 아마 DNA 속에 계절을 인식하고 종족을 보존하려는 듯 하다. 그런데 옥상 중앙에 초대형 코스모스가 있는데 키가 무려 2.5미터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꽃봉우리가 없다. 아마 충분한 거름과 물을 주었기에 더욱 성장하려는 듯하다. 사람으로 치면, 집에 온 손님 잘 대접했더니 며칠 머무르면서 매일 낮잠만 늘어지게 자는 듯한 모양처럼 여겨졌다. 좀 얄미워서 윗부분을 잘라주어 경고를 했다


토란은 옥상의 밀림이며 정글이다. 딸이 어린 시절, 커다란 토란잎에서 사진을 찍어주었고, 보름 전에 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뜨거운 여름, 옥상의 열기를 막아주는 일등공신이다. 원추리는 산에서 흔히 보는 식물이다. 그런데 이 곳에 벌들이 봄부터 벌집을 짓고 새끼를 키우고 있다. 아마 천적인 말벌을 피하여 궁여지책으로 이 곳에 집을 지은 듯 하다. 그런데 9월이 되자 잎이 시들어서 꺾어졌고, 벌집도 함께 거의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기울어져있다. 그나마 10월이 되면 떠난다고 하니 다행이다


001 옥상에서 핀 코스모스.jpg » 옥상에 핀 코스모스 꽃. 사진 권오진.


최근 아내가 모은 씨앗의 종류를 살펴보니 거의 30종이 넘는다. 언제 그렇게 모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농담으로 이 정도의 꽃씨가 있으면 동네에 모두 심어도 남을거야라고 했다. 이 밖에도 3개월간 꼿꼿한 자세로 하얀 흰 꽃을 피웠던 마가렛, 아침이 되면 활짝 꽃을 피우는 단엽 채송화, 흰색과 보라색의 도라지꽃 등등 꽃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런 스토리가 있으니 아내가 어찌 꽃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오늘도 아내는 옥상정원에서 100개가 넘는 화분에 물을 주고 총총히 계단을 내려간다.   

 

001아내가 수집한 꽃씨들.jpg » 아내가 수집한 각종 꽃씨들. 사진 권오진.


이솝 우화에서 햇님과 바람이 나무꾼의 옷을 벗기려는 시합의 장면이 있다. 결국 따사로운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스스로 벗게 했다. 아내는 그동안 옥상의 식물을 잘 가꾸었다. 무엇보다 꽃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꽃을 보고, 또 보곤 하면서 예쁘다고 한다. 드디어, 꽃들이 아내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으며, 힐링이 되었다. 그래서 봄과 여름과 가을이 되어도 꽃과 함께 있기에 행복했다. 그 결과 전혀 노래를 부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세상에는 우연이란 없다. 모두 인과의 법칙이 있을 뿐이다.  


001벌개미취.jpg » 벌개미취. 사진 권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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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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