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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읽는 컴퓨터 표정 잃어버린 사람들

베이비트리 2015. 08. 11
조회수 2020 추천수 0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로봇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 기술이 일자리 대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계에 위협받지 않을 일자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감정적 소통과 공감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표정 인식 알고리즘 기술과 감정 읽는 로봇의 등장은 이 구분도 모호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폴 에크먼 박사가 정립한 인간 표정 인식 기술을 활용해 이모션트, 어펙티바, 아이리스 등의 업체는 상품이나 광고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6월 세계 최초 감정 인식 인간형 로봇 페퍼가 시판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오사카대 연구진이 공개한 인간형 로봇 ‘에리카’는 23살 여성의 모습으로, 앞으로 상담과 안내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에리카는 눈, 입 주변, 목 등 19곳을 공기압으로 움직여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언젠가는 감정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일 것이라는 기대도 허망해질 수 있다. 공감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늘어간다. 미모를 추구하다 섬세한 표정 연기를 잃어버린 연기자들도 비슷하다.

국내 케이블방송으로도 소개된 미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베벌리힐스의 주부들>에 나오는 여자들은 빈번하게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두세 명의 주부가 함께 식사를 하다가 오해가 생기는데, 문자와 페이스북을 통해 부풀려지다가 제대로 붙는 싸움으로 확대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형수술로 팽팽해진 얼굴이다. 보톡스 주사로 이마와 눈가엔 주름이 사라졌고, 입술엔 콜라겐이 주입돼 웃음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현재의 충격>에서 이 주부들을 가리켜 “누가 어떤 말을 하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라리는 표정밖에 지을 수 없다”며, 표정을 읽어낼 수 없는 게 잦은 충돌의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입가의 떨림, 눈가와 이마의 주름, 눈썹 움직임 등으로 감정을 전하는 기능이 사라지면, 상대의 말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소통 실패로 이어지게 된다.

표정 인식 기술과 감정형 로봇이 결합해 일자리를 위협하는 미래가 오더라도, 소통하고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여전히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이다. 기계가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얻으려 애쓰기 앞서 내가 지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잃어버리지 않는 것도,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생존법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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