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딸, 아내의 10년 고민을 해결하다

권오진 2016. 03. 14
조회수 9449 추천수 0

안개꽃.JPG

 

일요일 밤 11시에 집에 돌아왔다. 거실에서 딸이 소파에 초췌한 모습으로 쓰러져있다. 딸은 아빠를 보자, “아빠, 나 지금 일어날 수 없어요. 엄마의 고민을 지금까지 해결해주고 이제 막 소파에 누운거예요라고 한다. 이어 안방에서 아내를 마주치자 딸이 도움이 돼?”라고 묻자 도움이 됐다고 환한 얼굴로 반색을 한다. 그러면서 딸이 정리해준 프린트물을 보여준다


딸은 금요일 밤, 2주만에 집에 왔다. 그리고 일요일 정오에 나는 딸에게 문자를 보내서 "커피 사줄까"라고 묻고 딸이 동의하여 아내와 함께 오후 6시에 동네의 럭셔리한 커피숍에 갔다. 딸과 마주할 시간이 별로 없기에 일부러 시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셋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내의 당면한 고민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아내는 10년째 북아트를 하고 있다. 이미 전국 규모의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을 받은 창의적인 사고의 소유자다. 한 번 집중을 하면 완벽하게 일을 끝내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비슷한 일 3개를 동시에 하게되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며 심지어 패닉 상태가 되면서 일 처리를 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보통 중요한 일이나 혹은 쉬운 일부터 하면 되지만 아내는 초긴장을 하면서 자신을 학대하기까지 한다. 그러니 주위 사람이 힘들다


브런치와 파스타.JPG » 브런치

커피숍에서 1시간을 이야기를 하다가 딸이 아빠, 먼저 집에 가세요. 엄마는 제가 해결할께요라고 한다. 아빠 없이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투다. 그 말이 싫지 않았다. 그 말에 슬그머니 일어나서 사무실로 갔다.

 

딸은 커피숍에서 엄마와 2시간 반을 이야기를 하고, 집에서 다시 2시간동안 일정표를 상의하고, 짜주면서 밤 11시가 되어서야 마쳤다고 한다. 결국 딸은 엄마의 스타일을 간파하고, 각 업무에 대하여 프로세스를 도표로 만들어주었으며, 이에 아내도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딸은 이별을 겸한 출근했다

 .

1주전, 딸에게 문자가 왔다.

"아빠, 토요일 점심에 엄마와 신촌으로 오세요, 제가 맛있는 음식을 사드릴께요"

 

하지만 점심에 가려면 낮에 글을 쓸 수 없기에 거절을 했다. 그러자 토요일 점심을 사주려고 금요일 저녁에 집에 왔다. 딸은 다이어트를 하기에 저녁에는 밥을 먹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견하면서 속내는 싫지 않았다. 토요일 점심, 딸이 좋아하는 죽전동 카페거리의 카페에 갔다. 봄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딸이 추천하는 브런치와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그래서 혼자 살기도 어려운데 웬 점심이냐고 물었더니 야근비 받은 것이라고 넉살을 떤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엄마, 아빠와 태국 여행을 보내드린다고 말한다. 그 말이 낮설었다


딸은 작년 8월에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 전후로 몇 번의 인턴 생활을 했다. 작년 말에는 포털 회사에에 500:1의 경쟁을 뚫고 합격을 했다. 그 말에 기가 막혔다. 취업도 아니고 인턴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 현실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월까지 2달을 다녔다. 그리고 다시 취업을 전제로 2차 인턴에 합격했다. 2차 인턴이라니... 그래서 3월부터 출근했다. 요즘 3포시대, 7포시대, 청년들의 취업 절벽이란 말이 실감났다. 나는 주로 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마치, 생생한 삶의 체험 현장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비도 오는데 꽃시장에 갈까?”라고 말을 던졌다. 아내는 주저한다. 그러자 딸이 무릅을 치면서 아빠, 결혼기념일이 가까와서 꽃시장 가려는 거죠?”라고 격하게 반응한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 이맘때 결혼 25주년에 딸을 불쏘시개로 사용하여 꽃시장에 함께 방문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아니라고 부정을 했지만 이미 작년의 경험이 평행이론이 되어서 딸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퐁퐁과 버질리아.jpg » 퐁퐁과 버질리아.

이럴 때, 내가 하는 말,

"비도 오는데 가볍게 드라이브나 합시다."

그러자 꽃을 좋아하는 아내는 결국 동의를 했고, 차를 몰고 양재동 꽃시장에 가서 꽃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아내는 딸이 좋아하는 스투키라는 식물을 사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딸이 아빠, 아래층 단골 꽃집에 가요라고 제안을 한다. 나는 이렇게 노출이 되면서 사주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생경스러운데 딸의 제안이 고마웠다


20년이 넘는 단골 사장님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었다. 딸은 갑자기 남아공에서 직수입한 폼폰(퐁퐁)을 보더니 흥분한다. 몇 달전에 한 송이에 6,000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딸은 그것과 버질리아를, 아내는 안개꽃이 필이 왔다고 해서 한 다발을 사주었다. 사장님은 그동안 대학생 아들이 두번이나 꽃 사진을 찍으러 여기에 왔다고 말한다. 사장님은 보통 오후 2시 이후에나 출근하기에 아마 더 왔을 거라고 추측한다.

 

2주만에 본 딸과의 23일 동안 점심도 먹고, 꽃시장도 가서 꽃도 구입하고, 커피숍도 들렀다.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커피숍에서 딸이 아빠, 내가 결혼을 일찍 하려는 이유는 엄마와 아빠가 사는 모습이 50%구요~”라고 한다.


엄마와 아빠가 사는 모습이 괜찮아서 자기도 일찍 결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빠가 아주 가끔, 2시에 사무실에 원고를 쓰러간다고 나가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이해가 된다고 말한다


엄마의 고민도 해결해주는 딸. 이제 몸만 홀로서기를 한 것이 아니라 정신도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이들이란 부모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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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 교장. 행복가정연구소장. sbs ‘우아달’ 자문위원. 아빠가 하루 1분만 놀아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1분 놀이’의 달인이다. 13년간 광고대행사 대표로 재직하다 IMF 때 부도가 난 뒤 그저 아이들이 좋아 함께 놀아주다보니 아빠놀이 전문가가 되었다. 놀이는 아빠가 아이에게 주는 최고의 사랑이자, 아빠와 함께 하는 놀이를 통해 15가지 인성 발달뿐 아니라 9가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저서로는 <아빠의 놀이혁명>, <아빠의 습관혁명>, <아빠학교>, <아빠가 달라졌어요>, <아빠 놀이학교>,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등이 있다.
이메일 : bnz999@hanmail.net      
블로그 : http://cafe.naver.com/sw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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