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놀림 발달을 위한 원령별 육아의 포인트
소근육 운동은 젓가락질, 연필잡기, 종이접기처럼 놀이와 학습에 필요한 미세한 손놀림을 말한다. 그런데 이처럼 미세함과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소근육 운동은 뇌를 많이 활성화시킨다. 그래서 부모는 블록놀이나, 퍼즐맞추기 등 소근육 운동을 발달시키는 손놀림 놀이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 소근육 운동의 발달을 위한 월령별 육아의 포인트를 알아본다.
▶ 0~3개월: 손을 빨면서 자아를 발견한다
처음에 손이 입 근처에 오면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물던 아기도, 생후 2-3주가 지나면서부터는 의식적으로 손을 입으로 가져가 물게 된다. 반사적인 행동이 의식적인 행동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아기의 감각 중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것이 입술과 혀의 촉각이므로, 아기는 입을 사용하여 주변 사물의 형태를 관찰하거나 확인하게 된다. 손가락 빨기는 입과 혀로 사물의 형태를 확인하려는 탐색 활동이다. 아기는 자기의 손을 입으로 가져가 넣고 빨면서 손의 모양과 질감을 익힌다. 아기가 입으로 가장 먼저 물고 빨게 되는 손은 아기가 자아를 발견하는 첫 번째 대상물이다.
» 한겨레 자료 사진
▶ 4~6개월: 손으로 잡아 호기심을 충족한다
생후 4개월이 되면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어 잡기 시작하는데, 이는 눈과 손의 협응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눈도 장난감에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기 시작한다. 장난감을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손가락을 잘 사용하여야 하는데 생후 6개월에는 이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아기는 손에 닿는 것들을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면서 호기심을 충족한다. 아기의 식탁앞이나 침대 앞에 대롱대롱 장난감을 매달아놓자.
▶ 7~9개월: 흉내내기로 워킹메모리를 키우자
7~8개월경부터는 드디어 검지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검지의 사용은 손놀림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검지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손놀림의 능숙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기가 생후 8개월이 되면 숟가락을 주어 혼자 떠먹기를 시도하자. 이 시기에는 양손에 블록을 하나씩 들고 맞부딪치면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아기는 스스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맞부딪치는 동작은 양손이 서로 협응되어야만 가능한 동작이다. 양손의 협응으로 짝짜꿍, 잼잼 놀이도 가능해진다. 생후 7~8개월 무렵이면 아이는 손놀림으로 엄마 아빠의 특징적인 동작을 따라한다. 컵으로 물을 마시는 흉내도 내고, 아빠가 ‘바이바이’ 하고 손을 흔들면 아이도 아빠를 따라 손을 흔든다. 워킹메모리가 발달하여 아빠의 손동작을 기억한 다음 손으로 동작을 재현하는 것이다. 학습에 중요한 워킹메모리의 발달을 위해서는 손놀림을 이용한 모방놀이가 제격이다.
▶ 10~12개월: 핀셋 집기는 손놀림의 하일라이트이다
생후 10개월 정도가 되면 손끝이 제법 섬세해져 엄지와 다른 손가락만으로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이른바 ‘핀셋 집기’가 가능해진다.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생기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직접적인 포인팅(pointing)이 활발해지는 시기다. 이 무렵에는 검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주는 게 중요하다. 소근육운동이 좋으면 머리가 좋다고 하는 이유는 소근육운동이 대뇌겉질과 소뇌의 협력으로 발달하는 것이고 대뇌겉질과 소뇌의 발달은 비슷한 시기에 성숙되기 때문에 소근육 발달이 빠른 아이는 대뇌겉질의 기능의 하나인 인지기능도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근육이 발달한 아이들 중에서 머리가 좋은 아이들이 많고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는 대체로 지능검사에서 낮은 결과가 많다.
▶ 13~18개월: 정교한 손놀림은 지능이 높다는 증거이다
손놀림은 단순히 소근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구 고정, 눈과 손의 협응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청각, 시각, 촉각 등의 감각과도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의 연령에 맞는 손놀림을 하는 아이 중 발달 지체를 보이는 아이는 거의 없으며 소근육 발달이 빠른 아이는 지능 또한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이제는 아이가 어느 순간 갑자기 문고리를 잡아당겨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손목의 조절 능력이 발달해 문고리를 손으로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질을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무언가를 가리킬 때면 손가락 5개를 모두 벌린 채 손을 뻗었다면 이제는 차츰 집게손가락으로 움직이는 물건과 소리 내는 물건, 알고 싶은 물건을 가리키게 된다. 언어 및 의사소통 능력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로 이때의 손가락질은 원하는 물건을 명확히 가리키는 표현 수단이 된다.
▶ 19~24개월: 아이의 놀이에 목적이 있다
생후 18개월에는 생활놀이를 통하여 소근육운동을 발달시키자. 가령 모래밭에서 양동이에 모래를 넣은 후 삽으로 다시 모래를 파내는가 하면, 다시 다른 그릇에 옮겨 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또한 목적이 있는 놀이를 하는 것도 특징이다. 생후 18개월경부터는 쌓는 데 목표를 갖고 더 높이 쌓으려고 애를 쓴다. 생후 18개월 무렵이면 블록을 3개 이상 쌓을 수 있는데, 블록을 쌓는 것도 좋아하지만 블록을 넘어뜨려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이때 블록은 손에 쥐기 쉬운 커다란 것 위주로 고르되 아이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테두리가 부드러워야 한다. 아이는 18개월 전후로 색깔과 도형에 관심이 생기는데, 이때 유아용 안전 가위로 직접 색종이를 잘라보게 하자. 손의 근육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쌓기와 끼우기가 가능한 레고류의 놀잇감도 소근육 자극에 효과적이다. 24개월이 되면 스스로 바지나 신발을 벗는 것부터 시작해 차츰 입고 신기도 가능해진다.
▶ 25~30개월: 손놀림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25개월부터는 여러 가지 자극을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거워하는 시기이다. 주변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조에 이른다. 특히 손과 눈의 협응과 손가락 간의 협응이 모두 가능하므로 색칠하기, 모양 따라 그리기, 블록 놀이와 퍼즐 놀이, 종이를 자르거나 접기, 찰흙놀이 등의 놀이를 통해 손놀림이 발달한다. 이 중 블록 놀이와 퍼즐 놀이는 눈과 손의 협응력뿐 아니라 블록이나 퍼즐을 집고 놓는 손의 조절 능력과 감각 인지 발달의 변별력 등을 요구하는 놀이이다. 그리고 색칠하기는 연필이나 크레용을 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기면서 긁적거리는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형태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원하는 대로 색칠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에는 낙서를 하더라도 방향이 없이 마구하다가, 팔꿈치를 움직이며 좌우로 낙서를 하게 되고, 손목과 손가락 관절을 이용하게 되면 상하로 낙서를 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아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제법 있으니 일정 부분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단추 풀기, 양말 벗기, 지퍼 내리기, 치마나 바지 벗기 등을 아이 스스로 하도록 해 소근육 발달도 돕고 생활습관도 형성시켜주자.
▶ 31~36개월: 마음대로 표현하게 하자
비교적 형태를 갖춘 그림을 그리는 시기는 생후 30개월 무렵이며, 만 3세 이후부터는 나름대로 형태가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되고, 만 4세가 넘어서면 아이의 설명을 듣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아직 원이나 직선 정도만 그릴 수 있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그리라고 하면 동그라미와 점 직선을 이용하여 마치 흑점이 있는 태양과 같은 모양의 사람을 그려놓기도 한다. 그림 그리기는 아이의 인지 능력을 비롯해 심리 상태를 엿보는 단서가 될 수도 있으므로 부드러운 크레파스와 잘 그려지는 펜을 주고 마음껏 낙서할 기회를 자주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