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은 될수록 천천히

2010.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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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e8218e423554482ee1226909d6271b2.[서천석의 행복육아]



해마다 이맘때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 있다. 어린이집에 대한 것이다. 그중 흔한 것이 아이가 아직 어린데 어린이집을 보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이다. 몇 살부터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답을 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아이의 발달 수준이나 특성이 다르고, 부모의 처지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며, 어린이집의 수준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아이와 부모가 특별한 문제가 없고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되도록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늦추길 권한다. 다섯 살까지는 집에서 부모와 함께 있으면서 부모가 아이의 특성에 맞게 개별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좋다. 이 나이의 아이는 놀이를 하더라도 아직 상호작용이 활발하지 못하며, 상대방의 행동에 충분한 시간 동안 주의를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럿이 있는 공간에 머물더라도 같이 있을 뿐 결국 혼자서 노는 셈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좀더 밀착해서 살필 수 있는 사람,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자극을 긴밀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도움이 된다. 대단히 여유 있는 집이 아닌 다음에야 아이에게 이런 시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는 없다.



특히 세 돌까지는 아이의 정서적인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아이는 자기를 봐주고, 행동을 읽어주고, 감정을 달래주는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아를 형성한다. 세상을 밝게 보는 것, 자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힘의 기초적 토대가 이때 자리잡는다. 그뿐만 아니다. 세 돌은 되어야 부모로부터 분리된 존재로 자기를 인식하고, 분리가 주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부모가 지금은 헤어져도 곧 다시 볼 수 있다는 인식도 이 무렵이 되어야 가능하다.



많은 부모들이 집에서만 키우면 사회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사회성 발달은 가까운 놀이터에 놀러가고, 이웃들을 만나고, 유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사회성의 기초는 가장 가까운 대상인 부모와 맺은 일대일의 관계이기에 다양한 아이들을 접하는 것보다는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적인 것이 사회성에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좀더 일찍 보내면 좋은 때도 있다. 우선 아이를 돌보는 부모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이다. 아이와 효과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는 부모,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반복하는 부모를 가진 아이라면 어린이집에 간 동안에야 숨을 쉬고 즐겁게 놀기도 한다.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언어 발달이 늦은 아이들도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서 더 많은 또래 자극을 주는 편이 좋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맞벌이가 불가피한데 조부모가 도와주기 어려운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부모의 직장 근처에 어린이집이 있어 근무 중간에 한두 번은 아이와 놀 수 있다면 조금 낫다. 근무 시간이 짧아 근무 후 아이와 충분한 교류가 가능한 경우에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이야기가 언감생심인 부모들이 많다. 그러니 아이 키우기 참 힘들다는 부모들 푸념, 정말로 이유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서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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