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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절도 성장기에 녹아든 ‘순박하고도 슬픈’ 80년대사

베이비트리 2015.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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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38000105_20150821.JPG 그림 문학과지성사 제공
전두환 정권 시절 충남 보령 시골
학교 안팎서 겪은 48가지 별의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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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나를 키운 것들
김종광 지음/문학과지성사·1만1000원

“김일성이! 이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 이젠 별 지랄을 다 하는구나.”

“5공 살인마 새끼들! 이 천벌을 받을 놈들. 이젠 별 사기를 다 치는구나.”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 북괴의 금강산댐 건설.’ 1986년 10월 믿기 힘든 뉴스 앞에 충남 보령군 청라면 범골도 발칵 뒤집혔다. 주인공 판돈의 아버지와 맏백부는 서로 다른 논평을 내며 부들부들 떨었다. 선생님들은 수업의 반을 이런 판국에도 건국대에서 데모를 하는 빨갱이 대학생들을 욕하는 데 썼고, “공산당을 때려 부수자!”는 전체조회를 매일같이 했다. 어떤 아이는 조회시간 픽 쓰러져 실려 갔다. 북괴, 김일성, 금강산댐, 평화의댐, 올림픽 이런 것들이 들어가는 글짓기대회도 열렸으나, 맏백부의 생각대로 적은 판돈은 엎드려뻗쳐를 당했다.

금강산댐과 평화의댐 성금을 둘러싼 웃지 못할 해프닝은 30년 전 학창시절을 보낸 지금 청소년의 부모세대라면 금방 떠올릴 사건이다. 1971년생 김종광 작가가 낸 자전적 소설은 그 시절을 건너온 보령의 어느 탄광촌 71년생들의 성장기를 담았다. 제목대로 ‘별의별’ 사건이 다 있었고, 그것은 ‘그를 키운 것들’이다. 김유정의 해학과 이문구의 입담을 잇는 작가는 그 자신의 분신으로 보이는 ‘판돈’의 눈으로 마을에서 목격하고 겪은 48편의 별의별 일들을 능청스레 엮어낸다. 시골 출신 부모들은 ‘맞아 그랬지’ 기억창고를 더듬게 되고, 자식세대는 ‘설마 그랬으랴’ 싶은 얘기들이다.

현대사가 시골 외딴곳이라고 비껴갈 수 없다. 농촌을 도탄에 빠뜨린 전두환 정권의 실정과 폭압적 인권유린 실상은 마을 군상들을 통해 실감나게 드러난다. 새마을 지도자 ‘포에이취’ 아저씨는 “전두환 그 텐베이비가 박통의 업적을 다 말아먹겠다”고 떠들다가 어느날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 축산 영농후계자로 범골의 두뇌인 ‘우유’는 개값으로 떨어진 소값 때문에 쫄딱 망했다. 융자를 주면서 축산을 권장해놓고 몇해 뒤 미국산 쇠고기 대량 수입 정책을 편 탓이다.

소설은 80년대의 일그러진 학교 모습도 희비극적 풍경으로 들춰낸다. 반에서 1, 2, 3등 하는 ‘검사조’가 산수풀이를 한 친구들을 검사하게 해 매타작을 날리거나, 가정환경조사라는 명목으로 컬러티브이 있는 집은 손들라거나, 수업 대신 교장네 식탁 진상용 버섯따기에 동원되는 일도 있었다. 어쨌거나, 얼결에 성에 눈떠 풋사랑의 고뇌에 빠진 판돈, 싸움 최고지만 집안일에 치여 싸울 시간이 없는 환기, 장애 어머니를 돌보느라 일찍 철이 들어버린 효순, 그림 실력이 출중해 대회 입상을 도맡지만 끝내 화가 꿈을 포기하는 강우…. 순박한 애어른들의 성장통은 시공을 넘어선 공감을 불러낸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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