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어디에 떠 있나?
정창훈 글, 장호 그림/웅진주니어·8500원
추석이 지났다. 누구나 한번은 달을 바라보려 애쓰는 날이다. 달은 언제나 밤이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다. 다만 올려보지 않을 뿐. 우린 이제 달은커녕 가로등도 잘 올려보지 않는다. 내 눈앞 일들에 치여 잠시 하늘을 올려다볼 엄두도 못 내는 삶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에게 늘 달은 친근하고 신비롭다. 해와는 달리 바라봐도 눈부시지 않고 매일 얼굴을 조금씩 바꾸며 즐거움을 주는 존재다.물론 도시에서 달은 예전만큼 힘을 쓰지는 못한다. 고층 아파트는 달을 가로막는다. 그리 밝지 않기에 친근할 수 있었건만 바로 그 이유로 도시의 불빛에 묻혀, 달은 더는 밤의 지배자가 되지 못한다. 어쩌다 바라보는,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장식품 구실에 머문다. 부모도 그렇다. 여러 재미있는 전자기기에 밀려 아이들 놀이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장식품이 된 지 오래다.정창훈 선생이 글을 쓰고 장호 작가가 그린 <달은 어디에 떠 있나?>는 달에 대한 지식 그림책이다. ‘똑똑똑 과학그림책’ 시리즈를 구성하는 한 권인데, 그게 다가 아니다. 책을 열어보는 순간 만나는 것은 달에 대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다. 내 마음속의 달,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달과 만나게 된다.지식 그림책에 대해서는 일정한 편견이 존재한다. 전달하려는 지식이 중요하기에 그림은 내용 이해를 위한 삽화이고 대개 전집류로 구성되므로 특별한 정성이 들어가지 않았으려니 생각한다. 사실 열악한 국내 그림책 시장에서 전집류 지식 그림책에 높은 기대를 건다는 건 욕심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은 장호 작가의 장인 정신 앞에서는 빛을 잃는다.달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고양이 태우고 강둑을 달리는 자전거를 비추는 초승달로, 밤이 되도록 북적이는 시골 장터를 비추는 보름달로, 어슴푸레 밝아오는 골목을 쓸고 있는 청소부의 머리 위 그믐달로 모습을 달리하며 그림책을 비춘다. 아크릴 물감으로 수십 번 물들이듯 채색한 정성 덕에 달은 입체가 되어 튀어나온 듯 환하게 빛난다. 하지만 꼭 달만 있지 않다. 그 달을 보는 사람이 있고 달에 비친 사람이 있다. |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
그러면서도 작가는 달이 차고 기우는 원리, 밀물과 썰물의 관계에 대한 알뜰한 설명도 놓치지 않는다. 서정적인 그림과 과학적인 설명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 마음을 적시는 달빛, 나와 함께 걸으며 나를 위안하는 달그림자와 과학 교과서의 달이 다른 존재가 아닌 하나임을 알게 해준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 그림책의 역사가 도달한 진보의 중요한 한 지점이 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것은 그 작은 증명에 불과하다.다시 추석이다. 도시 아이들의 마음에서 달은 점점 중요성을 잃어간다. 눈에 띄지 않는 것, 자기를 과시하지 않는 것은 점점 맥을 못 추고 있다. 우리들 대부분이, 그리고 어린 시절이라는 것 자체가 과시할 만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은근한 빛을 비추고 있고, 가만히 보고 있자면 은은하게 사방을 채우는 것이 달이듯 우리 아이들도 모두 조용한 빛을 내고 있다. 그 자체로 소중한 하나하나의 빛이다. 다만 우리가 더 밝은 빛에 눈이 멀어가고 있을 뿐이다.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