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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 울리고…아기는 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베이비트리 201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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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단 한 곳뿐인 베이비박스는 서울 난곡동 산동네 꼭대기에 있다. 여러 사연으로 아이를 기를 수 없는 부모들이 막다른 골목 담벼락에 있는 베이비박스를 찾아와 아기를 두고 간다. 밤낮 가리지 않고 여닫히는 베이비박스 문 위에 부모가 아기와 함께 두고 간 육아수첩과 편지, 초음파 사진이 놓여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베이비박스, 버려지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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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준이(가명)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상하기만 하다. 희준이는 태어나 11개월간 부모와 살다가 버려졌다. 희준이뿐 아니다. <한겨레> 취재진이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먹고 자며 취재한 20여일 동안 이 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만 18명이었다. 어떤 세상이어야 더이상 아기가 버려지지 않을까. <한겨레>는 작은 생명들이 버려지는 공간, 베이비박스를 출발점으로 그 해답을 찾아가려 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희준이가 버려진 뒤 겪은 일들을 희준이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밖은 추웠지만 자그마한 상자 안은 따뜻했어요. 아빠가 경기도 하남에서 택시로 새벽길을 달려 이 언덕배기로 저를 데려왔지요. 여기 주사랑공동체교회(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상자 뚜껑을 열고 아빠는 저를 내려놨답니다. 종이쪽지도 내 곁에 놔뒀죠.

“아이 엄마와 아이 할머니가 아프고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맡기러 왔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슨 일을 해서든 돈 벌어서 꼭 데려가겠습니다. 희준(가명)아, 아빠가 열심히 돈 벌어서 꼭 데리러 올게. 건강히 잘 있어, 너무 울지 말고. 아빠가 미안하다.”

저는 울지 않았어요. 오히려 상자 문이 열릴 때 ‘딩동’ 하는 소리가 나서 재밌었어요. 하지만 11개월(추정)짜리인 제게 상자는 너무 작았습니다. 가로 70㎝, 세로 60㎝, 깊이 45㎝인 베이비박스 안에서 저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어요. ‘아빠, 날 꺼내줘, 여긴 너무 좁아….’ 5분은 참았지만 결국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요. 그제야 교회 안쪽으로 난 문이 열리고 낯선 할아버지가 날 안았어요. “이렇게 큰 애가 여기 어떻게 들어갔나?” 2013년 11월5일, 제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날입니다.

목사 할아버지는 저와 꽤 잘 맞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종락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그분 말이에요. 아빠와 떨어지고 나서 교회 2층 신생아실에서 저는 40분 동안이나 힘껏 울어댔지요. 하지만 할아버지의 리코더 연주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다음날 낮에도 할아버지는 제 앞에 앉아 비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려줬어요. 전 어쩐지 그 소리가 좋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속삭였어요. “비닐 소리가 엄마 뱃속에서 듣던 태내 진동 소리와 비슷하다지.”

다른 자원봉사자 아줌마들은 싫었어요. 저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했거든요. 제 다리는 몸통에 비해 많이 가늘어요. 그래서 일어서거나 똑바로 앉기가 힘들죠. 가장 편한 자세는 왼쪽으로 비스듬히 눕는 겁니다. 20년 넘게 장애아를 돌봤다는 목사 할아버지는, 장애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저는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질 못했어요.

교회에 있는 신생아실엔 다른 아이도 누워 있었어요. 나보다 하루 먼저 왔지만, 태어난 지 일주일 정도 된 아기였으니, 제가 한참 형이죠. 얘도 아빠가 데려왔대요. 그 다음날엔 태어난 지 3일 된 남동생이 한 명 더 왔고, 그 다음날 새벽에도 4개월 된 남자아이가 왔어요. 얘하고는 낮에 거실에서 같이 놀 수 있어 좋았죠. 얘도 아빠가 데려왔어요. 우리는 2층에서 휴지를 풀거나 과자봉지를 바스락거리며 놀았습니다. 옆에서 자원봉사 아줌마들은 빨래하느라 바빴어요. 아이들이 많아서 빨래를 하루에 3~4번은 해야 한다고 해요.

아빠와 헤어진 그날 오후, 관악경찰서 아저씨 2명이 저를 보러 왔어요. 교회는 저 같은 아이가 들어오면 경찰에 알려야 한대요. 아저씨들은 내 사진을 찍고 전도사 아줌마가 커다란 면봉을 제 입에 넣었어요. 유전자(DNA)를 검사하려는 거래요. 그러고 나서 저는 실종아동 시스템에 등록됐어요. 경찰 아저씨는 엄마 아빠를 찾아준다고 했어요. 관악구청에도 제가 버려졌다고 통보했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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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고 출생신고도 안돼…법적으론 노숙인·행려자 신세

난 원래 목사 할아버지랑 교회에서 아빠를 기다릴 작정이었어요. 아빠가 꼭 데리러 온다고,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교회에 온 지 이틀 뒤(7일) 오후, 관악구청 아저씨가 저를 구청 승합차에 태워 시립어린이병원(서초구 내곡동)에 데려갔어요. 신생아실에 있던 갓난 동생들 3명도 함께 갔어요. 구청에서는 베이비박스 아이들이 늘어나니까, 아예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교회를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해요.

병원에 가본 적이 없어서 무섭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어요. 저는 장애가 의심된다던데 혹시 입원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소아청소년과에서 체온, 몸무게, 키를 재고 장애가 있는지도 검사받았어요. 다른 애들은 신생아여서, 피를 뽑아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같은 필수 6종 검사도 받고, B형간염 예방접종 같은 필수 접종 주사도 맞았죠.

병원에서는 ‘행려의료급여’라는 걸로 비용 처리를 했대요. 부모도 없고 출생신고도 안 된 제가 누군지 모르니, 노숙인이나 행려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 거겠죠. 목사 할아버지는 제게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의사는 아니래요. 잘 못 먹어서 다리가 조금 덜 발달한 것뿐이라고요. 교회에선 아빠가 쪽지를 분명히 남기질 않아 제가 35개월 된 걸로 알고 있었다는데, 병원에선 태어난 지 8~11개월밖에 안 됐다고 했어요.

검사를 받고는 교회가 아닌 서울시아동복지센터(강남구 수서동)로 옮겨졌습니다. 오후에 도착하자마자 사진도 찍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은 하늘색 띠도 발목에 예쁘게 둘렀어요. 태어난 때가 불명확한 저는, 2012년 12월9일생으로 결정됐어요. 여기는 서울에 버려진 아이들을 일시 보호하는 시설인데요, 예전에는 사흘이 지나면 장기보호시설로 배치됐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곳에도 아이들이 몰려들어서 여기에 2주 넘게 머물 수도 있대요.

일주일 뒤(14일) 구청 아저씨가 다시 찾아왔어요. 저한테 장애가 있는지 여기서 저를 돌봐주는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병원에 다시 가야겠다고 했죠. 하지만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던 아저씨는 그냥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시립어린이병원은 입원실도 부족하고 저 같은 아이를 검사할 수 있는 설비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어요. 오늘(26일)도 저는 여전히 아동복지센터에 있어요. 아동복지센터에선 제가 장애아라면 병원에 데려갈 의무는 구청에 있다고 하고, 구청 아줌마·아저씨들은 저를 보낼 장애아시설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래요.

아빠와 헤어진 지 20여일, 낯선 어른들 손에 이끌려 낯선 장소를 옮겨다니다 보니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어요. 저는 누굴까요? 저는 언제 태어난 걸까요? 장애가 있는 걸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대답해줄 어른, 아무도 없나요?

김효진 박수지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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