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두뇌발달 ‘공감 대화’부터 준비하라

김영훈 2012. 03. 20
조회수 13479 추천수 0


부모는 아이의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질문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다. 두뇌발달에 좋다는 교구를 들이밀기도 하고, 두뇌음식을 먹이기도 하며, 두뇌발달에 좋다는 문화센터에 등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의 두뇌발달에는 대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대화는 주로 공부하라고 할 때만 사용하지, 아이의 두뇌발달을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

특히 부모와의 대화는 아이의 사고력 발달에 중요하다. 시각이나 말, 감정 및 논리수학의 발달에 감수성기가 있듯이 사고력도 감수성기가 있다. 이마엽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력은 두뇌 활동이 왕성한 유아에서 초등 시기까지 급격히 발달한다. 이때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고력의 구성 영역을 고루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관찰력, 집중력, 언어력, 수리력, 공간지각력, 기억력, 분석, 논리력, 창의력, 과제집착력, 문제해결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창의적인 질문은 사고력을 높이는데, 창의적인 질문을 통해서 민감성, 상상력, 유창성, 융통성, 독창성, 정교성은 물론 의사소통하는 능력이나 예측 및 평가, 의사결정력도 키울 수 있다. 아이의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01608812_P_0.jpg »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나누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한겨레 자료사진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대화의 지침

창의적 사고력이 지향하는 바는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이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은 아이의 인생에 꼭 필요한 시고도구로 창의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사고가 역동적으로 교차한다. 모든 창의적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의 삶을 행복하고 편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때,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야말로 21세기의 미래인재에서 절실히 요구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은 과제집착력을 보이며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해 해결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방법은 독창적이고 독특할 뿐 아니라, 사고방식이 긍정적이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궁금증을 충족하기 위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창의성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대화 원칙은 바로 질문이다.

첫째, 호기심을 키워주는 질문을 하자.

“이게 뭘까?”, “뭐로 만들었을까?”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자. 아이의 호기심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시선이 필요하다. 아이가 궁금해 하면 곧장 답하지 말고 부모도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아이가 놓친 부분을 질문해주는 것이 좋다. “아까 유치원 앞에 핀 채송화를 봤는데 지영이는 봤어? 엄만 그거 보면 난장이가 생각나”라고 질문하며 엄마가 살핀 것도 함께 이야기하는 식이다.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갈무리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둘째, 부모가 먼저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

부모의 질문은 닫혀 있는 아이의 생각을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해준다. 친구와 대화하듯 편하게 질문하면 아이도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에게 질문한 뒤 처음부터 아이 혼자 답을 찾기를 기대해서는 안되며, 엄마가 답을 이끌어주면서 대화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보자.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 아이의 머릿속에는 엄마가 질문할 때마다 ‘왜?’라는 말이 떠오를 것이다.

셋째, 상상력을 키워주는 질문을 하자.

아이의 생각을 확장시키게 하는 또 다른 질문은 ‘만약~’이다. “만약 공룡이 오늘날까지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같은 가정형 질문은 아이에게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한다. 노벨상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아빠는 공룡을 설명하면서 “만약 공룡이 우리집 창문안으로 고개를 내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아이가 엉뚱한 대답을 하더라도 칭찬하라. 아이가 상상력을 발휘하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상상한 것을 말하기 시작한다. 상상을 마치 현실처럼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엉뚱하지만 아이의 상상력을 칭찬해주고, 아이가 상상한 것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다.

넷째, 묻지만 말고 마음을 열어라.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대부분의 말은 “밥 먹어라”“가방 챙겨라” 등 지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와 대화를 하여도 “오늘은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친구와 싸우지는 않았니?” “오늘은 뭘 배웠니?” 등 폐쇄적인 질문이 많다. 이런 질문보다는 차라리 수다를 떨자. “엄마는 오늘 슈퍼에 갔다가 차가 막혀서 힘들었어”라고 엄마의 생활부터 털어놓자. 부모가 마음을 열어야 대화가 풀리기 시작한다.

다섯째, 아이의 질문에 서둘러 대답하지 마라.

부모는 대개는 정답에 길들여져 있고 정답을 알려주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의 일 가운데에는 정답이 없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단답식의 정답보다 부모의 생각이나 가치를 담고 있는 대답이 더 소중하다. 따라서 아이에게 답해주기 전에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자. 아이가 나름대로 대답을 한 다음에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으면 부모의 대답은 더 필요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나 자기 생각을 말한 후 부모의 대답을 요구한다면 그때 대답해 주어도 늦지 않다.

여섯째, 질문하는 행동을 칭찬해주자.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한다면 그런 호기심을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 칭찬을 하자. “어떻게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지? 엄만 생각하지 못했던 거야.” 아이에게 긍정심과 유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칭찬을 하자.


일곱째, 토론을 하라.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창의력이란 남다른 문제의식과 그에 따른 자신만의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말한다. 따라서 아이의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논리적 사고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창의력이 논리적인 사고와 현실성을 바탕으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스케퍼식 질문을 만들어라

부모가 질문을 할 때 창의력 기법을 활용하자. 이렇게 되면 사물이나 문제를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게 돼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 방법에 재미를 붙이면 좋아하게 되고 자주 하게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부모의 질문을 따라하게 되어 창의력이 키워질 것이다. 당장 질문할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스케퍼식 질문을 만들어라.

S(대치하기Substitute): 이 방법은 다른 것으로 대신하거나 전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병따개가 없을 때 병따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사고 활동이다. 병따개가 없으면 병따개 대신 수저를 이용할 수 있다.

C(결합하기Combine): 서로 다른 물건이나 기능, 디자인 등을 서로 결합시켜 사고의 확장하는 것이다. 지우개 달린 연필이나 접착제를 붙인 포스트잇 등이 결합하기를 응용한 예이다.

A(적용하기 Adapt): 주요 목적 외에도 다른 세부적인 목적을 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칫솔을 개선하고자 할 때 개선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기는 개선을 위한 하부적인 목적이다. 즉 “쥐기 편하게 만들려면?”, “가볍게 만들려면?”, “저절로 작동하게 만들려면?”과 같이 목적을 세분해 적용하자. 건전지로 작동하는 전동칫솔이 대표적이다.

M(수정하기Modify): 크기나 모양, 색, 소리, 작동방법을 바꾸거나 수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다. 교통카드를 더 작게 만들 수는 없을까? 핸드폰에 매달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교통카드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P(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Put to other uses): 사람이나 물건의 색다른 용도 생각하는 것이다. 물건의 고유한 용도 대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명함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명함을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다.

E(제거하기Eliminate): 품질을 개선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없애버려야 할 것이나 빼버리면 좋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에 좋지 않은 카페인을 빼버린 커피나 칼로리가 없는 콜라, 줄을 없앤 무선 마우스 등이 있다.

R(반대로, 거꾸로 하기Reverse 또는 재정리하기 Rearrange): 역할을 바꾸거나 위치를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미닫이문의 레일이 아래에 있었으나 요즘은 위에 달려 있을 것이 많다. 레일을 위에 달면 문턱을 없앨 수 있어 아이들이 뛰어다니다 걸려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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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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