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내 그림자에 오줌 싸지 마!

베이비트리 2012. 03. 17
조회수 9469 추천수 0

 

‘약점아, 내게 덤벼라’
아이들이 더 용감해요

00424211101_20120317.jpg » 내 그림자에 오줌 싸지 마!


아이들은 모두 순진한 나르시스트다. 뭐든 자기중심으로 판단하고, 어떤 결점도 인정하지 않는다. 아이는 자기의 모든 것을 그대로 인정한다. 인정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아직 모른다. 자신은 완전하기에 문제를 지적하는 어른들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자기를 싫어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바닷가 바위도 파도에 깎여 나가는 법. 아이도 주변의 계속된 평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자신을 지켜야 하기에 아이들은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자기가 아니라고 부인하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잘난 부분과 못난 부분이 있다. 못난 부분도 나의 일부이지만 인정하기가 달갑지 않다. 그래서 가면을 쓰고, 척하고, 자기 아닌 것으로 자기를 포장한다. 못난 부분은 감춰두고 버려둔다. 이렇게 버려졌기에 열등한 부분은 더욱 자라지 못한다.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과는 점점 차이가 커진다. 이제 내 몸에서 쫓아 버린다. 그림자가 된다. 나에게서 나왔지만 내가 아닌 것으로 여긴다.

그림자는 나의 것이다. 내 약한 모습도 소중한 내 일부다. 함께 끌어안고 함께 놀아야 한다. 더욱 보듬어 안고 자라게 도와줘야 한다. 시간을 주고 정성을 주어야 한다. 장피에르 케를로크가 글을 쓰고 파브리스 튀리에가 그림을 그린 <내 그림자에 오줌 싸지 마!>는 그림자의 심리적 의미를 탐색하는 그림책이다.

dfafe.JPG 발렝탕은 그림자가 신기하다. 크기도 색깔도 달라지지만 자기를 늘 따라한다. 발렝탕은 친구처럼 자기와 함께하는 그림자가 좋다. 떨어지고 싶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도 발렝탕처럼 그림자를 재밌어한다. 그림자는 거울만큼 선명하지 않지만 거울보다 다채롭다. 색도 변하고, 크기도 변하고, 개수까지 변한다. 오히려 선명하지 않기에 더 재미있는 놀이가 가능하다. 분명 아빠의 손인데 새가 되기도 하고 멍멍이가 되기도 한다. 옆으로 기는 게가 되기도 하고 닭도, 뱀도 된다. 그림자는 하나의 사물이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매혹한다.

그러나 발렝탕에게 위기가 닥친다. 길에 오줌을 싸는 잘못을 저지른다.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다. 이때부터 그림자는 발렝탕을 괴롭힌다. 발렝탕을 쫓아오며 화를 내고, 발렝탕이 하는 행동을 정반대로 한다. 발렝탕이 팔을 들면 그림자는 물구나무를 선다. 그림자는 내 창피한 모습이다. 내가 했지만 내가 아니라고 미루고 싶은 부분이다. 그러나 미룰 수는 없다. 내가 아닌 것도 아니다.

겁이 나고, 화도 난 발렝탕은 여자친구와 그림자를 바꾼다. 하지만 예쁘긴 해도 역시 자기답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그림자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발렝탕이 발로 뻥 차서 산산조각이 난 그림자는 이제 제멋대로 변화한다. 자전거가 되었다가 하늘을 나는 돼지도 되고, 못난이 마녀가 되어 발렝탕을 빗자루에 태우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그러다 땅에 떨어져 발렝탕을 다치게 한다. 발렝탕은 참을 수 없어 바닥을 구르며 그림자와 다툰다.

발렝탕은 어른들보다 용기가 있다. 자기의 약한 부분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어리석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비록 꿈과 놀이를 통해서지만, 꼭 이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도망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놀이를 한다. 상상을 한다. 상상 속에서 두려움을 이기려 노력한다. 세상을 자기 품에 넣으려고 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란다. 어쩌면 자라지 못하는 것은 어른들일지 모른다. 가면을 쓴 채 그림자가 있다는 것도 잊고 사는 부모들. 우리는 두려움도 모른 채 두려운 존재가 되고 있을지 모른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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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피에르 케를로크 글, 파브리스 튀리에 그림, 염미희 옮김

문학동네·9500원.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가 들려주는 좋은 그림책 이야기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연재입니다. 아이들과 어른 모두를 사로잡는 유명 그림책을 골라 그 속에 담긴 그림의 매력과 어린이들의 심리를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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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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