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언어발달을 위한 월령별 육아의 포인트

김영훈 2011. 12. 12
조회수 20477 추천수 0

뇌는 시냅스와 가지 돌기의 재구성을 통하여 말을 배운다. 시냅스 수가 절정에 도달하는 어린 시절은, 언어를 전달할 가장 최적의 신경회로를 고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다. 아기가 많은 단어를 접하면 접할수록 언어 발달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회로가 더 정교하게 형성되고 활발하게 활동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의 뇌에서는 언어와 관련된 시냅스가 떨어져나가 신경회로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대뇌의 언어영역이 손상되면 성인들은 실어증을 극복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동일한 손상이 있어도 쉽게 극복한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의 경우 좌뇌의 언어기능이 우뇌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린 아이에서는 언어 신경회로가 막 형성되는 때이기 때문에 좌뇌의 기능을 우뇌가 대신해주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늑대인간처럼 사회적으로 격리되었거나, 조기에 뇌손상을 받은 경우, 선천적으로 청각장애가 있어서 들을 기회가 없는 경우에는 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 우리는 언어를 배우기에 적합한 뇌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난다. 


우리 뇌가 적절한 시기에 언어에 노출되기만 한다면, 아이의 언어 능력은 예정된 대로 자라나 4세가 되기 전에 유창하게 말하고 많은 단어를 기억하며 문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단지 말을 걸고 아이의 말을 듣기만 하면 그들의 언어능력은 활짝 피어날 것이다. 아이가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싶어서이다. 상대방이 듣지 않으면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받아주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하면 아기는 스스로 말을 할 기회나 의욕을 잃어버린다.

 

[월령별 육아의 포인트]


0-3개월: 말을 하기 위한 준비운동을 시키자.

말을 한다는 것은 입술과 혀와 입천장과 후두를 지배하는 수많은 근육의 조화가 필요한 작업이다. 옹알이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방법인 동시에 말을 하기 위한 준비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는 생후 1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울음소리 외에 귀여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때는 아직 ‘아’나 ‘우’같은 간단한 모음소리 정도에 불과하다. 생후 2개월에 목구멍과 입, 혀를 지배하는 신경들의 수초화가 이루어지면 옹알이도 시작된다. 전 세계 아기들의 옹알이 방식은 거의 비슷하다. 심지어 청각장애로 태어난 아기들도 옹알이를 한다. 부모가 아기에게 눈을 맞추고 자주 이야기를 해주자. 아기의 말이 의미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부모와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고 부모의 말소리에 반응을 하는 것이므로 언어 발달에 효과적인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4-6개월: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 자주 이야기해주자.

자음옹알이를 할 수 있는 시기이다. 흉내 내는 소리나 의미 있는 소리는 아니지만 자기의 성대를 이용하여 자음 소리를 낼 수 있다. 또한 부모의 자극에 대한 방응성이 좋아져서 자음옹알이가 늘어난다. 5개월이 되면 우리나라 아기는 우리말다운 억양으로 미국 아기는 영어다운 억양으로 바뀐다. 시기적으로 낯선 소리를 구별할 줄 알고 좋아하는 소리가 따로 있는 등 청각적인 발달이 중요한 시기이다.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 자주 이야기해주는 것은 언어발달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7-9개월: 말을 흉내내도록 유도하자.

아직은 억양을 흉내 내는 수준이지만 7개월이 되면 주위 성인들의 발성을 흉내 낼 수 있다. 이 무렵이 되면 모음뿐이던 발성이 자음이 섞여 ‘빠아 빠아’와 같은 말을 하게 된다. ‘아빠’라는 말을 기억했다가 흉내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빠른 아이들은 부모의 소리를 흉내낼 수 있으므로 말을 흉내 내도록 유도하거나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청각이 잘 발달되어 있으므로 그림책을 또박또박 단어를 반복하여 말해주는 것은 효과적인 언어교육이 될 수 있다.


10-12개월: 말을 통하여 아이의 행동을 유도하라.

생후 10-12개월에는 처음 의미 있는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시기는 아이가 음절의 발음조절이 가능하냐와 사물과 사물의 명칭을 연결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대부분의 아이는 발음을 할 수 있기 전에 약간의 단어를 이해하고 적합한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12개월 정도가 되면 자음의 절반 정도와 대부분의 모음을 발음할 수 있게 된다. 12개월 된 아기는 여성의 음성을 15분간만 들어도 여성의 발음을 그대로 따라하려 든다. 조기의 언어적 경험은 음성의 인식 뿐 아니라 아기의 발음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들이 아이 앞에서 발음을 똑바로 노력하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다. 이 시기에 유아어처럼 부모가 이야기 하면 아기의 언어발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어와 행동의 연결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말을 통하여 아이의 행동을 유도하는 놀이는 언어발달에 효과적이다.


13-18개월: 두뇌 발달에 의해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아이들이 이해하는 단어 수와 실제로 말하는 단어 수가 일치하려면 적어도 5개월 이상이 지나야 한다. 13-18개월 사이에 새로운 단어의 습득은 천천히 진행된다. 아이의 어휘력은 아이가 50단어를 말하는 순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어휘력 향상을 위해 신체 부위를 가르치고, 아이의 행동을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말해주며, 계속적으로 익숙하고 친숙한 사물명과 동작 어휘를 가르치자. 아이가 쉬운 단어나 손짓을 사용하여 의사소통하도록 유도하라. 모든 것을 미리 알아서 부모가 다해 주면 아기의 의사소통 능력발달에 방해가 된다.


19-24개월: 언어로 심부름을 시키자.

어휘의 폭발적인 증가는 두뇌 발달이 급격히 이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19-24개월 아이들의 뇌는 단어에 잘 반응하도록 특화된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자기가 아는 단어와 알지 못하는 단어의 차이를 파악하기 위해 대뇌의 넓은 부분을 이용하지만, 20개월이 되면 왼쪽 관자엽-마루엽만을 이용하게 된다. 20개월이 되어도 몇 단어 밖에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왼쪽 마루엽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수백 단어를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의 왼쪽 마루엽은 이 시기에 이미 활성화된다. 단어, 특히 명사의 저장과 재생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왼쪽 관자엽의 활성도 아이가 새로운 단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증가하게 된다. 사물, 사람, 옷 그림을 보여주고 말하게 하자. 2가지 정도 지시 따르기를 시키고, 언어로 심부름을 많이 시키자. 아이가 두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들기 시작할 때, 아이가 보통 전보체 언어, 예를 들어 "엄마 양말"이라고 말을 하면 엄마는 "그래, 그것은 엄마의 양말이구나"라고 반복해 주어야 한다.


25-30개월: 자기의 요구를 말로 표현하도록 하자.

25개월부터는 하루에 여덟 단어씩 배우는데 이 속도는 초등학교 내내 계속 유지된다. 아이가 6세가 되면 약 1만 3000개의 단어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단어들을 결합하기 시작하는 것은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이다. 이 때 아이들의 단어연결은 무질서한 것이 아니다. 사실상 아이는 ‘아빠가 먹는다’라고 하지, ‘먹는다 아빠’라고는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옷 엄마’라고 하지 않고, ‘엄마 옷’이라고 한다. 아이가 적어도 자기의 요구는 언어로 표현하도록 지도하자. 아이가 모든 것을 적어도 두 단어 이상의 문장으로 의사소통하도록 부모가 지도하자. 나와 너같은 대명사 사용과 과거시제도 가르치자.


31-36개월: 언어와 언어의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올바른 언어 사용의 기본이 되는 문장의 구성력도 처음에는 명사만을 이용하는 한 단어에서 시작해서, 다음으로 명사와 형용사나 명사와 동사만으로 이루어진 두 단어 문장으로 진화하고, 드디어 간단한 조사가 더해져서 언어와 언어의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표현어휘를 가르쳐라. "언제""왜"로 시작하는 질문 등을 부모가 자주 사용해 아이의 이해를 도와야한다. 두 개의 사물과 두 개의 동작이 포함되는 심부름을 시키자. 아이에게 다양한 감정 표현을 가르치고 언제, 왜, 어떻게 같은 모든 의문사를 이해하고 우리나 너희같은 복수대명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자.


4세: 경험한 일을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자.

4세 정도가 되면 아이는 단순한 가정문이나 조건문도 사용할 줄 알게 되고, 적절할 때, 의문문 끝에 “아니?”를 붙여 말한다. 관련 없는 두 가지 지시를 수행하도록 가르친다. 친숙한 물건의 사용법을 물어보고, “어떻게”가 들어간 질문을 많이 사용하여 대답을 유도하여야 한다. 바로 전에 경험한 일을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이고 일어난 순서대로 두 가지 사건을 말할 수 있게 가르치자. 과거 형태나 미래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격려하라.


5-6세: 사물, 사람, 사건의 관계를 전체로 합해서 말하는 경험을 늘리자.

5-6세가 되면 아이의 말에 어휘 수가 늘어나고 문장은 점점 더 길어지고 대화도 더욱 잘 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발달하는 밑바닥에는 더욱 의미심장한 변화가 있다. 이제 아이는 자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관계를 평가할 줄 안다. 아이는 낱말이라는 것은 본래의 뜻 이외의 무엇인가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가 문장들을 서로 연관시키며 전체 사건들 사이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 그러면 문장 하나는 이제 고립된 실체가 아니며 아이는 말하는데 더욱 능숙하게 된다. 이제 아이는 문장에 나오는 지식 정보를 하나의 전체로서 동화시킬 수 있으므로, 대상물과 대상물 사이의 관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과의 관계, 한 사건과 다른 사건과의 관계, 현재의 대화와 과거 대화와의 관계를 하나의 전체로 합하는 말하기 경험을 늘리자.

 

[정상 언어발달의 체크리스트]

 

0-3개월

- 소리 특히 부모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 옹알이(특히 모음소리)

- 감정상태에 따라 다른 울음과 깩깩거림(squeals)을 보인다.

4-6개월

- 소리를 듣고 소리의 위치를 안다.

- 친한 양육자의 언어의 감정이 실린 높은 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 표시를 시작한다(예를 들어 팔을 올린다든지 음식이 보이면 흥분한다든지).

- 소리, 두음절 소리와 약간의 자음을 흉내낸다.

7-9개월

- 반복되는 소리보다는 자장가를 더 잘 듣는다.

- 단조로운 운(rhyme)과 억양이나 거꾸로된 말같은 까다로운 것보다는 친근한 운을 더 좋아한다.

10-12개월

- 부모의 의미가 있는 소리에 반응을 한다.

- 감정적 톤의 변화에 적절하게 반응한다.

13-18개월

- 의미있는 단어를 사용한다.

- 알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소리를 내려고 한다.

- 뒷말을 따라한다.

19-24개월

- 많은 단어를 이해한다.

- 간단한 명령을 수행한다.

- 50단어의 어휘

-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한다.

- 말을 흉내낸다- 즉시 혹은 나중에

- 조음은 자주 부정확하다.

- 일상 도구나 장난감을 상징화할 수 있다.

- 노래가 이어지며 소리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25-30개월

- 성인 말의 60-80%를 이해한다.

- 말뜻의 차이를 이해한다.

- 200단어의 어휘

- 3-4단어 문장을 말한다.

31-36개월

- 소꿉장난을 한다.

- 두 가지 구성의 명령을 수행한다.(의자에 인형을 놓아라.)

- 질문을 한다.

- 노래를 부르고 음절을 반복한다.

- 완벽한 음높이를 갖는다.

4세

- 경험외적인 내용외에는 성인의 대화를 이해한다.

- 광범위한 어휘를 가진다.

- 정확한 문법을 사용한다.

- 일부 표현은 미성숙하다.(특히 ‘s’,'sh','th' 그리고 'w')

- 상상적 놀이와 대화를 한다.

- 무엇이든지 묻는다.

5-6세

- 집에서나 밖에서나 성숙된 말을 하고 높은 지능을 요구하는 내용만 이해하지 못한다.

- 언어는 지능적이고 문법적으로도 정확하다.

- 일어난 일, 이야기 그리고 지식을 다시 말할 수 있으며 활발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 크게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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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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