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유아기 그림책에 아이의 ‘우뇌발달’이 달려있다

김영훈 2013. 10. 14
조회수 20576 추천수 0

20130930_4.jpg » 한겨레 자료 사진.


부모가 해오던 그림책 읽기는 좌뇌만 자극


캐임브리지 대학의 우샤 고스와미 교수에 의하면 5세부터 글자 읽기를 시킨 아이들이 7세부터 글자 읽기를 시작한 아이들보다 초등학교 시기의 학업 성취도가 낮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아이들의 뇌가 글자 읽기에 준비되지 않은 시기에 글자 읽기를 시도하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웃집 아이가 24개월에 그림책을 혼자서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부모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하루라도 빨리 책을 읽어야 초등학교에서 경쟁력을 갖출텐데.’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은 독서가 좌우한다는데 글자를 빨리 알아야지.’ 그래서인지 그림책도 아니고 플래시 카드를 통한 한글 학습이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아이가 글자를 구별할 수 있을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기어 다니는 아이를 앉혀 놓고도 한글카드를 넘긴다. 청각과 시각 정보를 통합하는 뇌는 아직 발달 중이고 읽기를 담당하는 뇌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몰론 일부 아이들은 부모가 그림책만 읽어주었는데도 띄엄띄엄 읽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의 노력이라기 보다는 아이들 발달의 속도가 모두 달라서일 뿐이다.


아이가 급하게 글자를 배우면 글자를 소리의 표시가 아닌 그림으로 인식한다. 각각의 단어를 통째로 그림처럼 외우기도 하고, 한 글자씩 모양을 외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글자를 읽을 때마다 머리 속에서 무수히 많은 통글자를 다 꺼내서 확인하여야 한다. 많은 기억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읽기 효율성도 떨어지는 좌뇌만 자극하는 읽기가 된다. 다행히 부모의 노력과 관계없이 아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올바른 글읽기가 이루어진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부모와 보낸 시간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좌뇌식 한글읽기는 즐거운 활동이 아니라 괴로운 활동으로 인식되 그림책읽기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아이가 하루에 그림책을 몇십 권 읽었다고 자랑하면서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리는 인터넷에 유행한 적이 있다. 영유아기에 그림책을 많이 읽으면, 초등학교 때 독서하는 습관이 쉽게 만들어지고,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유아 시기에는 많이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읽기 습관을 붙이려고 아이에게 그림책 읽기를 강요하고 그림책을 읽는데 하루를 다 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서 습관은 아이가 그림책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자발적으로 읽으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그림책은 한글을 익히기 위해 보는 책은 아니다. 간혹 그림책이 글을 익히는데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에 아기 때부터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짚어가며 읽어주기도 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아이에게 그림책은 순수하게 즐거움을 얻기 위한 것이지 한글을 깨치느냐와 상관이 없다. 그러니 아이가 글자를 알든 모르든 편안하게 읽어주자. 한글을 익히겠다는 부모의 기대가 없어야 아이가 그림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이의 좌뇌 발달과 우뇌발달


일반적으로 대뇌는 좌뇌와 우뇌를 나눌 수 있고 좌뇌는 언어력을 담당하고, 우뇌는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다. 만 6세가 되기 전까지 아이는 우뇌 중심으로 배운다. 규칙이나 논리로 배우기보다는 이미지나 패턴을 통해 받아들이는 우뇌식 학습법으로 배운다. 이때 아이들이 아직 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기억력에 중요한 해마를 쪼그라들게 할 뿐 아니라 좌절감으로 인하여 정서지능에 중요한 오피오이드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아이가 주로 우뇌를 통하여 흡수하는 만 3세까지는 그림책은 이미지와 패턴의 형태로 아이의 뇌가 받아들이기 때문에 매일 읽어주기가 쉽다. 그러나 만 6세 이후에는 좌뇌를 통한 논리적 사고가 우선이 되기 때문에 책 읽는 방식이 다르다. 물론 그림책을 읽는데 좌뇌와 우뇌에 따라 다른 것은 아니다. 뇌량에 의해 좌뇌와 우뇌는 연결되기 때문에 서로 자극하면서 통합된다. 따라서 한쪽 뇌만 발달하는 경우가 없으며 어린 시절의 그림책 읽기는 균형 잡힌 교육에 중요하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많은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컴퓨터 화면에 옮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텍스트는 화려한 시각 정보가 동시에 제시되면서 그 정보를 보다 분석적, 추론적, 비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여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컴퓨터는 하이퍼링크 된 텍스트를 통해 잠재적 추가 정보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고, 아이들도 멀티태스킹을 수행하면서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그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시간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위축되어 우뇌발달이 한창 이루어지는 영유아 시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아이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TV나 DVD 등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보았을 때, 뇌의 작동방식이 다르다. 이야기의 줄거리에 따라 화면에 제시되는 인물이나 동물, 장면들은 이미 만들어진 그림을 제공하여 상상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왕자, 공주, 곰이 이미 누군가에 의해 그려져 장면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아이는 다만 그것을 수동적으로 쳐다 볼 뿐이다. 디지털미디어를 통한 이야기는 아이의 상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요즘의 아이들은 영유아용 그림책전집 등 너무 많은 그림책에 파묻혀 있고, 그림책 또한 너무 화려하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하여 CD나 카세트로 제작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플래시 그림책 등 영상물로 만든 멀티미디어 그림책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이가 상상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여건은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를 디지털 화면으로 보게 되면, 그 영상이 뇌리에 고정되어 새겨진다. 그림책을 통하여 상상의 힘을 발휘하여 음미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는 일반적으로 생후부터 만 4-5세까지 질정을 이루다가 13세 이후로 서서히 퇴보한다. 논리적 사고는 창의성보다 늦은 유아기 후반에 발달이 시작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향상된다. 따라서 영유아 시기는 우뇌발달에 맞추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게 그림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우뇌 발달, 유아기를 놓치지 마라


미국 카네기재단은 2006년 보고서에서 7세 미만의 아이들 중 60%만이 부모가 책을 읽어준다고 한다. 그중 부유층 아기들은 88%가 독서를 경험하지만, 빈곤층 아이들은 12% 정도만 독서를 경험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연구결과에서도 빈곤층의 대부분은 집에 아이용 그림책이 단 한권도 없었는데 반하여 부유층의 경우 200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독서의 차이가 학력의 차이를 만들고 학력의 차이가 경제력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을 통하여 뒤처지는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고 있으며, 영국은 1992년부터 정부가 주도하에 생후 6개월부터 북 스타트(Book Start)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의 우뇌발달을 위해 유아기를 놓치지 말고 그림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첫째, 아이가 그림책 읽기를 주도하게 하라. 유아기의 아이는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자기가 독서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낀다. 아이가 펼친 페이지에 맞게 부모가 읽어 주면 아이는 스스로 이야기를 조정하고 있다고 여겨 유능감을 느낀다. 실수로 두 페이지를 한꺼번에 넘겨도 펼쳐진 페이지 그대로 읽어주자. 아이는 이야기의 흐름보다 자신의 행동에 따라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가 더 궁금하다.


둘째, 빨리 읽는 아이들을 말리지 마라. 한 때는 빠른 읽기가 아이의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정독도 중요하지만 속독도 우뇌발달에 효과적이다. 속독은 분위기 파악이나 주제 파악에 도움이 된다. 그림책 읽기를 즐긴다면 분명 언어력과 사고력의 발달에 유리하다. 그러나 읽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강요하지는 말자.


셋째, 아이가 혼자 읽기 시작했다고 그림책 읽어주기를 그만두지 마라. 아이는 혼자 읽을 때보다 엄마가 읽어줄 때 더 많이 배운다. 엄마가 그림책을 반복해서 읽어주면 아이는 그림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는 외우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부모의 말이 궁금하다. 무슨 말이 나올까 기대를 하면서 그림책을 관찰한다. 부모의 배경지식은 아이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아이에게 더 흥미진진하다.


넷째, 매일 읽어주어라. 매일 그림책을 읽는 것은 매일 두뇌를 자극하고 발달시키는 것이다. 그림책읽기를 통해 아이는 어휘력, 이해력, 추리력, 비판력, 상상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등을 키우게 된다.


상상력·창의력·통찰력 그림책이 우뇌발달에 미치는 영향


그림책은 2차원 평면에 불과하지만, 문자가 단어가 되고 문장이 되면서 여기에 담기는 정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 그림책은 시공을 넘나드는 많은 영역의 정보를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 또한 다양한 차원의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상상력을 동원한다. 특정 뇌영역만으로는 이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좌뇌와 우뇌의 광범위한 지원과 협조를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그리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괴테는 자신의 문학적인 자질이 엄마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한 적이 있다. 괴테의 엄마는 독일어를 겨우 읽고 쓸 수 있을 정도였지만, 잠자리에 들기 전 괴테에게 매일 옛 이야기를 들려줬고, 결말 부분은 괴테에게 만들어보도록 했다.


아이는 지식의 욕구 만큼 이미지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림책을 좋아한다. 아이가 TV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이미지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등장인물들과 줄거리가 상상력을 통하여 아이의 뇌안에서 이미지로 변하여 우뇌의 갈증을 해소한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루고 작가의 창의력이 듬뿍 담겨 있다. 반복해서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감을 얻게 된다. 아동심리학자 베틀레힘(Bettleheim)은 아이의 경우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그림책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림책의 주인공의 생각이나 감정을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판하면서 그림책에 담겨 있는 문제상황을 이해하게 되며,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해결방법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다양한 생각을 통해서 창의력의 영역 중 확산적 사고를 향상시킬 수 있는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갖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백지 상태에서는 창의력이 나오지 않으므로 여행을 하고, 자연을 관찰하고, 낯선 문화도 접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기는 불가능하므로 다양한 주제를 가진 그림책을 통해 만나고 경험하여야 한다. 따라서 무작정 권장그림책이나 특정 주제를 강요하기 보다는 사물을 인지할 수 있는 사물 그림책,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그림책, 일상생활을 익히게 하는 생활 그림책, 숫자나 글자를 익히게 하는 인지 그림책 등을 번갈아가며 읽어주자.


아기에게 많은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집에 있는 잡지나 상품광고 카탈로그라도 주면 좋다. 우리가 생활하는 주변을 둘러보면 간판, 과자 봉지, 신문, 광고전단, 포스터, 달력, 지도, 표지판 등 읽을거리가 다양하다. 이러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구체물을 통하여 읽기를 하는 것을 의미중심의 독서라고 한다. 그림책을 읽을 때 의미중심의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줄거리의 중심 단어를 찾아 이야기 나누기, 해당 그림에서 단어 뭍어보기, 단어를 보면서 줄거리 기억하기 등을 할 수 있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은 여러 권 보여주어라. 아이에게도 선호도가 있다. 같은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그 작가의 다른 그림책 어딘가에도 숨어 있어 아이가 그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1980년대에 버클리대학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느낌이 풍부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한다. 느낌이 있어야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여야 꿈을 꾸며, 꿈을 꾸어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림책 읽기는 지각력을 높일 수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만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으로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교육심리학자 카이퍼(Keifer)는 유아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그림의 작고 세밀한 것까지 주시하며 그림책의 예술적 질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아이들이 색, 형태 등의 시각적 요소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베르거(Berger)는 유아가 글자를 알고 그 뜻을 해독하기에 앞서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이해한다고 하였다. 그림 자체가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며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베틀하임에 의하면 환상그림책은 주제, 구성, 주요인물의 성격 면에서 아이의 사고방식과 매우 비슷해서 아이들이 쉽게 몰입하며,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고 아이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이는 그림책을 통하여 추론과 예측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뇌발달을 돕는 그림책 읽기


첫째, 독서전후 활동을 하라.

그림책의 표지는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와 표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다. 제목을 통해 어떤 내용이 나오고 어떤 인물이 나올 것인지 상상하게 하자. 그림책을 읽은 후 아이와 함께 등장인물이나 배경 등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자. 이때 단순히 크레파스와 스케치북만이 아닌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콩이나 팥과 같은 곡식, 꽃잎이나 나뭇잎, 나뭇가지, 조약돌과 같은 구체물을 이용하여 이야기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독후활동은 그림책 읽기를 오감으로 혹은 체험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우뇌발달에 도움이 된다. 부모가 이야기를 노래로 불러주고 아이가 그 노래에 따라 춤을 춘다면 아이들은 그림책을 온몸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12개월 미만의 아기들은 언어 기억력은 떨어지지만, 감각으로, 느낌으로, 몸으로 받아들인 기억은 30-40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둘째, 연령별로 책읽기 방식을 달리하라.

우리말은 영어나 중국어에 비해 음운이 낮고 단조로우니 3세 미만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최대한 리듬감을 살려 흥미진진하게 들려주자. 의성어, 의태어를 실감나게 표현하고 등장인물에 따라 목소리를 바꾸어 읽어주자. 3세 이후에는 차분하게 읽어주는 것도 좋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물 흐르듯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상상하며 이미지를 만든다. 목소리의 톤을 과장되게 높이기보다는 아이의 반응이나 줄거리의 흐름에 맞춰 읽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상황에 맞게 효과를 넣는 정도면 충분하다.


셋째, 반복해 읽어주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아이들은 그림책 한 권을 여러 번 읽어줘도 매번 즐거워한다. 아이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며 익숙한 이야기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이미 이야기 전개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긴장감 없이 오히려 편안한 상태에서 풍부하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3세 아이는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에 푹 빠져 자신의 머릿속에 상상의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반복해 읽는 것은 아이가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상상력이 확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아이의 독서발달과 감성상태에 따라 그림책의 언어가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


넷째, 부모가 직접 읽어주어라.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장을 넘기며 부모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읽어주어라. 아이는 부모를 온통 독차지 하고 부모의 존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엄마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휘력과 문장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서적인 안정 속에 받아들인 정보는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훨씬 더 강하게 뇌의 신경회로를 자극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림책의 재미난 내용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눈빛, 목소리, 체온 등 그 순간의 따스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사실 그림책을 읽어줄 때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없다면 다른 시청각매체와 다를 바가 없다. 방 안에 켜져 있는 TV나 라디오에서 들리는 말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듯, 아이의 흥미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아이의 소리에 반응해주지 않은 채 단순히 읽어만 주는 그림책은 아이의 정서와 인지 발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섯째, 상황에 맞게 바꾸어 읽어주자.

흔히 그림책은 ‘그림’이 중심이므로 ‘소리’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림책에는 새소리와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뿐 아니라 일생생활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급하게 그림책을 읽으면 그림책의 수많은 소리를 지나칠 수 있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최대한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음미하듯 들여다보게 하자. 그림책을 읽어줄 때도 그림책의 내용을 글자 그대로 또박또박 읽어주기보다는 그림책의 등장인물을 입체적으로 설정하고 상황을 살려서 읽는 것이 좋다. 행복한 상황, 슬픈 상황, 위험한 상황 등 그림책 속에는 다양한 상황이 있다. 글밥이 많은 책이라면 책에 있는 모든 글자를 읽어주려고 하기 보다는, 내용을 확장해 보기도 하고, 아이의 상황에 맞게 조금 꾸며도 괜찮고, 이야기를 현실에 연관시켜도 된다.


여섯째, 의도적인 질문은 하지마라.

그림책은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워야 하는데 자꾸 교육적인 효과를 노리다 보면 엄마의 의도가 아이에게도 전해지게 마련이다.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자신이 느낀 것을 아이가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그림책을 통해 느낀 감동을 굳이 말로 설명해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림책을 읽은 직후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비로소 자연스럽게 책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다.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질문은 우뇌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 그림 속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은 유아의 관찰력, 분석력, 나아가 창의력의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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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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