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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스마트폰 절제 지름길은 온가족 참여”

베이비트리 2014. 07. 08
조회수 7650 추천수 0
 00508345501_20140708.JPG » 경기 시흥 서촌초등학교의 김형태(오른쪽 끝) 교사와 반 학생들이 지난 3일 각자 쓴 미디어 다이어트 서약서를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람&디지털] 초등생 ‘미디어 다이어트’ 교육 현장

지난 3일 오전, 경기 시흥의 서촌초등학교 한 5학년 교실. 담임인 김형태 교사의 질문에 아이들은 앞다퉈 손을 들면서 교실은 활기가 넘쳤다. “여러분 인터넷 많이 쓰죠? 요즘은 인터넷을 스마트폰으로 많이 하지요. 여러분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요하다, 필요없다 어떻게 생각해요?”(김형태 교사) 찬반 의견은 팽팽했다.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몰래 쓰다가 선생님에게 혼나거든요.” “필요해요. 바로 검색할 수 있어요.” “돈이 많이 나가요.” “지루할 때 재밌게 해주는 친구예요.” “‘카톡’ 하고 울리면 방해돼요.”

이날 수업의 주제는 ‘미디어’다. 특히 뛰어난 기능과 유혹적인 위험을 동시에 지닌 스마트폰이 중심이었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이미 절반(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교육부 전수조사) 최신 디지털 기기 도입과 사용에 적극적인 나라답게 초등학생의 사용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져간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4~5월 초등학교 4학년의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중독 위험군이 1만3183명(2.9%)으로, 전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밥상머리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이 때문에 기기를 부숴버렸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김 교사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술렁이는 교실 분위기를 즉석 설문으로 조용하게 만들었다.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들라 하자 30여명 학생 가운데 7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나쁘다’고 생각한 아이는 그보다 적은 4명 정도였다. 나머지 다수의 학생들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는 선택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00508345001_20140708.JPG » 이 5학년 학급 아이들은 수업중에는 분단별로 놓인 스마트폰 바구니에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자율적으로 보관한다.

‘깨끗한 미디어’ 만들기 나선 교사들 
음식 유혹 앞에서 다이어트하듯 
스티커, 바구니, 서약서 등으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유도 
전국 20여개 학교서 교육에 활용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깨미동)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김형태 교사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거나, 스마트폰을 중독의 원흉으로 보는 시각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게 중요합니다.” 깨미동은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을 가진 초·중·고 교사들이 모여 1999년 결성한 교육운동 단체다.
수업은 ‘미디어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갔다. 사회가 풍족해지고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온갖 유혹적인 음식 때문에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비만은 중요해진 문제로 떠올랐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미디어와 콘텐츠들도 이와 비슷하다는 게 미디어 다이어트의 접근법이다. 몸무게뿐 아니라 정보에 대해서도 절제와 금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장점과 단점이 함께 있는 기기죠? 정해진 시간 외에는 쓰지 않겠다는 표시로 스마트폰 스티커를 만들어 볼까요?” 아이들은 직접 문구와 디자인을 고안해 빈 종이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를 오려 만드는 스티커는 스마트폰 액정에 붙이는 식으로 사용을 자제하는 도구로 쓰인다.

다이어트 수업의 내용으로는 스티커 외에도 스마트폰 바구니 만들기, 미디어 서약서 쓰기 등이 있다. 서약서는 자신이 어떤 다이어트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써보고 게시해서 다짐을 강화하는 데 쓰인다. 바구니는 집의 거실 등에 두고 식사나 취침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넣어두는 도구다. 이날 교실에도 분단별로 스마트폰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수업 중에 강제로 걷는 대신 학생들이 각자 자율적으로 바구니에 넣어둔다고 한다.

깨미동에서는 미디어 다이어트 시도를 성공시키는 비결이 있다고 강조한다. 다름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김 교사는 “헬스장을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죠. 혼자서는 꾸준히 운동하기 어려워도 함께하면 쉽잖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 스마트폰 중독의 큰 원인은 부모의 사용에 있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가족이 함께하는 활동이 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치유되죠.”

실제 이날 만난 아이들은 미디어 다이어트로 자신의 변화보다 부모의 변화가 주는 의미를 더 크게 느끼고 반겼다. 올봄부터 자신의 제안으로 가족이 동참하는 미디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노현지양은 “아빠와 관계가 달라진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전에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대화가 늘면서 지금은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됐다고나 할까요.” 오민석군은 “(미디어 다이어트) 전에는 아빠 성격이 급했거든요. 요즘은 느긋해지셔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중독을 걱정해 왔지만, 이날 만난 아이들에게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을 보았다.

현재 초등학교의 미디어 교육은 필수 교과에서 간략하게 다루고 있을 뿐, 미디어 다이어트와 같은 사용법과 관련된 교육은 각 교사의 관심과 재량에 따라 임의로 이뤄지고 있다. 깨미동은 지난해 처음 스마트폰 바구니 2000개를 만들어 전국 20여개 학교 등에서 교육에 활용했다. 올해 2차로 만들어 운동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시흥/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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