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디지털 시대 아이의 뇌, 그림책이 지킨다

김영훈 2019. 01. 14
조회수 3485 추천수 0

디지털 키즈의 뇌 대책은 없는가?


social-media-3758364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너도나도 조기교육에 매달리던 시절, 우리 아이들은 ‘정서’에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부모들이 조기교육에 박차를 가하면 가할수록 오히려 이런저런 ‘~지연’, ‘~지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늘어났다.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그만큼 늘어났다. 이는 조기교육이 적기교육으로 자극을 주어야 하는 뇌 발달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기기는 조기교육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어린 나이에, 더 자극적이고 강력하게 접근해 이후 오랫동안 아이의 뇌를 망가뜨린다. 12개월 전에 침투하여 뇌 발달의 기초가 되는 각종 감각발달을 막고, 이후 20세까지 우리 뇌가 필요한 회로를 굵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망쳐버린다.


그렇다면 위기에 빠진 우리 아이들의 뇌를 어떻게 구출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아이 곁에 디지털 기기를 끊는 것이다. 이미 노출될 대로 노출되었다고 우리 아이 뇌는 희망이 없다며 낙심할 필요 없다. 아이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아직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달 중이며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떤 시점이든 지금이라도 끊어주면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희망이 있다. 아이 눈과 손에서 디지털 기기를 끊은 것은, 한동안은 커다란 반발을 살 것이다. 울고불고 떼도 쓰고, 이유 없이 짜증도 낼 것이다. 갑자기 난폭해질 수도 있고, 한동안 풀이 죽어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리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도 10살까지는 아이는 기계보다 부모를 더 좋아한다. 부모가 단호하게 “안돼.”라고 말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신나게 놀아주는 시간을 늘리면, 3일 길게 10일 정도면 끊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부모도 아이 보는 앞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화 이외의 기능으로는 절대 스마트폰을 잡아서는 안 된다. 되도록 아이 눈앞에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서서히 줄여나가겠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아이를 끌어들이는 자극이 어떤 것보다 강력하다. 스마트폰 맛을 보면 다른 어떤 자극도 다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번에 끊어버려야 한다. 1시간에서 40분으로, 40분에서 30분으로, 30분에서 20분으로 이용시간을 줄여가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디지털 기기에서 어느 정도 멀어졌다면, 다음은 뇌 발달에 좋은 자극물을 제시하여야 한다. 나는 그 자극물로 ‘그림책’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노는 것을 힘들어하는 요즘 부모한테는 ‘그림책’처럼 감사한 물건이 없다. 그림책은 아이의 두뇌를 발달시키는 많은 것이 들어있고, 더불어 부모를 부모 되게 하는 비밀도 숨어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기기로 위협당하고 있는 아이의 뇌를 회복시킬 묘안이 ‘그림책’ 안에 있다.


물론 스마트폰을 끊은 아이에게 오늘 당장 ‘그림책’을 보여주면, 당연히 시큰둥할 것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과도한 자극에 익숙해져 책이나 장난감에 별 관심이 없다. 한동안은 부모가 공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면서 신나게 노는 것으로 스마트폰을 잊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이 끝났다고 느껴질 때, 입체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부터,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관심사부터, 유머가 있어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부터 서서히 제시하자. 


이때는 아이가 그림책을 듣지 않은 것 같아도, 부모 무릎에 와서 앉지 않아도 그냥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주면 된다. 그림책을 읽던 중 아이가 다른 놀이에 관심을 보이면 그걸 해도 된다. 그림책과 관련되어 갑자기 물감 놀이나 점토 놀이를 하고 싶어 한다면 아이의 호기심에 호응해 주자. 이때의 그림책은 강요하지 말고, 편하게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의 뇌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호기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주어지는 것에는 강한 반감이 있다.


창의성을 키우는 그림책의 그림


baby-2598005_960_720 (1).jpg » 사진 픽사베이. 본래의 그림책은 글이 아니라 그림이 주가 되어, 그림으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림책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그림책의 아버지라 불리는 보헤미아의 교육자 코메니우스는 1658년 시각적 교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그림 교과서 <세계도해, Orbis Sensualium Pictus)를 펴냈다. 그는 200여 권이 넘는 많은 저작을 남겼는데 그의 교육사상이 가장 철저하게 구현된 작품이 바로 <세계도해>다. 이 책은 글자와 낱말을 강조하던 기존 교수법에서 벗어나 ‘그리’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법을 택해 아이들이 즐겁고 빠르게 언어를 학습하도록 도왔다. 그림책을 제대로 읽은 것은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읽는 것이다.


그림책 작가들은 자신이 그리는 그림 한 장 한 장을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한다. 많은 그림책에 페이지 표시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그림책은 책장이 만들어진 순서에 따라 쭉 읽어도 좋지만, 자신의 마음을 끄는 그림이 있다면, 그 페이지 한장만 읽는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 실제로 아이들은 글자보다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림책의 글자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은 만 6세 전까지 아이는 이미지의 뇌인 우뇌가 주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림책의 그림을 꼼꼼히 관찰한다. 그림 속 주인공의 표정, 행동, 배경의 모습 등을 보고 지금 주인공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게 된다. 첫 번째 장의 그림과 두 번째 장의 그림의 차이점을 보면서 주인공의 표정 변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 또한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마치 탐정이 된 듯 그림을 관찰한다. 그 장면에 등장한 사물 하나하나의 모양도 보고, 표현의 색의 차이도 본다. 단 한 페이지를 보면서도 아이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고, 굉장히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두뇌가 발달한다.


귀여운 악동이 등장하는 「안 돼, 데이비드(데이비드 섀논 글·그림/지경사)」이라는 그림책의 첫 페이지에는 척 보아도 장난꾸러기처럼 생긴 남자아이가 어른 의자를 커다란 장식장 앞에 세워두고, 의자 위로 올라가 가장 꼭대기 선반에 있는 곰돌이 모양의 단지를 꺼내려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남자아이는 한 손으로는 장식장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단지에 잡으려고 한껏 손끝을 펼치고 있다. 몸을 최대한 늘리려는 듯 발까지 까치발을 하여 자칫하면 의자에서 떨어질 것 같은 위험한 상황이다. 


그림책에는 단지 “안 돼, 데이비드!” 이라고만 쓰여 있다. 이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줄 때, 부모는 굳이 이 상황을 낱낱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 번에 모든 정보를 받아들인다. 주인공 데이비드가 표정을 보면서, 아이가 얼마나 간절하게 그 단지를 꺼내기를 원하는지, 아마도 엄마일 것 같은 사람이 “안돼, 데이비드!”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안다. 그들의 감정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른에게는 그림책의 장면을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읽기가 쉽고 당연한 일 같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오래 들여다보면서 섬세한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모두 뇌가 발달해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그림책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볼 때, 모니터 화면이든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그림책은 일종의 복제품에 불과하다. 그런 이미지에서는 눈으로 보이지는 않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많은 것을 느낄 수 없다. 요새는 종이도 다양해지고 잉크도 발달하여 종이 그림책 자체로 오감이 자극받는다. 그림책의 냄새, 질감, 선과 색의 차이 등이 모두 뇌를 자극한다. 같은 미술용품이지만 작가마다 다르게 표현한 느낌 등도 심미적인 시각이나 생각을 발달시킨다. 같은 크레파스라도, 은박지에 칠했을 때와 회벽에 칠했을 때, A4용지에 칠했을 때, 스케치북에 칠했을 때 모두 느낌이 다르다. 그 설명할 수 없는 차이를 아이는 관찰하고 느끼며 뇌의 많은 것을 발달시켜 나간다.


아이는 그림책을 자기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속도를 조절한다. 이것은 소근육 발달에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데, 자신의 사고 속도, 상상 속도에 따라 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가지를 보고도 백 가지도 넘은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때가 바로 유아기다. 아이들이 한 가지 장면을 보고, 어른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을 해낼 수 있는 것은, 그 아이들이 창의성을 잘 발휘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아이의 정보를 처리하거나 새로운 사고를 해 나가는 것을, 자신만의 속도에 맞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상상의 나래를 펴며 자신만의 속도로 뇌를 마음껏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림책이다. 이에 비해 디지털 기기에서 보게 되는 이미지는, 순간적인 호기심만 자극할 뿐 모든 것이 일방적이다. 아이가 정보를 얼마나 처리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해서 이미지를 준다. 아이는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뿐,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뇌가 그만큼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가까워지는 부모와 아이 사이, 정서 지능이 쑥쑥!


그림책이 정서발달에 좋다는 것은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림책 하면 떠오르는 것이 정서이고, 정서를 세분해서 자아개념, 독립심, 자존감, 공감, 더불어 살아가기, 분노조절 등이 그림책과 연결된다.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발달시키고, 자존감을 형성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식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가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친 사회적인 행동이 증가하게 된다. 도덕적인 생각이나 태도도 그림책으로 발달하게 된다. 아이는 태어날 때, 다양한 정서를 느끼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흥분 상태였던 아이는 쾌와 불쾌를 알게 되고, 자라면서 기쁨, 질투, 실망, 불안, 공포 등 여러 가지 감정 들을 가지게 된다. 아이의 발달에 따라 그림책을 통해서 적절한 정서적인 체험을 시킨다면, 아이의 정서 지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몰리 뱅 글, 그림/ 어린이미디어연구소)」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이 책의 표지는 엄청나게 화가 난 것 같은 여자아이의 얼굴이 크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는 이렇다. ‘소피’라는 주인공 아이가 고릴라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언니가 오더니 고릴라 인형을 빼앗아간다. 소피는 안된다고 소리를 치르지만, 언니는 이제는 자기가 가지고 놀 차례라며 인형의 팔을 잡아당겼다. 옆에 있던 엄마마저 언니 차례가 맞으니 언니한테 주라고 한다. 소피는 성난 얼굴이 되어서 뺏기지 않으려고 인형의 다리를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아무래도 언니의 힘이 더 셌는지 소피는 언니 쪽으로 끌려가다 커다란 장난감 차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소피는 표지와 같은 성난 표정이 된다. 그리고 그림책에는 소피는 평생 지금처럼 화가 난 적이 없었다는 글귀가 나온다. 다음 장면 소피는 세상을 부숴버릴 것 같은 심정이 되어 발을 구르고 소리 소리를 지른다. 


그림책에는 아이가 지르는 소리를 새빨간 불길로 표현한다. 엄마도, 장난감도, 책상도 모두 불길 속에 휩싸여 있다. 곧 아이는 화산처럼 폭발할 것 같다고 하고는 문을 꽝 닫고 집을 나가 버린다. 다음 장부터는 그렇게 집을 나간 소피가 조금씩 화를 다스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더는 달릴 수 없을 때까지 달리고, 한참 동안 울고, 커다란 밤나무에 가서 산들바람을 느끼고, 출렁이는 바다와 파도를 보다 보니 화산 같은 화는 어느새 잠잠해지고, 소피는 기분이 편안해진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소피를 반기는 것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 소피는 더는 화가 나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된다.


화는 어른이나 아이나 참 처리하기 어려워하는 감정 중의 하나이다. 화는 내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화는 느끼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잘못 다루는 것이 나쁜 것이다. 아이는 그림책을 보며, 소피의 화나는 상황에 공감하게 되고, 자기감정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그림책은 각 장의 그림이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를 아이가 느낌을 알 수 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아이는 다양한 정서적인 체험을 하고, 정서적인 발달도 이루게 된다.


그런데, 내가 디지털 키즈의 뇌의 떨어진 정서 지능을 높이는 데 그림책이 좋다고 보는 것은, 그림책의 내용이나 그림이 여러 가지 정서를 느끼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그림책은 그 자체만 보면, 시각적인 매체에 불과하다. 그림책이 뇌 발달에 큰 효과를 내는 것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사람과의 상호작용 때문이다. 대부분 그림책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인 부모가 읽어준다. 중요한 사람이 일정한 시간을 내서 그것도 최선을 다해가며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의 뇌에 좋고 그 중 특히 정서발달에 좋다는 것이다. 


정서발달에 가장 좋은 것은 부모와의 스킨십이고 안정된 애착이다. 아이는 엄마 혹은 아빠의 무릎에 앉은 채 부모의 냄새를 맡으면서, 부모의 숨결을 느끼면서 어느 때보다도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부모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이는 그 시간을 오롯이 자신이 부모를 독점했다고 느끼게 된다.


모든 아이는 자신의 부모를 완전히 독점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부모가 누구보다도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릴 때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는 애착 행동을 보이고, 때로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떼를 피우기도 한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안정된 애착이 형성된다. 내 부모는 내 곁에 있건 없건 언제나 나의 든든한 후원군이라는 것을 믿게 되는 것이다. 대개 안정된 애착 형성은 출생부터 만 3세 사이에만 이루어진다고 믿지만, 부모와 아이의 애착은 일정시기에만 필요하고, 그 시기에만 완성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후로도 아이는 수시로 부모와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고, 부모가 나만을 사랑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런 과정에서 안정된 애착이 단단해지고, 단단한 애착을 토대로 아이가 안정된 정서를 갖게 되고, 소위 ‘정서 지능’이라고 칭하는 것까지 쑥쑥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림책은 만 3세 이전 아이가 부모와 애착을 형성해갈 때도, 만 3세 이후 부모와의 애착을 수시로 확인하고 싶을 때도 좋은 도구가 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동생이 태어나 문제행동이나 퇴행현상을 보이는 아이의 부모에게, 30분이라도 하루 한 번 씩은 동생이 없는 단 둘만 있는 상태에서 엄마가 신나게 놀아주거나 그림책을 읽어주라고 권하기도 한다.


가짜 집중력? 진짜 집중력? ADHD 잡는 그림책


디지털 기기나 TV에 빠져 있는 아이, 언뜻 보면 집중력이 대단해 보인다.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대답은커녕 미동도 없다. 속이 뒤집혀서 쿵쿵거리는 걸음으로 거칠게 디지털 기기를 뺏어야 아이는 겨우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상황이면 부모들은 늘 상하는 말이 있다. “공부를 좀 그렇게 해봐라.” 그런데 이때 보이는 아이의 집중력은 공부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집중력이다. 집중력에는 수동적 집중력과 능동적 집중력이 있다. TV나 게임, 디지털 기기 등에 몰입하고 있는 것은 ‘수동적 집중력’이다. 수동적 집중력은 자극이 주어지는 대로 끌려다니는 집중력이고, 능동적 집중력은 내가 주체가 되어서 나에게 필요한 주의를 유지하는 집중력이다. 


당연히 공부할 때 필요한 것은 능동적 집중력이다. 수동적 집중력은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는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집중력이다. 새롭고 신기한 자극이나 강한 자극을 접할 때면 누구나 발휘한다. 반면 능동적 집중력은 다소 지루하고 반복적이거나 어려운 과제를 할 때 발휘되는 집중력이다. 능동적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익숙하고 평범한 것에서도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여 새롭고 신기한 것을 찾아낸다. 공부가 다소 재미없고 지루해도 인내심과 끈기를 가지고 집중하게 해준다.


능동적 집중력은 자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하여 초점적 집중력 혹은 적극적 집중력이라고 한다. 능동적 집중력이 높은 아이는 보여주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필요한 것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본다. 디지털 기기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는, 주어지는 화려한 그림을 보고 있지만, 그 그림의 한 부분이나 부분 부분을 자세히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보려고 해도 금세 지나가 버린다. 아이는 강력한 자극 하나에만 기억하고, 주변의 모든 것은 그냥 지나쳐 버린다. 주의 깊게 자세히 보고 생각을 해야 어떤 정보가 전두엽으로 넘어가고 사고력이나 문제해결력이 높아진다. 


즉, 전두엽이 발달한다. 하지만 수동적 집중력에 빠진 아이는 전두엽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다. 항상 수동적 집중력만 발휘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ADHD이다. 디지털 기기보다 덜 하지만, TV 또한 수동적 집중력을 일으키는 도구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미국 시애틀 어린이병원 연구팀은 TV 시청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ADHD 발생 위험이 10%씩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니혼대학의 모리 아키오 교수는 게임에 빠진 뇌를 치매에 걸린 뇌에 비유했다. 그는 아이들이 하루 2시간 이상, 일주일에 4일 이상 게임에 몰두하는 경우 지적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림책을 읽을 때 발휘되는 집중력은 고맙게도 능동적 집중력이다. 그리고 능동적 집중력은 쓰면 쓸수록 더 높아진다. 아이들은 그림책 그림을 볼 때 비슷한 장면이 나올수록 더 집중해서 차이를 찾아낸다. 그림 속 엄마의 앞치마 모양, 달력 날짜, 주인공의 표정 변화, 머리 모양의 차이 등을 발견한다. 천천히 반복해서 보면서 그림의 구석구석을 관찰해나간다. 아이는 그런 과정에서 시각 집중력을 키우게 된다. 집중력에는 시각 집중력, 청각 집중력이 있다. 아이가 ADHD를 진단하는 검사에서 보는 것도 시각 집중력과 청각 집중력이다. 그런데, 그림책을 어릴 때부터 자주 읽어주면 두 가지 집중력을 모두 키울 수 있다. 그림책의 그림을 보면서 집중력을, 부모가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청각 집중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유아기는 워낙 이미지에 대한 욕구가 강할 때라, 그림책을 보여주면 자동으로 그림에 집중하기 때문에 시각 집중력을 키우기 쉽다. 다만, 부모가 너무 빨리 읽어주거나 너무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물론, 아이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천천히 꼼꼼히 좀 봐봐.”라고 강요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어떤 페이지의 그림에 관심을 보이고 찬찬히 살펴보고 있을 때, 부모가 “뭘 그렇게 오래 보니?” 하면서 페이지를 넘겨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또 그림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가 그림책의 스토리가 궁금할 때는 부모가 읽어주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부모가 ‘의사’라고 읽었는데, 아이가 ‘이사’라고 듣는다면 이야기가 이어질 수 없다. 


아이는 귀 기울여 들으면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대로 듣는 연습을 하게 된다. 간단히 ‘틀린 그림 찾기’가 시각 집중력이라면, 청각 집중력은 ‘틀린 소리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주의 깊게 듣는 연습을 하면서, 들을 때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단어를 구분하는 능력도 키우게 된다. 시각 집중력으로 새로 보는 사물이나 장면 등을, 청각 집중력으로 새로 듣는 단어나 문장, 소리 등을 변별하고 입력하면서 아이의 기억력도 함께 발달하게 된다. 단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아이의 집중력과 기억력을 모두 키울 수 있다.


그림책 읽기, 뇌의 여러 부위 한꺼번에 자극·발달시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자고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위기에 빠진 아이의 뇌를 구하자는 취지도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빠진 아이가 아니더라도 ‘그림책’은 아이의 뇌 발달에 효과적이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뇌의 거의 모든 부분이 활성화 도기 때문이다.


아이가 그림책을 읽을 때 이루어지는 뇌 활동을 보면 먼저 시각정보가 뇌로 들어온다. 그것이 머리 뒤에 있는 후두엽까지 전달된다. 후두엽에서 자료에 대한 시각적 분석을 하고 그다음 측두엽에서는 언어적 분석을 하게 된다. 우리가 그림책을 읽으면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바로 변연계를 간다. 그림책에서 얻은 모든 정보는 종합적인 판단, 추리, 이성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으로 간다. 그림책의 글은 부모의 입을 통해서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으로 가서 다시 전두엽으로 가게 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언어발달뿐 아니라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되며, 더구나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루어지는 아이와 부모의 교감은 의사소통은 물론 정서발달에도 좋은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들려주기 시작한 부모의 그림책 이야기는 아기의 뇌 속에 그대로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단어나 표현 등은 말을 하기 시작할 무렵, 학교에 들어가서 읽고 쓰기를 배울 때쯤 아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나타난다.


아이의 뇌에는 인간이 진화하면서 조물주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경험기대적 발달인 시각, 청각, 언어 등의 신경회로가 들어있다. 독서는 경험 의존적 발달로서 이들 기존의 신경회로를 사용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의 뇌에서는 새로운 시냅스와 신경회로를 만들어진다. 이 새로운 시냅스와 신경회로는 아이의 집중력, 기억력, 시각, 청각, 언어를 담당하는 뇌의 부분을 발달시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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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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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개월 시각발달 환경을 제공하는 ‘초점 그림책’ 그림책이 좋다고 하지만, 아직 시각이나 청각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20페이지도 넘는 이야기책을 보여줄 수는 없다. 아기의 발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발...

  • 공부 두뇌, 유아기때 그림책이 만든다공부 두뇌, 유아기때 그림책이 만든다

    김영훈 | 2019. 02. 13

    공부 두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모국어 노출아이의 언어 발달하면, 부모들은 아이의 말이 트이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다음은 바로 한글을 읽고 쓰는 것으로 진행된다. 말이 트이기 전까지는 종알종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책을 많이 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