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3세 그림책] 책 읽기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라

김영훈 2019. 04. 26
조회수 4713 추천수 0

beautiful-1868518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두 돌만 지나도 아이마다 책을 읽는 취향이 다르다. 소재에서도, 책 문장에서도 그렇고, 구성에서도 그렇다. ‘똥’이나 ‘동물’,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만 무조건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문장이 긴 그림책보다 짧은 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스토리에 ‘유머’가 있어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스토리 중 엄마가 죽거나 주인공이 슬퍼지는 내용은 절대 보지 않으려는 아이도 있다. 그림책 읽기의 기본 중의 기본 원칙은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아이의 흥미가 먼저고 관심이 먼저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가 있다면 아예 푹 빠지게 하자. 자동차에 빠졌다면 ‘자동차’, ‘부릉부릉’, ‘굴착기’, ‘버스’, 탈 것‘등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주자. 자동차가 주인공인 창작동화도 좋고 자동차의 구조를 다룬 지식책도 적당하며 그림이나 사진이 많다면 어른들이 보는 자동차 책이나 백과사전도 괜찮다. 골고루 경험하게 하겠다고 욕심을 내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보여주자. 이 시기는 그래도 된다. 


아이마다 발달 상태들이 달라 어떤 아이는 재밌지만, 어떤 아이는 재미없을 수 있고 어떤 아이는 무섭지만 어떤 아이는 전혀 무섭지 않을 수 있다. 내 아이가 보이는 반응을 보고, 내 아이의 취향에 따라 그림책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다. 이것은 권장도서 목록들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그림책 취향을 미리 알고 있다면, 아이에게 그림책 읽기는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부모 또한 그림책 읽어주기를 진행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도대체 아이의 취향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도서관에서 아이의 연령에 맞는 책을 여러 권의 책을 빌려온 후 반응을 보는 것이다. 특정 그림책을 읽어줄 때 특별히 눈을 반짝이거나 아이가 가만히 앉아있다면, 읽어주기도 전에 관심을 갖고 들춰본다면, 아이의 취향이 그쪽일 수 있다. 처음 몇 번으로 바로 취향을 알 수는 없지만, 두세 권씩 빌려다 보기를 몇십번 하다 보면, 두세 달이면 아이의 취향이 드러날 것이다.


책 읽기 취향도 마찬가지다. 어떤 아이는 그림책을 끝까지 읽을 때까지 멈추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는 중간에 질문을 많이 하기도 한다. 그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먼저다. 아이가 갑자기 책장을 휙휙 넘길 때는 씨름하지 말고 아이가 펼친 쪽을 읽어준다. 아이가 책장을 넘기는 것은 다음 장이 궁금하거나 지금 펼친 쪽에 흥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때는 지나간 내용은 줄거리를 요약해서 읽어줘도 되고, 한 장면을 오래 본다면 부모가 이야기를 만들어 그 페이지를 오래오래 읽어주면 된다.


아이 중에는 일찍부터 문자에 관심이 많아서 책의 제목이나 큰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문자보다는 그림을 좋아해서 등장인물의 표정, 행동, 배경그림의 세세한 변화까지 읽어내는 아이가 있다. 이것은 아이가 가진 뇌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이다. 글자에 집중하는 아이에게 “그림책은 그림이 중요한 거래. 이 책 그림 얼마나 좋니? 찬찬히 좀 봐봐.”라고 잔소리할 필요 없고, 통 글자는 관심이 없고 숨은그림찾기 하듯 그림만 들여다보는 아이에게 “여기 있는 이 글자가 ‘곰’이야. 이 글자 아까 앞 장에서도 봤잖아?” 하면서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부모는 그저 그림책을 통해서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면 된다.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시간이 즐겁다고 느끼게 해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만약 아이가 같은 책을 몇 번이고 읽어달라고 하고 밤새 읽어달라고 한다면, 이 시기는 많이 읽었다는 이유로 책 읽어주기를 거절하면 안 된다. 그 이후에는 아이에게 그림책에 대한 의욕을 되살리기 어렵다. 부모가 힘들기는 하지만, 50번이든 100번이든 읽어달라면 읽어주어야 한다. 어떤 아이는 그림책만 보는 것을 심심해하는 아이도 있다. 이러한 아이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보자. 그림책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림책 비디오는 생후 24개월 이전에는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보여주어서는 안 되지만, 만 2~3세 그림책의 매력도 안 다음 보여주면 괜찮다. 그림책 비디오를 보여줄 때는 반드시 부모가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이 보도록 한다. 그래야 교육 매체가 된다. 오디오북이나 음악 그림책도 그림책의 흥미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림책 읽는 기본원칙 중에는 아이가 그림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천천히 읽어야 한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빨리 줄줄 읽어주기를 바라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가 빨리 읽기를 원한다면 빠르게 읽어도 좋다. 줄줄 읽어주는 것은 전체적인 이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책 내용을 바꾸어서 읽는 것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 이야기를 파악하는 데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반복해서 많이 읽어주자. 그 그림책을 충분히 즐긴 것 같다고 느끼면 다음번에 읽을 때는 부모가 미리 “한 부분을 빼 먹고 읽거나 다르게 읽을 테니 알아 맞춰봐!”라고 말한 후 천천히 혹은 다르게 읽어줘 본다. 다른 방법의 책 읽기도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뇌가 다르면 책 읽기도 달라야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성별에 따라 좋아하는 책이 따로 있다. 우선, 남자아이의 책 읽기와 여자아이의 책 읽기를 보자. 아동 심리학자 앤 캠벨(Anne Camphell)은 생후 9개월 아이들을 데리고 장난감 선호도를 조사하였다. 돌도 안 된 어린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아이들은 공, 기차, 자동차를 골랐으며, 여자 아기들은 인형, 유모차 등을 주로 골랐다고 한다. 자신이 관심이 있는 물건을 더 오래 들여다보므로 장난감 선호도는 그림책을 고를 때도 참고할만하다. 이런 아이들이 만3~4세가 되면 남자아이들은 공룡이나 로봇 등까지 관심이 확대되고, 여자아이들은 소꿉놀이, 역할놀이 등 사람 사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이 나열만 되고, 분류만 되어 있어도 그 그림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그 안에 스토리가 있어야 관심을 보인다. 스토리 안에는 갈등도 있어야 하고 화해도 있어야 하고 사랑도 있어야 한다. 이에 비해 남자아이들은 스토리 중에서도 경쟁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concentric-3438463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장난감을 가지고 한 한 연구에 의하면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보다 50배 경쟁적인 행동을 했으며,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20배 더 차례대로 돌려쓰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심리학자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on-Cohen)은 이것을 남자와 여자의 공감능력의 차이라고 했다. 여자는 아이 때부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정이입을 하는 능력이 남자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남자와 여자의 뇌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화론적 이유가 있다. 원시 인류 중 남자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야생동물과 싸우고 다른 무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원시 인류 중 여자는 아기를 낳고 보호해야 했으며 힘이 약한 다른 여자들과 서로 협동을 해야 무리를 지켜야 하는 역할을 했다. 남자아이들은 원시 인류의 DNA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경쟁이나 싸움이 더 끌리고, 여자아이는 사랑이나 따뜻한 이야기가 더 끌린다. 남자아이들은 ‘경쟁’이나 ‘싸움’이 담긴 스토리를 보면, 따라 하고 싶어 하고 재미를 느낀다. 이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경쟁’이나 ‘싸움’이 있으면 위축된다. 그림책의 그림이나 스토리를 볼 때 이 점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남자아이는 자동차, 기차, 비행기, 로켓, 공룡과 같은 주제에 한껏 빠진다. 창작은 모험, 해적 탐험을 다룬 흥미롭고 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 녀석 맛있겠다>(미야니시 타츠아, 달리)는 공룡이 등장하는 창작 중에서 가장 유명한 스테디셀러로, 무서운 티라노사우루스가 주인공이지만 내용은 따듯하고 사랑스럽다. 남자아이는 정적으로 그림을 보기보다 직접 만져 보고, 탐색해 봐야 직성이 풀린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언어발달이 1~2년 빨라서,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여자아이는 이야기 그림책을 많이 보는 경향이 강해 훗날 자연과 관련된 책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먼저 자연을 체험시킨 후 그 경험을 책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면 자연에 관한 책도 즐겨 읽게 된다. 또한 자연을 이야기로 전하는 그림책을 주면 쉽게 받아들인다.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에 비해 크레파스나 연필을 잡고 그리기나 쓰기를 잘하고 말이 빠르고 한글도 빨리 읽는다. 여자아이들은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소리나 엄마의 감정 상태에도 민감하다.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 줄 때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읽어주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대번에 느낀다. 따라서 그림책을 읽어줄 때 생각이나 감정을 묻는 것이 좋다.


“네가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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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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