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이상한 화요일

베이비트리 2015. 04. 24
조회수 8315 추천수 0
이상한화요일.JPG
그림 비룡소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아이들마다 줄거리가 달라지는 책
데이비즈 위즈너 글·그림/비룡소·9000원

글 없는 그림책은 대개 인기가 없다. 이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지 부모로서도 막막하기 때문이다. 일부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 아이들 역시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이어진 그림 속에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유아들에겐 아직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의 주된 독자층은 유아이기에, 글 없는 그림책이 부모들의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초등학교 3~4학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쯤 되면 자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추리소설이나 탐정 이야기같이 플롯 뒤에 숨겨진 이야기에도 관심을 갖는다. 그림책에 해설하는 글이 없다고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작가가 되어 자기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기에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림책이란 두께의 제한이 있다. 한 장 한 장이 오랜 시간을 들여 그려내는 그림이기에 페이지가 많을 수 없다. 그런 제한을 뛰어넘어 긴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글이 없는 편이 유리하다. 그림과 그림 사이에 존재할 수많은 이야기는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은 그의 그림책 대부분이 그렇듯 글 없는 그림책이다. 아니 글이 아주 없지는 않다. 마치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화요일 저녁 8시쯤’과 같이 시간을 나타내는 문구가 네 차례 나온다. 그림은 사물 하나하나를 사실적으로 그린 기법을 사용했는데 이런 기법은 역설적으로 이 책의 분위기를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고 있다.

화요일 저녁 8시, 연못의 개구리들이 연잎을 타고 도시를 비행하기 시작한다. 지붕 위 하늘을 날던 비행기는 집 안을 침입해 꾸벅꾸벅 조는 할머니 옆에서 티브이를 보기도 하고, 개를 쫓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어 새벽이 되자 개구리들을 태우고 날던 연잎은 땅에 떨어지고, 개구리는 펄쩍펄쩍 뛰어 다시 연못으로 돌아온다. 도시의 거리에는 연잎만이 지난밤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다음주 화요일 저녁, 이번에는 돼지들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라고 하면 무척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무엇인지, 결론은 어떻게 이어가는지 아이들마다 차이가 크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아이들 각자의 관심과 내면 심리를 반영하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자기 마음속의 많은 부분을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 속에서 드러내기에 섬세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추임새를 잘 맞춰준다면 아이들은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자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1365763910_57574415199_20130413.JPG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 책의 뒷부분에는 탐정이 나온다. 도로에 떨어진 연잎을 보며 어젯밤 벌어진 일을 찾아내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탐정이 되어 보자고 한다. 글이 하나도 없이 그림만 있는 이 책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다. 아이들이 탐정이 된 듯 이 책을 앞뒤로 몇 번씩 들추고 있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참! 왜 이 책의 제목은 하필 ‘화요일’일까? 위즈너는 다른 글에서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있다면 요일 중 화요일의 발음이 제일 그럴 듯해서! 하지만 그 이유를 굳이 위즈너에게 물을 필요는 없다. 그 역시 독자인 아이들이 정하면 그만이니까.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끝말잇기만 알아? 첫말잇기의 말맛을 느껴봐끝말잇기만 알아? 첫말잇기의 말맛을 느껴봐

    베이비트리 | 2019. 03. 29

    ‘가구-가족사진’, ‘안경-안녕’ 등첫말이 같은 단어가 빚어내는재밌고 따뜻한 40편의 놀이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박성우 시, 서현 그림/비룡소·1만1000원끝말잇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테디셀러’ 놀이다. 아무 것도 필요 없이 어깨를...

  • 당신에겐 진짜 이웃이 있나요?당신에겐 진짜 이웃이 있나요?

    베이비트리 | 2019. 03. 29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숀 루빈 지음, 황세림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000원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 볼리바르는 뉴욕 웨스트 78번가에 산다. 볼리바르는 아침에 신문가판대에서 <뉴요커>를 사서 읽고,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오후에...

  • 초록숲으로 떠나자, 보물을 찾으러초록숲으로 떠나자, 보물을 찾으러

    권귀순 | 2019. 03. 29

      보물을 품은 숲으로불을 뿜는 화산으로에릭 바튀 지음, 이희정 옮김/한울림어린이·각 권 1만3000원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에릭 바튀지만,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썰렁하다. 은유 뒤에 숨은 절제된 언어 때문일까? 빨강, 파랑, 검정, 초록을...

  • [3월 15일 어린이 청소년 새 책]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외[3월 15일 어린이 청소년 새 책]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외

    베이비트리 | 2019. 03. 15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둘리틀 박사와 초록 카나리아>(11권)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12권)이 나와 둘리틀 박사의 모험 시리즈가 완간됐다. 1차 대전에 참전한 휴 로프팅이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둘리틀 박사 이야...

  • 선과 색이 그려낸 나만의 멋진 개성선과 색이 그려낸 나만의 멋진 개성

    베이비트리 | 2019. 03. 15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황성혜 지음/달그림·1만8000원사람은 모두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고, 다른 사람을 그렇게 인정하기는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성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이 책에서 즐겨 이야...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