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노래 부르듯 읽어주니 아이들도 흥이 나

베이비트리 2015. 06. 26
조회수 546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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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비
권오순 글, 이준섭 그림/문학동네어린이 펴냄(2003년)

아이를 낳으면 살 것도 많고 할 것도 많다. 그림책도 그중 하나다. 어느 책이 좋은지 여기저기 찾아보고 서점에 가서 고른 후 아이 앞에 앉는다. 그런데 막막하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 지금의 부모 세대는 어린 시절의 그림책 경험이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유아기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 있을 리 없다. 우리 엄마가 내게 어떻게 그림책을 읽어주었지? 이런 질문에 답변은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그림책 읽어주기란 모든 부모에게 쉽지 않은 첫 경험이 된다.

그래도 최대한 밝고 즐거운 목소리를 준비한다. 조금 과장하는 편이 아무래도 아가들에게는 잘 먹힌다. 문장을 마치는 어미는 교육방송에서 본 대로 ‘어요’, ‘구나’를 사용하고 대사가 있다면 연극처럼 읽어내야 한다. 이만하면 훌륭한 부모이고 대단한 노력이다. 문제는 오래지 않아 지친다는 것. 게다가 아이는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신이 나고 신이 난 아이는 그림책을 연방 부모 앞에 내민다.

이렇듯 그림책 읽어주기란 부모들에게 만만찮은 과제다. 나는 부모들에게 종종 내 앞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도록 시키곤 하는데 대부분은 무척 창피해한다. 막상 하는 모습을 보면 잘 하는데도 자신감이 없다. 가끔은 어린 시절 국어책 읽듯 읽는 부모를 만나게 되는데 그렇게 읽어서야 아이들이 그림책에 흥미를 갖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이런 부모들에게 동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은 큰 도움이 된다. 권오순의 시에 이준섭이 그림을 그린 <구슬비>가 그런 그림책이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로 이어지는 노래를 모르는 부모는 거의 없다. 동요는 노래다 보니 노래만 안다면 저절로 리듬감이 생긴다. 신나게 노래 부르듯 읽어주면 아이들은 흥이 난다. 어떻게 읽어줄지 막막해하는 부모도 이런 책이라면 전혀 어렵지 않다. 만약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고민이 되는 초보 부모라면 동요를 바탕으로 만든 책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물론 <구슬비>에는 더 많은 장점이 있다. 문장마다 아름다운 우리말 의태어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의성어나 의태어를 덧붙여 말할 때 친밀감을 느끼고 더 빨리 말을 배운다. 그림도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다. 유화로 사실적으로 그려낸 그림은 매력적이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연신 물방울을 잡으려 드는데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면 아이를 꼭 안아줄 수밖에 없다. 그림책은 아이의 뒷모습에서 시작한다. 아이는 그림책을 넘기며 비 오는 자연을 탐색한다. 비가 오니 나갈 수 없어서 늘 궁금했던 바깥이다. 가까이 있다면 징그러웠을 벌레들이지만 그림책 속이니 하나도 무섭지 않다. 그렇게 읽어가다 도착한 마지막 장. 유리창 너머 아이의 앞모습이 정면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마지막에는 자기를 보고 싶어 한다. 자기 또는 자기가 감정이입하는 대상이 나오길 바란다. 아이들에게는 자기중심적인 면이 많아 그런 구성이 받아들이기 편하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 여러모로 아름답고 영리한 유아용 그림책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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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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