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세상 만나는 다양한 여행 경험

신순화 2013. 06. 25
조회수 6041 추천수 0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는 1년에 서너 차례 나들이가 있다. 일종의 여행 프로그램이다. 일반 학교도 체험 학습이나 캠핑·극기 훈련·수학여행 등을 가지만 대안학교로 학교를 옮긴 후에 ‘정말 다르구나’ 느꼈던 게 바로 여행이다.

일반 학교는 수학여행 말고는 잠을 자고 오는 장거리 여행은 별로 없다. 스카우트나 아람단 같은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캠핑이나 합숙을 하긴 하지만 전체 학년이 참가하는 먼 거리 여행은 거의 없다.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교사 한 명이 전체 아이를 제대로 챙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챙겨야 할 학생 수가 많으니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체험을 할 수도 없다. 경비가 많이 드는 것도 큰 문제다.

전교생이 함께 움직이는 경우 많아

대안학교의 여행은 많이 다르다. 전교생이 함께 움직이는 여행이 많다. 하루 일정으로 근교를 다녀오는 경우엔 대중교통도 많이 이용한다. 전철을 타고 다닐 때는 객차 안에서 읽을 책을 챙기는 것이 특이했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은 긴 시간 전철을 타는 일이 있으면 각자 책을 챙겨와 읽으며 간다고 했다. 어디로 여행을 가든 고학년과 저학년이 한 조가 되어 서로를 챙긴다. 이틀이나 사흘씩 자고 오는 여행도 학기마다 한 번씩 있다. 여행은 주제가 뚜렷하다. 지난 학기에 다녀온 안동 여행은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어서 다도 실습도 해보고 전래놀이도 많이 즐기고 왔다는데 올 여행은 ‘스스로 만들어 먹고 신나게 놀자’가 주제였단다.

가는 날 점심 도시락만 엄마들이 챙겨 보냈고, 그날 저녁부터 돌아오는 날 점심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해먹었다.

어떤 해는 전교생이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도 했다. 힘든 일정이지만 고학년이 저학년을 도와주며 모두가 완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다. ‘짚풀 문화’ 체험이 주제였던 여행에서는 쌀 주산지인 경기도 이천과 여주에서 벼농사와 볏짚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 여름방학에는 아빠와 아이만 참가하는 캠프도 있어 평소에 자주 대화할 기회가 없는 아빠와 ‘찐한 1박2일’을 보내기도 한다.

중등이나 고등 대안학교들의 여행은 더 특별하다. 국토순례를 떠나기도 하고, 제주도 같은 곳에서 한 달 이상 머물며 그 고장의 역사와 삶에 대한 살아 있는 공부를 하기도 한다. 며칠에서 몇 주씩 가까운 이웃 나라에 찾아가 봉사도 하고, 교류도 하고, 탐방을 하는 학교들도 많다.

한 달 내내 책만 읽는 여행도 있고, 나 자신을 만나러 떠나는 특별한 여행도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동안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며 만나는 여정들도 있다. 모든 여행들이 정해져 있는 일정들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세상을 직접 만난다. 그 세상 속에 들어가 부딪치며 더 알아가고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초등 대안학교부터 중고등 대안학교까지 학교의 특색과 가치에 맞는 수없이 많은 특별한 여행들이 있다.

이런 여행들을 매년 떠나면서 아이들은 몸과 생각이 함께 자란다. 경험과 관계와 성찰도 함께 자란다. 대안교육은 학교를 벗어난 더 큰 배움을 기꺼이 선택하고 더 깊게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학교 떠나 더 큰 배움 선택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방학 때 수많은 단체에서 진행하는 다양하고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공정여행부터 사회봉사에 이르기까지 요즘엔 정말 다양하다. 그러나 그런 여행을 매일 공부를 함께 하는 학교 친구들과 같이 교과과정의 일부로 경험할 수 있는 건 대안학교만의 장점이다. 그럼에도,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아이 둘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은 학교 여행이 한 번 있을 때마다 한꺼번에 내야 하는 돈이 많아 힘들어한다. 일반 학교에 보내면서 방학 때마다 해외연수를 시키거나 학원의 특별수업을 듣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훨씬 적겠지만 빠듯한 생활 꾸려나가는 보통 가정 입장에선 대안학교에 들어가는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은 늘 아쉽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최신글




  • 얻은 것과 잃은 것, 갈 길은 멀지만

    베이비트리 | 2013. 09. 03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던 연재를 끝내게 되었다. 부족한 글 솜씨와 경험으로 대안학교에 대한 안내를 하겠다고 나섰던 일이 생각한 만큼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염려스럽다.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나서 우리에게 찾...

  • 떼놓을 수 없는 그림자 ‘경제적 부담’

    신순화 | 2013. 08. 20

    첫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로 겨우 1년 반 경험을 가지고 이 연재를 시작한 지 20회가 되었다. 기라성 같은 대안학교 선배 부모들이 있음에도 초보 학부모로 덜컥 이런 연재를 맡았던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혹 최선을 다해 대안교육을 ...

  • 감동 주는 ‘학교생활 평가 리포트’

    신순화 | 2013. 08. 08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난 뒤 가장 감동받았던 건 첫해를 마치고 겨울방학 들어가던 날에 받은, 1년간의 학교생활에 대한 리포트를 본 순간이었다.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이 인쇄된 겉표지에는 ‘2012년 ○○의 학교 이야기’ 제목이 붙어 있었...

  • 정해진 길 대신 제 길 찾게 하는 진로교육

    신순화 | 2013. 07. 25

    초등 대안학교의 6·7월은 6학년들이 진학할 학교를 알아보러 발품을 파는 달이다. 각종 학교 설명회가 이때 열리는데 여름방학에 있을 계절 학교에 예비 입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다.초등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중등 대안학교로 진학한다. ...

  • 함께하는 학교 행사…모두가 주인공

    신순화 | 2013. 07. 09

    아들이 일반 학교 다닐 때 학기 말에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아들은 자기 반 프로그램이 탬버린 춤이라면서 정말 하기 싫다고 했다. 그래도 첫 아들의 발표회를 보러 일찌감치 가서 강당 제일 앞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다. 아들의 반은...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