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신생아 서둘러 씻길 필요 없다

김영훈 2011. 09. 05
조회수 27851 추천수 0



da7231b83872aa861813d86579215fd2. » 한겨레 자료사진.



신생아는 성인보다 더 긴밀하게 후각에 의존한다. 생후 3개월이 되기 전까지 아기는 시야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각 대신 후각에 의하여 사람을 구분한다. 아기가 처음 엄마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이 후각 때문이다. 신생아의 머리 맡에 자기 엄마의 젖을 적신 거즈와 다른 엄마의 모유를 적신 거즈를 놓아주면 아기는 자기 엄마의 젖이 묻는 거즈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는 연구가 있다.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냄새에도 민감한 것이다. 아기는 냄새의 강약과 냄새가 나는 장소도 정확하게 알아낸다.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병을 주면 머리를 다른 데로 돌리고, 엄마의 젖 냄새가 나면 다가간다. 이것은 아기가 냄새의 진원지를 알 뿐 아니라 좋고 나쁜 냄새를 판단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후각의 뇌



신생아는 시각이나 청각이 미숙한 대신 후각이나 미각, 촉각이 발달되어 있다.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 감각으로, 주위의 특정 물질에 반응하여 신경 흥분이 시작된다. 후각물질이 비강으로 들어와 후각상피를 덮고 있는 점액층에 녹아들게 되고, 이 때 점액층에서의 후각물질은 대기에서보다 약 1만 배 정도까지 고농도로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고농도로 농축된 후각물질은 후각세포의 후각수용체를 자극하게 되고, 그에 따라 세포내에서 전기적 신호가 생겨 이는 후각세포에 붙어있는 후각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후각신경의 자극은 결국 후각을 인지하는 대뇌에 이르게 되어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후각은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회로에 직접 연결된다. 일부는 변연계로 연결되어 냄새, 그리고 냄새와 관련된 연상에 관한 기억과 학습에 기여할 뿐 아니라 마음을 안정시키기도 한다. 후각정보는 결국 대뇌의 고위 영역에 도달하는 것이다.



후각은 기억·학습에 중요



일차 후각 영역에 있는 뉴런들은 이마겉질로 후각정보를 보내는데 이 부분이 최종적으로 냄새를 구별하고 인식하는데 관여한다. 이 부분에서 후각과 미각이 종합되어 우리가 맛을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지각되고 기억된 냄새는 모든 이미지와 연결되고 대부분 그 이미지를 표현하는 언어와 결부된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냄새를 맡게 되면, 특정한 장소나 기억들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후각의 신경세포가 기억과 감정, 인지와 관련된 뇌의 영역, 예를 들면 대뇌 겉질과 변연계에 속해있는 해마,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기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



후각은 엄마의 젖꼭지를 찾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엄마와 유대감을 형성하게 해주어 정서적 안정을 이루는데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특정한 담요나 인형에 집착하는 것도 냄새가 아이를 안심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담요나 인형을 입이나 코 가까이 들고서 자신의 냄새를 맡으며 위안을 얻는다. 엄마가 담요나 인형을 세탁하면 아이가 싫어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부모는 후각이 유대감과 정서적 안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식하고, 아기의 후각 환경을 최대한 쾌적하고 안락하게 꾸며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기가 가지고 있는 예리한 후각은 성인이 되면서 서서히 퇴화한다. 퇴화는 어려서부터 시작되는데, 감염 및 흡연, 오염물질과 독소에 노출되면서 점차 후각은 둔화된다.



후각발달을 위한 부모의 지침



첫째, 신생아를 서둘러 씻기지 마라.



최근 연구에는 갓 태어난 신생아가 태아 때의 양수 냄새에 더 잘 반응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양수를 가슴에 바르면 젖을 먹이기도 더 쉽고, 양수 냄새를 맡게 하면 아기가 덜 운다고 한다. 이러한 관찰들은 아기가 태어났을 때 서둘러 씻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양수 냄새는 아기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둘째, 신생아 초기에는 향수를 사용하지 마라.



엄마는 아기가 3개월이 되기까지 향수와 같은 것을 뿌리지 않는 편이 좋다. 자연그대로의 냄새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또 이 시기에는 아기가 악취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서도 안 된다. 젖은 기저귀를 그대로 채워두면, 여기는 금세 그 냄새에 익숙해져서 불결에 대한 불감증이 생기고 만다.



셋째, 신생아의 코막힘을 잘 관리하라.



출생 직 후 쥐들의 한쪽 콧구멍을 막아 냄새를 맡지 못하게 하면 막힌 쪽의 후각신경은 성장이 저하된다. 뉴런의 수도 줄고, 막히지 않은 쪽에 비해 크기도 25% 정도 줄어든다. 냄새가 풍부한 곳에서 출생 후 21일간 키운 쥐는 늘 같은 냄새가 나는 곳에서 키운 쥐보다 냄새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의 수가 20%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런 변화는 뇌로 향하는 후각정보의 흐름과 기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아기가 코가 막히지 않도록 잘 관리하여야 한다.



넷째, 아기가 좋아하는 향기를 통해 자극하자.



아기의 후각은 출생 직후에는 어른보다 더 민감하다. 특히 태어나서 얼마 안 된 아기는 후각을 통해 엄마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고, 모유 냄새와 우유 냄새의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아기가 좋아하는 향을 맡게 되면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되므로, 과일이나 버터, 바닐라 향과 같이 아기들이 좋아하는 향을 통해 수시로 자극을 주면 좋다.



다섯째, 자연의 향기를 자주 맡아라.



인위적인 냄새보다는 자연의 향이 좋다. 사과, 자두, 우유, 모유 등 자연의 향이 더 후각 발달을 돕는다. 요리할 때는 물론이고 산책할 때에도 솔잎이나 들꽃을 따서 아기에게 자연의 향기를 맡을 기회를 자주 준다.



여섯째, 꽃향기나 과일향을 이용하여 후각을 자극하고 어휘력을 늘리자.



향기가 있는 꽃을 아기 코 근처에 대어 후각을 발달시키자. “이건 장미야. 향이 참 좋지? 한 번 맡아볼래?” 엄마의 말과 함께 향을 맡게 해주면 언어도 발달하게 된다. 신선한 제철 과일향을 맡게 하라. 귤을 코 끝에 대주면서 "이것은 귤이란다. 향이 어떨까? 참 달콤한 향이네." 하고 말을 걸어 주며 놀이를 한다. 엄마가 한입 베어 과일 속에서 나는 향도 함께 맡게 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일곱째, 산책을 하자.



비가 오고 난 후,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산책을 하여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를 체험하게 한다. 산책을 통해 자연의 향을 자주 맡게 해주자. 산책을 하면서 들풀이나 꽃을 하나 떼어주어 코를 자극시키자. 나뭇잎과 꽃잎에 맺혀 있는 물방울도 눈으로 직접 보게 해주고, 꽃잎에서 나는 촉촉한 향기에 대해서도 부모가 말로 표현해준다.



여덟째, 아이가 조금 크면 엄마의 향수를 이용하자.



향수를 묻힌 손수건을 아기의 코밑에 두세 번 정도 스치게 해준다. 월령이 높아지면 무릎에 앉혀서 향수를 각각 다른 것으로 바꿔 후각 자극 놀이를 해본다. 이때, 향은 너무 진하지 않은 것이 좋다. 아기 코밑에 향수를 뿌린 헝겊 공을 슬쩍 스쳐 지나게 한다. 바닥에 헝겊 공을 놓고 아기가 그것을 잡는지 지켜본다.



아홉째, 냄새를 구별하는 놀이를 하자.



빈 분유통 속에 솜을 넣고 향료를 뿌린 후 뚜껑을 닫는다. 구멍이 뚫린 분유통의 뚜껑에 코를 대게 한 후, 냄새를 맡게 한다. "딸기향이야, 달콤하지? 이건 포도향이란다. 지난번에 먹어봤던 그 포도랑 향이 어때?" 부모가 향에 대한 많은 언어표현을 해주면 좋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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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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