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멋진 뼈다귀
<멋진 뼈다귀>
윌리엄 스타이그 지음, 조은수 옮김/비룡소·8000원그림책은 무엇보다 그림이 중요하다. 물론 그림책 역사 초기에는 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넣었다. 그러나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젠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요즘은 글 없는 그림책도 적지 않다.그런데도 여전히 이야기는 매력이 있다. 아슬아슬 긴장이 높아지다 위기에 가슴 졸이고, 어느 순간 소망이 충족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홀딱 빠진다.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 힘들 땐 괴로워하고 승리할 때는 함께 쾌감을 느낀다. 그렇게 이야기 속을 살아간 뒤 자신도 주인공처럼 성장했다고 느낀다. 직접 겪지 못할 두려움도 이야기로 이겨내고, 어찌해야 할지 모를 갈등도 이야기 속에서 답을 찾아본다.윌리엄 스타이그의 책에는 학령기 이전 아이들이 좋아할 멋진 이야기들이 있다. 그의 그림책에선 이솝우화나 그림 형제의 동화처럼 사람과 동물이 서로 대화하고 동물들은 사람인 듯 행동한다. 동물은 물론 사물에게도 인격과 영혼을 부여하는 것은 유아기의 특징적인 인지이다. 오히려 동물은 특징이 분명하기에 아이들이 등장인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그의 책에서 주인공들은 안타깝게 위험에 빠진다. 공교롭게도 행운 때문이다. <멋진 뼈다귀>에서 주인공 펄은 말하는 뼈다귀를 줍는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에서 실베스터는 무슨 소원이든 이뤄지게 해주는 빨간 조약돌을 갖게 된다.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의 물건은 아이들의 소망이다. 아이들로서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없기에, 자기 힘은 너무나 미약하기에 마법의 물건을 통해 강해지기를 바란다. 물론 어른들도 현실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순간 슈퍼히어로나 초자연적 힘이 나오는 이야기에 쉽게 매료된다.행운이란 너무도 바라는 것이지만 그저 달콤하지만은 않다. 말하는 뼈다귀를 주운 펄은 뼈다귀 덕에 강도를 물리치지만 교활한 늑대의 먹잇감으로 끌려간다. 실베스터도 사자를 피하기 위해 조약돌에게 바위로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선 바위가 되어 꼼짝 못하는 처지가 된다. 스타이그가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부분도 이 지점이다. ‘좋은 일은 꼭 좋지만은 않단다. 하지만 나쁜 일이라고 꼭 나쁘게 되는 것만도 아니야.’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
관련글
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