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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 빼준다는 ‘커피 관장’ 하지 마세요

2012. 12. 26
조회수 6721 추천수 0

명승권의 건강강좌

의학에서 ‘관장’이라는 말은 장 안에 어떤 용액을 넣는 것을 말한다. 방법에 따라 용액을 주입하는 즉시 배출하도록 하는 ‘배출형 관장’과 장 안에 일정 시간 동안 머무르게 하는 ‘보유형 관장’으로 나눈다. 배출형 관장은 주로 변을 내보낼 목적으로, 보유형 관장은 입으로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나 대장에 생긴 염증을 치료할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요즘 커피 관장이라는 말이 인터넷 등을 통해 꽤 널리 알려지고 있다. 커피 관장을 하면 간을 자극해 간 기능을 좋게 하고 숙변을 제거해 몸에 쌓인 독성물질을 없애줌으로써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커피 관장은 말 그대로 커피를 항문으로 넣어서 대장을 청소하는 관장의 한 종류다. 이 커피 관장은 역사가 꽤 오래됐는데 처음 언급된 것은 1917년이고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20년이다. 당시 독일 의사인 막스 거슨은 여러 질병의 원인이 우리 몸에 쌓인 독소 때문이라며, 이 독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커피 관장과 함께 비타민 등 여러 영양제를 중요한 치료법으로 주장했다. 그리고 막스 거슨은 커피 관장과 관련해 50건의 암 치료 사례를 책으로 썼고 이후 그의 추종자들은 커피 관장이 독소를 제거하는 작용을 통해 항암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막스 거슨 사망 뒤 그의 딸이 거슨 요법을 발전시키고 홍보하면서 1977년에는 거슨연구소를 만들었고 현재까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이 요법을 쓰는 이들이 꽤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미국 국립암연구소와 영국 암연구자선단체에서 검토한 결과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성이나 나이, 건강 상태가 같은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집단은 커피 관장을 하고 다른 집단은 이를 하지 않고 암을 비롯해 여러 질환이 제대로 치료됐는지 비교한 임상시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잦은 커피 관장은 이온 불균형, 감염, 출혈 등과 같은 합병증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 너무 뜨거운 커피를 빨리 주입해 대장에 화상이 생기거나 구멍이 생기는 합병증도 보고된 바 있으며, 커피 관장 뒤 세균 감염으로 혈액까지 세균이 번식해 목숨을 위협하는 패혈증이 나타난 사례도 있다. 또 커피 관장을 오래 하는 경우 일부 비타민·칼슘·지방의 흡수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는 이온 불균형, 탈수 등과 같은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은 커피 관장을 한 연구에 대해 그 부작용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물론 이 요법은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지도 못했다.

거슨 요법에서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비타민이나 각종 항산화제, 즉 영양제를 추천하고 있는데, 이 역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커 사망률을 5%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암이나 감기와 같은 질환이 예방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방광암이나 전립샘암은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커피는 항문으로 주입해 관장을 하지 말고, 기호에 따라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승권.JPG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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