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놀림으로 지능을 예측할 수 있다
손놀림은 전체를 움직여 큰 운동을 하는 대근육 운동과는 달리 몸의 상지, 특히 손과 손가락을 사용하는 소근육 운동을 말한다. 소근육 운동은 눈과 손의 협응, 두 손 사용의 협응, 사물의 조작력 그리고 손가락의 민첩성과 힘의 4가지 주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이 조화를 이룰 때 아이는 손놀림을 잘 할 수 있다. 손놀림은 아이의 지각능력, 모방 기능과 관련이 깊으며 신변처리 기술과 쓰기 학습에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요즈음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손놀림을 돕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섬세한 손놀림이 두뇌 발달에 중요하다는 이론이 속속 발표되면서 손놀림을 발달시키는 놀이법이나 놀잇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두 손을 모두 사용하여 좌우뇌를 모두 발달시키자는 논의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학자들은 요즘 아이들이 예전보다 손을 많이 쓰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자동화되어가는 세계에서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일들이 오히려 줄어들었고 단순하게 단추만 누르면 되는 놀이가 많기 때문에 손가락을 가지고하는 일이나 놀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요즈음에는 젓가락질을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손놀림은 지능과 관련이 깊다.
손을 관장하는 부분은 대뇌겉질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인체 각 부위의 기능을 관장하는 운동중추 면적의 30%가 손에 해당한다. 대뇌겉질의 크기는 운동의 정밀도와 복잡성에 따라 정해지므로 손놀림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정보처리를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손놀림은 손가락 끝의 협응운동으로써 나무블럭, 작은 공, 구슬과 병 등을 사용하여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손놀림이란 단순한 소근육 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구의 고정, 눈과 손의 협응 등이 이루어져야 하고 청각, 시각, 촉각 등의 감각과도 상호작용을 하여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외부를 탐색하며 그것에 적응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손놀림은 지능과 관련이 깊은 동작이 된다. 아이가 자기 연령에 맞는 손놀림을 하면 정신지체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손놀림이 빠른 아이의 지능은 비교적 높다. 예를 들어 24개월 된 아이가 언어 발달이 늦는 경우, 이 아기가 8개의 입방체를 쌓아올릴 수 있고 주의집중을 잘 한다면 이 아이는 정신지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첫째, 감각연합영역의 뇌를 발달시켜 연상력과 협응력이 증가한다.
무언가를 움켜쥐고 놓는 손놀림은 촉각과 시각을 동시에 발달시키며 협응하는 능력을 키운다.
둘째, 손놀림은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손놀림이 기억해내기 힘든 단어를 상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손을 움직이지 않도록 막대를 꼭 잡고 있는 사람에게 단어를 찾도록 하는 퀴즈를 내면,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을 때보다 정답을 많이 틀리고 답을 하는 시간도 더 걸린다고 한다. 또한 여섯 달 동안 피아노 레슨을 받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림조각 짜 맞추기 능력이 34% 향상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셋째, 사고력을 향상시킨다.
블록처럼 무언가를 결합시키는 손놀림 놀이는 생산적 사고를 하는데 필수적이다. 말이나 다른 신호에 논리적인 연관성을 형성하기 전이라도 블록놀이를 하면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나중에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넷째, 창의력을 발달시킨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가지고 놀다보면 자기가 그리거나 만든 모양이 아이들마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림을 그리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블록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유난히 좋아하는 모양이 있다.
다섯째, 손놀림을 통하여 물건의 모양, 크기, 범주 등을 익힐 수 있다.
손놀림 놀이는 훗날 아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 사물의 구조, 균형감각도 배울 수 있다.
여섯째, 손놀림은 운동지연이나 운동장애를 조기에 알아내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12개월 이전의 아기가 한쪽 손만을 주로 쓴다면 운동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12개월 이전에는 한쪽 손만을 주로 쓰는 일은 거의 없으며 양쪽 손을 모두 동일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곱째, 손놀림을 평가하여 지능을 예측할 수 있다.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지능을 반영하는데 아이가 그리는 인물화를 가지고 아이의 나이를 예측할 수 있다. 만 3세 아이는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고 만 4세에는 네모를 그릴 수 있으며 만 5세가 되면 세모를 그릴 수 있다. 3세나 4세 아이들이 그리는 사람은 대개 동그라미의 변형이다. 대부분 팔다리가 머리에 붙어있거나 몸에 직접 얼굴이 이어서 그리는 식이다. 그러나 7-8세가 되어서 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그린다면 정신지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손놀림 발달에 좋은 놀잇감과 놀이
이렇듯 손놀림은 두뇌 발달과 직결되므로 손놀림을 섬세하게 함으로써 아이의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손놀림을 자극할 수 있는 놀잇감에는 레고, 나무블럭, 공, 크레용, 나무나 딱딱한 고무로 만들어진 그림 맞추기, 간단한 리듬악기, 간단한 기하학적 형태가 들어있는 판, 아이가 꿸 수 있는 나무구슬 등이 있다. 손놀림을 발달시키기에 좋은 놀이에는 찰흙 놀이, 가위질, 젓가락질, 운동화 끈 매기, 실뜨기 놀이, 종이접기, 악기연주 등이 있다. 특히 부모와 같이 하는 블록 놀이는 뇌발달에 효과적이다.
손놀림에는 잡기, 쥐기, 놓기, 협응, 조작하기, 집어 올리기, 종이접기, 말뚝판 꽂기, 용기 속에 물건담기, 쓰기, 형태판 끼우기, 블록 쌓기, 크기 순서대로 끼워 넣기, 구슬 끼우기, 색칠하기, 그리기, 자르기 등의 행동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중 어느 기능을 발달시키느냐에 따라 손놀림 놀이를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양손과 눈의 협응을 발달 시킨다.
대표적인 놀이에는 구슬 끼우기, 굴러오는 구슬 잡기, 종이 반으로 접기, 종이를 대각선으로 접어 삼각형 만들기, 가위로 종이 자르기, 5cm폭 종이 자르기, 찰흙 길죽하게 만들기, 찰흙 밀대로 밀기, 찰흙판에 모양틀 찍기, 블록으로 탑쌓기, 블록으로 다리 만들기, 컵에 우유 따라 마시기, 음료수 병뚜껑 열기 등이 있다.
둘째, 민첩성과 집중력을 길러준다.
대표적인 놀이에는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작은 콩 담기, 스티커붙이기, 클립을 종이에 끼우기, 숟가락을 물 옮겨담기, 저금통 속에 동전 넣기, 병속에 구슬 넣기 등이 있다.
셋째, 손가락을 이용한 손놀림을 발달시킨다.
대표적인 놀이에는 각 손가락 맞대기, 빨래집게를 상자에 꽂기, 집게로 물건 옮기기, 물감 짜기, 스포이드로 물 옮기기, 펀치로 구멍 뚫기 등이 있다.
넷째, 손목을 이용한 소놀림을 발달시킨다.
대표적인 놀이에는 연필 깎기, 망치 치기, 국수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볼트 조이고 풀기 등이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그림. 도형을 그릴 수 있는 평균 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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