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애착형성에서 감정조절까지, ‘정서지능’을 높이다

김영훈 2013.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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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5_03.jpg » 한겨레 자료 사진


‘애착형성’에 유용한 매개체로서의 그림책


아기는 태어나자 마자 울고, 생후 4주에는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아이는 웃는 것보다는 울어댈 때가 더 많은데, 아기의 울음은 슬픔의 표현이 아니다. 아기의 울음은 거의 대부분 불쾌함의 표현이다. 아기들은 3개월에 쾌와 불쾌의 정서가 분화하기 시작하여 5-6개월 경에는 불쾌정서가 분노, 혐오, 공포로, 10-12개월 쯤에는 쾌정서가 의기양양함과 애정으로 분화한다. 정서의 발달에도 감수성기가 있다. 사회적 친밀감은 18개월까지가 감수성기이다. 생후 18개월까지 긍정적인 사회적 경험을 하지 못한 아이는 타인과의 친밀한 인간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부모는 18개월전까지 아이와 함께 하면서 스킨십을 해주고 항상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아이 입장에서 본다면 그림책 읽기는 부모의 피부감촉을 느낄 수 있고 부모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부모를 온통 독차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것은 그림책 자체가 아니라 그림책을 통한 부모와의 교감이다. 그림책 읽기에는 그림책이 중심이 아니라 교감과 소통이 중심이다. 아이들은 신생아 때부터 그림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나누면서 사회적 기억을 만들어간다.


그림책을 읽을 때도 중요한 것은 엄마의 반응이다. 그림책이란 시각적인 매체에 불과하다. 엄마가 곁에서 재미있게 이야기해주고 아기의 표현에 긍정적으로 잘 반응해주는 것이 없다면 알록달록한 색깔이 있고 소리가 나고 손으로 느낄 수 있는 딸랑이보다도 못한 것이다. 그림책 자체만으로는 블록이나 아기 장난감보다도 못하다.


부모와 아이는 그림책을 읽으면서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는 부모에게 자연스럽게 의존하며, 의존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에게도 아이에 대한 깊은 애착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애착 형성은 부모에게 자연스러운 권위를 만들어줘 아이가 부모를 더 잘 따르도록 만든다.


부모는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심리상태이지 자연스럽게 알 수가 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그림책 속 이야기와 비슷한 일들을 자연스럽게 얘기한다. 그림책에 있는 갈등상황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공감을 한다. 따라서 그림책 읽기는 아이와 부모 사이의 교감을 돕고, 부모가 아이의 정서를 관찰하고 돌봐줄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아이들은 무언가 궁금해서 그림책을 읽어달라고도 하지만 부모랑 교감하고 싶어서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는 부모와 애착이 생기면 고통스럽거나 힘겨운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처리하기 시작한다. 감정을 회피하기 보다는 그런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인다. 따라서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처리할 수 있으려면 아이의 말을 경청해주고 이해해주는 공감적인 부모가 필요하다. 아이가 특정 상황에서 사물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를 살피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부모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부모와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거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것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다양한 감정에 대한 이해, 조절, 해소까지


그림책은 자신과 똑같은 감정으로 씨름하고 있는 이야기 속 주인공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는 아이의 마음속에 생생한 그림을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정서에 대해 알게된다. 그 감정이나 정서가 너무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그림책에서라면 아이는 도망가지 않고 그러한 감정들과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이다 부모는 그림책을 함께 즐기면서 아이가 무엇에 마음이 가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은유적인 이미지는 아이가 어떻게 강력한 감정들을 안전한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림책에는 사랑, 기쁨, 슬픔 등의 정서가 담겨있기 때문에 아이는 그림책을 통하여 타인과 소통하는 바탕이 된다. 아이는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소통을 한다. 그림책 속 등장인물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인사를 하며, 까꿍놀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따라 까꿍을 하고, 과일이 있는 사물그림책을 읽으면서 먹는 흉내를 내며, 생활그림책을 읽으며서 세수하는 것을 흉애닌다. 그러나 아이들은 행동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겪는 감정적 변화도 따라한다. 그림책 속 아이가 울고 있다면, 아이는 우는 흉내를 내며 그림책 속 아이가 화를 내고 있다면, 아이도 화난 표정을 짓는다.


아이는 그림책의 내용뿐 아니라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하기도 한다. 아이는 그림책을 읽다가 크게 울기도 하는데 읽어줄 때마다 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다. 또한 그림책에 주인공의 위기상황이 있을 경우에 문제가 해결되면 그 극적인 긴장과 해소의 감정적 순환을 맛보기 위하여 그 장면만 반복하여 읽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림책은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아이들은 ’싫어요!’ 또는 ‘안돼요!’하면서 화를 내거나 투정을 하고, 혹은 소리를 지르거나 뭔가를 집어 던지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쉽사리 말하지 않는다. 또한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할 때 대개 ‘따분해’, ‘짜증나’, ‘지겨워’ 등 단순한 단어들을 선택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이가 그림책을 통하여 특정한 감정에 특정한 그림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림책 속 단어들을 통해 행복, 두려움, 슬픔에 이르는 다양한 강점이 알게 된다. 따라서 그림책을 읽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섬세한 언어와 스토리로 전달할 수 있다.


아이는 그림책을 통하여 공감을 배운다. 좋은 그림책은 아이 스스로가 이야기의 주인공과 동일시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는 그림책속의 인물과 똑같은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는 주인공이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같이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굽히지 않는 주인공의 용기도 역시 느끼면서, 아이는 자신의 문제와 힘든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 더 이상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다. 갈등과 위기를 뚫고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과 더불어 아이는 마침내 기쁨과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그림책이 지혜롭고 안전한 이유는 간접적인 표현을 사용한다는 데 있다. 아이가 자기만의 고유한 감정이 있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의 주인공을 통하여 투영되기 때문에 아이가 당황하거나, 놀림을 당하거나, 수치스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아이가 이불에 오줌을 싸면 창피하겠지만, 그림책 속 주인공이 오줌을 싸는 이야기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쉽고 섬세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아이의 프라이버시와 존엄성이 존중될 수 있다.

 

단단한 애착형성에 유리하게 그림책 읽기


그림책이 필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언어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통하여 부모는 일상 언어보다 훨씬 더 깊고 직접적인 수준에서 아이들과 의사소통할 수가 있다. 일상 언어는 사고의 언어이기 때문에 일상 언어로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족한 면이 있다. 일상 언어에서 보이는 ‘짜증난’, ‘슬픈’, ‘무서운’과 같은 일반적인 감정의 표현은 감정에 대한 보고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가 그림책을 통하여 들려준 이야기나 아이가 놀이나 그림을 통해서 들려준 이야기들은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일상 언어만 사용할 경우, 부모와 아이 사이에 이루어지는 감정에 대한 의사소통은 빈곤해지기 쉽다.


첫째, 적극적으로 반응하라.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말할 때, 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시들하게 반응하거나, 판단이나 비판을 하거나, 아이의 감정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하거나, 주제를 바꾸거나,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가로막는 것 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사랑, 즐거움, 흥분 또는 분노와 같이 강렬한 감정을 드러낼 때 시들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이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꺾기 쉽다.


둘째, 판단하거나 충고하는 말은 삼가라.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상상력을 사용해서 그 이야기의 세계와 그것의 감정 상태로 들어가도록 하라. 그리고 아이가 이야기 속에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지 아이의 이야기에 개입하면 안 된다. 아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잘못되었으므로 다른 감정을 가져야한다고 설득하려들기 보다는 아이의 감정과 함께 머물러 있으라. 또한 부모 자신의 관심이나 생각을 따라 그림책 읽기를 주도하면 아이의 호기심은 방해를 받는다.


셋째, 아이가 은유속에서 말하는 것을 방해하지 마라.

대부분의 아이는 모든 것을 이야기의 은유 안에서 말할 것이다. 부모의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때에 은유에서 벗어난다면, 아이는 마음을 닫고 자신의 감정을 차단할 것이다. 부모가 은유의 언어에서 현실의 언어로 옮겨갈 것을 유도하면 아이는 은유로 말하는 것조차 그만둘 위험이 있다, 이야기와 은유를 통해서 말하는 것은 간접적인 의사소통의 방식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방어를 존중한다는 것을 알게한다.


넷째, 반복해서 읽어주어라.

같은 그림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지루하고 괴롭다. 하지만 아이는 반복해서 읽은 그림책 내용을 지겨워하기는커녕 같은 그림책을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에서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다르게 인식한다. 아이는 그림책 속 주인공들의 감정을 완전히 공감할 때까지 끊임없이 읽어달라고 할 것이다.


다섯째, 그림책의 주제를 강요하지 말라.

부모는 그림책의 주제가 뭘까도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아이가 그 주제를 알게 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읽는 방식은 다른다. 예를 들어 그림책 속 같은 나이의 아이가 처음으로 부모의 심부름을 한다면 부모는 아이가 심부름을 할 수 있을까가 궁금하겠지만 아이는 심부름 갈 때 뛰어가다가 넘어지는 장면까지를 생각한다. 아이는 주제를 생각하기 전에 이미 자신을 등장인물에 대입해서 어떤 상황에 몰입해 있는 것이다.


여섯째, 적절한 질문으로 감정표현을 도와주자.

아이가 ‘따분하다’, ‘짜증난다’, ‘지겹다’와 같은 단순한 말들을 하는데, 실제로 그 말들은 ‘상처받았다’, ‘실망했다’, ‘내가 싫어진다’, ‘가슴이 무너진다’, ‘친구가 없어 외롭다’ 등 수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일상 언어는 진부하거나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반면, 그림책은 아이를 상상력과 정서로 가득 찬 곳으로 인도한다.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서 상상하는 일은 구경꾼이 아니라 행위자로서 그림책을 읽는 것이다. 그림책을 통하여 아이는 자신이 경험한 많은 의미와 감정들을 모두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림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어때?’ 등 감정표현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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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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