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들려주기’는 상상력의 샘

2011.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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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세월이 가면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여럿 있다. 노래방이 생기면서 한 자락 노래를 뽑기가 어려워졌고, 네비게이션이 생기면서 지도를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좋은 그림책이 많아진 것은 반갑지만 따뜻한 아랫목에서 옛 이야기를 듣던 시절은 사라진 듯싶다. 일전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사람이 자기 부족에 전승된 이야기를 한 시간도 넘게 들려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처럼 긴 이야기를 외우고, 주의 깊게 듣는 것이 그들에겐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우리에겐 경이로운 일이 되고 말았다.



옛 이야기 들려주기가 정말 가치가 없어서 사라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야기 들려주기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에서는 얻을 수 없는 큰 장점이 있다.



첫째, 아이의 청각적인 주의력과 기억력을 길러줄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강렬한 시각 자극에 자주 노출되어 소리와 말로만 전달하는 정보에는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쉴 새 없이 자막이 튀어나온다. 그러다보니 출연자들의 말조차 자막으로 시각화해야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갈수록 귀의 기능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평범한 강의나 부모가 부르는 소리에 아이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귀에만 의존해서 듣도록 하면 아이들의 청각적인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 요즘은 그림책들이 너무 좋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아이들은 상상 이전에 이미지로 이야기를 기억하게 됐다. 옛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그려보는 것은 아이의 두뇌 활동을 확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괴테는 자신의 문학적인 자질이 어린 시절 베갯머리에서 어머니에게 들었던 전래동화에서 출발했음을 고백한 적이 있다. 괴테의 어머니는 독일어를 겨우 읽고 쓸 수 있을 수준의 교육만 받았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기 전 괴테에게 늘 옛 이야기를 들려줬고, 결말 부분은 괴테에게 만들어보도록 했다.



셋째,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는 깊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는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의존하며, 의존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에게도 아이에 대한 깊은 애착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애착 형성은 부모에게 자연스러운 권위를 만들어줘 아이가 부모를 더 잘 따르도록 만든다.



어떤 부모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도 아는 이야기가 없다고 푸념을 한다. 하지만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우리나라의 민담을 정리한 책에서부터 ‘세계의 민담’ 시리즈까지 다양한 책들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 하루에 한 꼭지씩 미리 읽어서 그날 저녁 아이들의 잠자리에서 이야기해주자. 이 과정에서 우리 부모들의 두뇌도 좀더 긴 이야기를 기억할 수 있게 단련이 된다면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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