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쌍용차 아이들, 어린이날 받고 싶은 선물 “아빠”

베이비트리 2012. 05. 04
조회수 4894 추천수 0

올해도 아빠없는 하루

부모 불안심리 전이돼

우울 상태 2~3배 심해

어린이날이 더 슬픈 ‘쌍용차 아이들’

20120503_3.JPG »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교빈(가명·9)양이 태권도 도장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교빈(가명·9)은 경기도 과천에 있는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 아빠 손 잡고 놀이공원에 가는 생각만 해도 앞니 빠진 얼굴이 해끔해진다. 예전엔 매 주말이 어린이날이었다. 아빠는 교빈의 손을 잡고 주말마다 이곳저곳 다니며 함께 놀았다.

몇년 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교빈의 손을 잡아줄 아빠는 좀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두시간이라도 아빠와 놀 수 있는 날은 한달에 한두번뿐이다. 아빠 서아무개(36)씨는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다. 2008년 10월, 서씨는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해고됐다.

5살·2살 동생을 둔 교빈은 다음달 새 동생을 맞는다. 엄마 김아무개(31)씨의 배가 한창 불렀다. 엄마·아빠 모두 벌이가 없어 노조가 주는 생계지원비 90여만원에 친척들이 보태주는 돈을 더해 살고 있다. 빠듯한 살림을 꾸리는 엄마에게 교빈은 귀한 딸이다. 동생들을 목욕시키고 밥도 혼자 차려 먹는다. 새 동생도 그렇게 돌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젓해도 아빠의 빈자리는 스스로 메우지 못한다. 한창 재잘거릴 나이의 교빈은 말수가 적다. 교빈이 7살 되던 2009년부터 아빠·엄마는 해고에 저항하는 투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런 부모를 지켜보며 자란 교빈의 사회성 발달이 늦은 편이라고, 쌍용차 해고자 및 그 가족을 상담해주는 경기도 평택시 심리치유공간 ‘와락’의 상담사가 말했다. 교빈은 지난 2월부터 와락에서 매주 한번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요즘 아빠는 평택역 앞에 마련된 분향소를 하루 종일 지키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2646명과 그 가족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질병으로 세상을 뜬 22명의 사망자를 기리는 분향소다. “농성 때문에 어린이날에도 아이들과 함께 있기 어려울 것 같아요.” 오랜 바깥 생활로 피부게 검게 그을린 아빠 서씨가 말했다.

쌍용차 해고자 가족 가운데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 와락에서 상담을 받은 이는 30여명인데, 25명이 지속적 상담과 놀이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상적 아이에 비해 2~3배 정도 우울·불안이 심한 경우다. 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도 있다. 상담사들은 상담·치료를 아예 받지 못한 아이들이 훨씬 많아 걱정하고 있다. 권지영 와락 대표는 “부모의 불안한 심리가 아이들에게 많이 전이됐는데, 파업 등으로 부모가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 문제가 악화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5일 평택시 원평근린공원에서는 쌍용차 해고자의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날 잔치가 열린다. 심리치유공간 와락의 상담사들이 준비했다. 아이들은 튀긴 돈가스를 먹고 축구공을 차고 종이를 접어 날릴 것이다. 교빈이 기대하는 어린이날 선물은 따로 있다. “아빠가 매일 집에 와서 놀아주는 거죠.” 이빨 빠진 교빈의 잇몸에서 조그맣고 하얀 것이 새로 돋아나고 있었다.

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수포자·영포자들 감긴 눈 뜨게 할수 있을까

    양선아 | 2019. 04. 26

    [뉴스AS] 정부 ‘기초학력 보장 강화’ 정책지난해 국가 수준의 학업 성취도 결과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면서 기초학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과거 일제고사 형태로 성취도 평가를 할 때 초등학생들이 시...

  • 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키는 안 크고 몸무게는 늘고 식습관은 안 좋고…학생들 건강 ‘적신호’

    양선아 | 2019. 03. 28

    국내 초·중·고등학생들의 키 성장세는 주춤한 반면 몸무게는 늘어 비만율이 높아지는 ‘적신호’가 켜졌다. 중·고등학생 다섯명 중 한명은 아침 식사를 거르는가 하면,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고 답한 고등학생이 무려 80.54%에 이르는 등...

  • 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1월 출생아 4년 만에 1만명 줄어…범정부 인구정책 TF 구성

    베이비트리 | 2019. 03. 27

    ‘1월 인구동향’ 1월 출생아수 3만3백명 기록2015년 4만1900명 뒤 해마다 역대 최저치인구 1천명당 출생아 6.9명으로 7명대 져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 발표 예정에 이어관계부처·연구기관 ‘태스크포스’ 구성하기로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영유아 자기조절력은 부모 양육방식에 좌우

    베이비트리 | 2019. 03. 25

    아이 아빠가 2~3살 아이들에게 자꾸 스마트폰을 보여줘요Q. 3살과 2살 연년생 남매를 둔 가정주부입니다. 남편과 양육관이 달라 고민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문제로 다툴 때가 많습니다. 남편에게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하면 주로 스마트폰을 보여줍니...

  • 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한유총 차기 이사장 선거, ‘이덕선의 후예’ 김동렬 단독 출마

    양선아 | 2019. 03. 20

    동반사퇴 제안했다가 철회하고 단독출마 ‘유아교육법 시행령 반대’ 등 강성 기조 개학연기 투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한유총의 차기 이사장 선거에 ‘이덕선 현 이사장의 후예’로 꼽히는 김동렬 수석부이사장이 단독 출마하기로 했...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