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끝말잇기만 알아? 첫말잇기의 말맛을 느껴봐

베이비트리 2019. 03. 29
조회수 59290 추천수 0
‘가구-가족사진’, ‘안경-안녕’ 등
첫말이 같은 단어가 빚어내는
재밌고 따뜻한 40편의 놀이
00504151_20190328.JPG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
박성우 시, 서현 그림/비룡소·1만1000원
끝말잇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테디셀러’ 놀이다. 아무 것도 필요 없이 어깨를 붙이고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할 수 있기에 그렇게 사랑을 받나 보다. 아이들의 언어에 대한 이해를 늘리는 데도 아주 유익하다. 그런데 ‘첫말잇기’라면 어떨까? “에이, 첫말잇기는 같은 말로 시작하는 단어만 반복하는데 놀이가 될 수 있어요?”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첫말로 엮은 동시를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인다.
00504155_20190328.JPG
<박성우 시인의 첫말 잇기 동시집>은 같은 말로 시작하는 단어들에 영감을 받은 40편의 동시를 묶은 시집이다. “무심코 저는 ‘상상’이라는 말과 첫말이 같은 ‘상자’라는 말을 이어 봤습니다. ‘상상―상자’ 이렇게요. 그랬더니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상상 상자를 열면 독수리만한 모기가 나와 윙윙댔습니다. 하늘을 나는 두더지가 나와 별을 깨물어 먹고 뭉게구름을 핥아먹었습니다….”(박성우 시인) “오이가 오싹오싹” 하고 “도토리 도둑이 도망”가고 “사이다 사자”가 시원한 시들을 소리 내 읽다 보면 우리말의 단맛이 입 안에 고여온다.

그렇다고 이 동시집이 ‘말맛’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찰칵찰칵,/ 가구 가족사진을 찍고 있어/ 의자도 씽긋 찰칵/ 책상도 씽긋 찰칵/ 식탁도 씽긋 찰칵/ …/ 어, 근데 쟤는 뭐지?/ 가구 가족사진 가장자리/ 가재도 씽긋씽긋 브이/ 차알칵!”(동시 ‘가구―가족사진’) ‘가’로 시작하는 가구와 가족사진으로 시작해 가재까지 등장하며 익살스럽게 마무리하는 시이지만, 의자, 책상, 식탁의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상상을 하다 보면 늘 보던 주변 사물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더워진다. 시를 읽다 문득 마주하는 이런 순간은 이 동시집이 어른이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손색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00504153_20190328.JPG
박성우 시인은 <거미>, <가뜬한 잠> 등 어른을 대상으로 한 시와 <불량 꽃게>, <우리 집 한 바퀴> 등 아이를 위한 시를 함께 발표해 왔다.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00504152_20190328.JPG
이 책의 매력을 더 높여주는 것은 서현 작가가 작품마다 짝을 지어 그린 네 컷 만화다. ‘25’가 찍힌 옷을 입은 ‘오이’가 종횡무진 누비는 만화는 꼭 동시가 깔아놓은 상상을 따라가지 않고, 그에 바탕을 둔 다른 전개와 결말을 보이면서 아이들이 즐겁게 책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서 작가는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려왔고 <눈물바다>, <커졌다!> 등의 책을 쓰고 그린 바 있다. ‘동시야 놀자’ 시리즈의 13번째 작품으로 이 동시집을 낸 비룡소는 박성우 시인의 ‘끝말잇기’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아이와 끝말잇기 대신 첫말이 이어지는 낱말을 찾고 즉흥시를 짓는 놀이를 하면 어떨까? 처음엔 생소해도 말과 친해지는 새 길을 터줄지 모를 일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당신에겐 진짜 이웃이 있나요?당신에겐 진짜 이웃이 있나요?

    베이비트리 | 2019. 03. 29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숀 루빈 지음, 황세림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000원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 볼리바르는 뉴욕 웨스트 78번가에 산다. 볼리바르는 아침에 신문가판대에서 <뉴요커>를 사서 읽고,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오후에...

  • 초록숲으로 떠나자, 보물을 찾으러초록숲으로 떠나자, 보물을 찾으러

    권귀순 | 2019. 03. 29

      보물을 품은 숲으로불을 뿜는 화산으로에릭 바튀 지음, 이희정 옮김/한울림어린이·각 권 1만3000원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에릭 바튀지만,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썰렁하다. 은유 뒤에 숨은 절제된 언어 때문일까? 빨강, 파랑, 검정, 초록을...

  • [3월 15일 어린이 청소년 새 책]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외[3월 15일 어린이 청소년 새 책]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외

    베이비트리 | 2019. 03. 15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 <둘리틀 박사와 초록 카나리아>(11권) <둘리틀 박사의 퍼들비 모험>(12권)이 나와 둘리틀 박사의 모험 시리즈가 완간됐다. 1차 대전에 참전한 휴 로프팅이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둘리틀 박사 이야...

  • 선과 색이 그려낸 나만의 멋진 개성선과 색이 그려낸 나만의 멋진 개성

    베이비트리 | 2019. 03. 15

    파랗고 빨갛고 투명한 나황성혜 지음/달그림·1만8000원사람은 모두 닮은 듯하면서 다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고, 다른 사람을 그렇게 인정하기는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성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이 책에서 즐겨 이야...

  • 흥! 쳇! 으! 나쁜말 삼총사도 필요할 때가 있을걸흥! 쳇! 으! 나쁜말 삼총사도 필요할 때가 있을걸

    권귀순 | 2019. 03. 15

    동음이의어 ‘말’과 ‘말’로 빚은개성 넘치는 말들의 이야기유머 가득한 그림 ‘웃음꽃’말들이 사는 나라윤여림 글, 최미란 그림/스콜라·1만3800원【말:】과 【말】은 같은 소리가 나지만, 길고 짧음에 따라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다. <말이 사는 ...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