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라이카는 말했다
이민희 지음/느림보·9000원
꿈꾸지 않았다면 우주비행 했을까
라이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개 중 한 마리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간 최초의 지구 생명체가 라이카인데 그는 이후 유리 가가린이 첫 우주비행에 성공해 영웅이 되는 데 큰 이바지를 했다. 달과 별에 관심을 품은 아이들은 곧 우주로 관심을 넓힌다. 게다가 나로호가 우주로 날아갔다는 뉴스는 아이들의 우주에 대한 환상을 더해준다. 그런데 우주 탐험에 대한 역사를 읽다 보면 꼭 만나게 되는 것이 라이카의 이야기다.
라이카를 떠올리면 어른들도 마음 한편이 좀 아파온다. 실제로 소련의 과학자 중 한 명은 죽어서 라이카를 만나면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아이들은 오죽할까? 작고 귀여운 강아지가 우주 저 멀리로 사라져 홀로 버려졌다는 말을 아이들은 믿기 어렵다. 그 이야기 자체가 아이들에겐 자신이 버려지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다. 아이들은 흔히 혹시 부모가 자기를 버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어린 시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 계속 말 안 들으면 버리고 갈 거라는 부모의 협박에 겁먹어 보지 않은 어른은 얼마 없을 것이다.이민희의 <라이카는 말했다>는 이런 아이들의 불안을 상상을 통해 달래주는 그림책이다. 지구 밖으로 외롭게 날아간 라이카는 뿌그별에서 날아온 호라 1호의 외계인들을 만난다. 그리고 뿌그별에 가서 지구별의 대표로 환영을 받고 그들의 친구가 된다. 어른들이 보기에 “우주는 아무런 대답이 없”지만 아이들은 그 속에서도 희망을 얻고 싶어한다. 그래서 뿌그별은 희망의 노란색이다. 어떻게 강아지인 라이카가 뿌그별의 외계인과 말이 통할 수 있는지, 진짜 우주에는 뿌그인과 걱걱인, 뽀글인 등이 있는지 곧이어 나올 아이의 질문에 부모는 당황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우주는 더는 매정한 곳이 아니다. 기적이 있고 희망과 꿈이 있는 곳이다. 이민희는 이렇게 아이들의 불안을 위로하고 꿈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실에서 라이카는 지구 출발 뒤 7시간도 안 되어 스트레스와 과열을 견디지 못해 숨졌지만 지금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냉정한 현실의 인식은 아니다.그러면 그림책이라고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해도 된단 말인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사극 영화를 천만 관객이 보고, 저녁마다 텔레비전에선 비현실적인 신데렐라형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데도 굳이 아이들에겐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도 바보는 아니고, 그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잠시 불안을 위로하며 마음속의 타협을 찾을 뿐이다. 아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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