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일방적 자극적인 모빌, 아기에 짜증 줄수도…

이정희 2015. 01. 22
조회수 11743 추천수 0

"아이고~! 이모님 오시기 전에 장난감을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많네요. 차 드시고 전문가의 시각으로 이것저것 더 골라내 주세요- 이번에는 더 과감하게 버려야겠어요. 시댁 어른들이 3개월 전 백일 선물로 비싼 놀잇감을 많이 가져오셨고, 이번 성탄 선물로 시동생과 시누님 두 분이 장난감을 또 가져오셨어요. 시댁 전체에 6개월 된 진수가 유일한 손주이어서, 가족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어요. 집안 모임마다 온 가족이 아이를 신기해하며 놀아줍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해도 육아 용품 뿐 아니라 장난감을 지나칠 정도로 너무 많이 주시네요. 시동생은 해외 출장이 잦은데, 그 바쁜 일정에도 조카 선물은 잊지 않고 챙겨옵니다. 특히 모빌을 자주 선물합니다. 형수님 출산 용품이라고 흑백 모빌을 가져오더니, 이어서 컬러 모빌, 유모차 모빌, 아기 침대용 모빌, 동물 모빌, 클래식 모빌 등 본인에게 신기해 보이는 것들을 사오고, 직접 바꿔 달아줍니다. 새해부터 시댁 가족들에게 좀 불손해 보여도, 주 양육자인 엄마로서 장난감 선물은 이제 사양한다는 선언을 과감하게 해야 될 것 같아요." 

 

04897692_P_0 copy.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풍경입니다. 시골 마을에 아기가 태어나면, 마을 전체가 경사입니다.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지 오래라고 특히 노인들이 좋아합니다. 대도시도 마찬가지로 어느 가정이나 새 생명의 탄생은 집안의 경사입니다. 특히 저 출산 사회의 각 가정에서 어른들이 아기에게 주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장 어린, 귀한 존재에 대한 사랑을 물질로 표시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러나 진수네 거실과 아기 방에 놓여있는 다양한 물건들이 아이 발육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진기해 보이는 고급 장난감들이 어린 아기에게 과연 유익하게 작용할까요? 그 중에서 돌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마다 필수품이 되어버린 각종 모빌에 대하여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재평가 해 보아야 합니다.

 

통념적으로 모빌은 생후 6주부터 3개월 사이 신생아 발달을 위해 유익하다고 말합니다. 즉, 못 움직이고 누워있는 신생아에게 모빌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해주면, 눈의 자극을 통해 시각 발달을 가져오고, 음악이 있는 모빌은 청각 발달에 좋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3-6개월 시기 흔들거리는 모빌은 대체로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이유에서 어른들은 각양각색의 모빌을 아기에게 제공합니다.

 

그러나 영아관찰을 토대로 체계적인 보육학을 제시한 헝가리의 여의사 에미 피클러 (1902-1986)와 놀이 발달을 강조하는 발도르프 영유아교육학에서는 모빌에 대하여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칩니다. 아기 입장에서 모빌은 수동적 놀잇감으로써 감각 뿐 아니라 독립적인 움직임 발달을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누구나 실제 아이를 관찰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영아는 아기 침대나 천장에 매달려 움직이는 모빌 모양들을 인식하면 집중하여 쳐다봅니다. 어떤 음악 모빌은 자동 장치로 최대 40분간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사선으로 천천히 돌아갑니다. 아기는 흥분된 반응을 보이다가 시선을 조용히 고정시키고 그것을 한참 동안 응시합니다.

 

이와 비교하여 영아가 자기 주변에서 흥미로운 사물을 발견하면, 대개 반응 과정에서 변화를 보입니다. 모빌을 쳐다보는 강도로 흥분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극히 드물고, 그 지속시간도 보통 매우 짧습니다. 또한 주변에서 새로운 대상물을 보면, 아이는 애써 그것을 만져보려고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그것을 만질 수 있게 되면, 물건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처음의 흥분은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대상물을 직접 만지면서 세상에 대한 경험을 만듭니다.

 

요컨대 걸려있는 모빌은 아기가 아무리 신기해하고 궁금해도 자신의 손으로 만지며 탐색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아기와 전혀 관련 없이 자동적으로 늘 움직이며 일방적인 자극을 줄 뿐입니다. 바닥에 놓여있는 다른 사물들과 비교하여 모빌은 아기에게 수동성을 강요합니다. 아기가 흥분된 상태로 바라보다가 만지려하면 도망가는 이상한 물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짜증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Q.  진수가 6개월인데, 기기와 뒤집기 등 움직이는 것을 별로 안하고 손쓰기도 안하는 편입니다. 바운서에 의젓하게 누워서 모빌을 보며 발차기만 해대고 있어요. 그래서 사파리 형태의 아기 체육관을 설치해 주었더니 혼자서 아주 잘 노는 편이예요. 조산원 동기인 또래 친구네에 있는 뽀로로 발차기 드럼 체육관도 좋아보였어요. 근데 다른 아기들은 아기 체육관에서 나오는 노래나 효과음을 좋아하는데, 진수는 이런 소리를 싫어하고 효과음에서 나오는 불빛이 번쩍거리면 몇 번 소리 지르다가 울려고 합니다. 아기가 소심한 것인가요?

 

A.  아기 용품의 선전 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특별히 깨어있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바운서가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아기에게 안락하다고 소비자를 유혹합니다. 분유 수유 시 각도 조절되며, 낮잠 재울 때 흔들침대 역할도 하는 다목적 아기 용품으로 초보맘 또는 황혼 육아를 맡은 조부모들이 선호합니다. 그렇지만 아기 입장에서 아무리 고급 바운서라 해도 사람 품을 능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기가 바운서에 “편히” 누워 있으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어른 입장에서 방해 받지 않아서 편리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위험한 대목입니다. 영아기는 자유롭게 많이 움직이는 것이 신체 발달에 유익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아기 체육관 사용도 심각하게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어른 입장에서 40분간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용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명하고 예쁜 색채로 만든 매트 위에 설치된 아기 체육관을 어린 아기가 정말 좋아할까요? 쥬크 박스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함께 다양한 노래와 효과음이 끊임없이 나오는 물건 앞에서 아기는 시각과 청각적 자극을 받아 흥분된 상태로 움직입니다. 아기가 말할 수 있다면, 엄마에게 요청할 것입니다. 저 요란한 기계가 나를 정신없게 만드니, 좀 치워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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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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