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책상보다는 거실의 식탁에서 공부하게 하라

김영훈 2016. 06. 24
조회수 131009 추천수 0

해외학회에 갔다가 돌아온 어느 날이었다. 오랜만에 아이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아이가 게눈 감추듯이 밥을 먹고는 일어나서 자기 방에 가는 것이다. 아이와 밥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도 하고 싶고 아이 얼굴도 보고 싶은데 아이는 부모와 눈도 맞추지 않고 먼저 식사를 하더니 벌떡 일어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좀 더 함께 있다가 일어서라고 했더니 몇분 앉아 있다가 이제 일어나도 되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라라고 말했지만 좀 아쉬움이 있었다.

 

04639341_P_0.JPG » 식탁. 한겨레 자료 사진.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이며 토론식 교육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센델교수는 두 아들이 5~7세쯤부터 온 가족이 저녁식사 식탁에 둘러앉아 토론식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두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그 상황에서는 어떤 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딜레마는 무엇인지 토론하였다. 토론주제는 동화책 속에서 찾기도 하였는데, 이야기를 읽은 후에 이야기의 주인공이 옳은 행동을 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와 같은 것들을 토론했다. 복잡화하고 다원화되는 현대의 사회에서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는 협업과 융합능력이 중요해진다. 이것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토론과 대화로 이루어지는 소통 능력이다. 밥상머리는 소통이 이루어지고 협업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공부방을 만들어주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핵가족화되면서, 집에서 가족과 같이 하루에 한끼의 식사조차 같이 먹기가 어려운 실정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은 협업이 아닌, 혼자 공부하는 독서중심의 교육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부모는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공부방을 만들고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부방으로 인하여 오히려 가족과 소통이 단절되기도 한다


특히 유아들은 엄마 곁에 있을 때 안심하고 미지의 일에 도전하는 습관을 갖기 쉽다. 과제를 하다가 모르는 것을 발견해도 도전하려는 향상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요즈음은 유치원 아이들에게 까지 개인 공부방을 주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초등학교 아이들도 언제나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 그런데 공부방을 만들어줬으니 방에서 공부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이가 자기 방에 들어가면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토론할 수 없다. 결국 공부는 아이에게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외로운 작업이 되었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는 자기 방에서 공부한다는 것을 부모와 함께 있지 않아도 되는 좋은 구실로 삼는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하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 부모가 그 말을 하기 전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예전에는 방에 틀어박히는 일이 지루하였는데, 요즈음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기에 방에 틀어박히는 일 자체가 지루하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방에서 게임 등 가상현실의 세계에 빠지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더구나 공부방에서 혼자 공부하는 환경은 조용하고 혼자가 아닌 환경에서는 집중하지 못하는 체질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고등학교나 대학에서처럼 낯선 사람들과 협업을 많이 하는 환경에서는 본래의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아이가 어른이 돼서 직장을 다녀도 같이 콜라보레이션을 해야하는 시대이다. 인공지능조차도 학습과 협업이 가능한 시대에 주변이 신경이 쓰여 일을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01496103_P_0.JPG » 한겨레 자료 사진.


나는 밥상머리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도 공부방에서 혼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식탁에서 공부를 하며 부모에게 질문도 하고 토론을 하며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만약 아이가 커서 즐겁게 다른 사람들과 콜라보레이션하기를 바란다면 혼자 공부하는 환경은 오히려 사회인이 되었을 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밥상머리 교육을 하자


연구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가족과 같이 밥상머리를 갖는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안정되고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자에 빠지는 경우가 적고, 우울증도 적었다고 한다. 가족과 같이 식사하는 아이들은 비만과 편식을 하는 비율도 적어서 신체건강에도 도움이 되었다. 특히 취학전 아이들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가족과 같이 정기적으로 식사를 한 아이는 읽기능력이 뛰어났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연구에 의하면, 구어능력평가 점수가 높았던 아이들의 경우 2,000개의 단어 중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배운 것은 143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밥상머리 대화에서 익혀진 것이다. 부모와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다양하고 수준이 높은 어휘를 사용하기는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대화 없이 식사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대화 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식사 중 대화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첫째, 일주일에 한번 이상 아이들과 식사를 하라.

주중에는 아빠가 바빠서 같이 밥을 먹지 못한다면, 주말에라도 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아이에 대해 알고 소통을 하자.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와의 관계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아빠가 가족에게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될 것이다.


둘째, 가족이 함께 식사재료를 준비해보자.

유대인들은 목요일이면 다음날 안식일에 사용할 음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 온 가족이 함께 시장에 간다. 우리도 장보는 날을 정해서 온 가족이 일주일치 장을 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장을 보면 살림을 규모있게 꾸릴 수 있고 아이의 경제습관도 기를 수 있다.


셋째, 대화를 방해하는 TV를 끄고, 핸드폰, 인터넷, 전화는 나중에 하자.

우리의 밥상머리에 이야기와 대화가 사라지고, TV와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미디어가 차지하고 있다. 우선 식사하는 공간에 TV가 있으면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이 방해된다. 식사를 하며 디지털미디어에 집중하느라 음식의 맛조차 느끼지 못한다.


넷째,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밥상머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짧다. 그리고 밥을 먹는 속도도 빠르다. 그것은 밥상머리에서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도 자주 만나서 대화할 시간이 없다보니 밥상머리에서 잔소리를 하고 잘못을 지적하게 된다. 밥상머리는 혼내는 자리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을 이야기 하는 즐거운 대화시간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행복하고 즐거운 가족식사로 아이의 인성을 키우자.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친밀한 대화로 소통할 수 있다면 거기에 행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경청, 예절, 인내, 배려, 관계성 등 기초적인 인성을 익힐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밥상머리는 가족의 체험을 통한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의 장이 된다.


여섯째, 밥상머리 경험을 통하여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우자.

밥상머리라는 안전한 장소에서 사회인들과 접하는 경험은 아이에게도 자극이 된다. 늘 자기 가족만 있다가 특별한 손님과 같이 식사를 나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된다. 밥상머리에서 부모가 아닌 조부모나 다른 이웃을 맞이할 때,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접하는 경험은 아이의 사회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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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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