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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만 자” “카페인음료 마셔”…공부에 숨막히는 초등학생들

베이비트리 2014. 12. 09
조회수 2739 추천수 0
1418031094_00519971401_20141209.JPG 초록우산, 110명 설문조사
하루 여가시간 4시간 밑돌고
“친구와 놀때조차 공부 걱정” 

‘새벽 2시30분에 잠들어 아침 7시에 깨어나기. 오전 8시에 등교해서 오후 3시 하교. 3시간 더 영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저녁식사. 밤 10시까지 수학학원. 집에 돌아와서는 새벽 2시30분까지 영어·수학학원 숙제에 피아노, 한자, 중국어 공부.’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직접 그린, 둥근 돈가스 접시 크기의 일과표는 6개 칸막이만으로 하루가 정리됐다. 일과는 너무나 단순했고, 잠자는 시간은 4시간30분에 불과했다. 대입 수험생도 버티기 힘든 일정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어린이 연구원으로 선발된 초등학교 5~6학년생 23명이 8일 ‘대한민국 아동을 말한다’라는 보고서를 냈다. 어린이 연구원들이 서울과 충북 충주 지역에 사는 또래 110명을 직접 조사한 설문 내용은, 보고서 소제목처럼 ‘공부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우리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대입 수험생처럼 하루를 사는 초등학생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어린이들은 보통 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학원 숙제가 많으면 밤을 새우거나 늦게 자야 한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하루에 5시간만 자도 많이 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 아이들의 평균 취침 시간은 새벽 1시다. 그 많은 숙제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공부를 위해서 ○○○까지 해봤다’는 설문 문항에 대한 답변들에선 아이들이 느끼는 공부의 무게, 숨 막히는 일상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3시간밖에 안 자기’ ‘새벽 4시까지 안 자기’ ‘친구와의 약속 깨기’ ‘지하철에서 공부하기’ ‘일어나자마자 공부하기’ ‘도서관 끝날 때까지 공부하기’ ‘카페인 음료 마시기’가 자신들의 일상이라고 적어 냈다.

아이들은 평균 0시9분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6시52분에 일어났다.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43분이었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어린이에게 권장하는 수면시간은 9~10시간이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이유’로 ‘진학 및 직업 선택에 도움’(52.7%), ‘재능 개발’(40%), ‘인생이 실패할까봐’(31.8%)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25.3시간에 불과했다.

8년차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아무개(31)씨는 “강남과 강북 지역에서 다 가르쳐봤는데 지역 차이가 심하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공부를 안 하면 뒤처진다는 생각에 오로지 공부만 하는 강남 아이들을 볼 때 안타까웠다”고 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오은찬 연구원은 “친구들끼리 대화할 때도 학원 수업 진도가 늦은 건 아닌지, 너무 일찍 자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말을 한다”고 했다.

또래 연구를 진행한 아이들은 보고서를 마치며 “아이들이 공부하는 목적과 이유를 알 수 있도록 자아실현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겠다. 충분한 여가시간과 수면시간을 보장해달라”고 어른들에게 ‘부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2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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