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제일 잘한 일

조회수 2968 추천수 0 2014.06.23 11:21:26

나의 딸 혜수에게

 

엄마와 아빠, 모든 가족들이 네가 오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몰라.

넌 그렇게 우리를 기다림 속에 드디어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났단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네가 태어나던 날, 의사 선생님이 너를 내게 보여주셨을 때 난 너무 놀라 너를 안아주지 못했단다. 난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예쁜줄 알았어. 준비가 덜 된 엄마라 미안해.

 

걸음을 일찍 뗀 네가 돌무렵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입 안이 다쳐 피가 흐르는 널 보며 ,엄마가 너무 울어 의사선생님한테 혼났지. 침착하지 못한 엄마라 미안해.

 

유치원 때 아이들의 손감각을 길러주라고 해 너에게 칼을 쥐어주며 감자를 썰라고 해서 네가 손가락을 베었단다. 다칠 것 생각 못한 조심성 없는 엄마라 미안해.

 

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는 다른 엄마들처럼 성적에 연연해 하는 부모가 되지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네가 받아쓰기, 수학 시험을 틀려 내심 속상해 했단다. 갈대같은 엄마라 미안해.

 

네가 4학년 때 부반장이 되고, 떨어진 아이와 그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네 뒤담화 하는 걸 듣고 많이 속상하다고 했지. 엄마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릴 적 모습과는 달리 조금 소심하고 자신감이 없는 아이로 커갔어. 그 사건 이후로 자신감을 잃어갔다는 얘기를 나중에야 들었지. 너의 얘기 귀담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해.

 

6학년 때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귈 때, 내심 '내 딸이 공부엔 관심이 없고 이성에 너무 일찍 눈을 뜨는게 아닌가' 생각했어. 그런데 그 친구 생일날 선물을 준다며 나가더니 10분도 안되서 돌아왔지. 너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 못 해 미안해.

 

중학교에 올라가 반친구에서 얼굴을 맞아 코뼈가 부러졌는데도 서로 사과하고 용서하라고 했지. 그 애랑 한 반에 있는게 조금은 겁났다는 너의 얘길 듣고 힘들었을 너를, 충분히 이해하며 그 마음 위로해 주지 못해 미안해.

 

같은 반 남자친구에게 고백을 받고 너무 설레며 나에게 사귀어도 되냐고 물었을 때 단칼에 안된다고 말했지. 그래도 넌 기여코 그애와 사귀더구나. 놀이공원도 가고 영화도 보고, 기념일도 챙기면서 한뼘 성장해가는 널 보며, 이성친구는 대학가서 사귀라고 세대차이 나는 말해서  미안해.

 

너는 지금도 변함없이 안무가를 꿈꾸고 있더구나. 엄마는 네가 연예인들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는 것 같아 다른 꿈을 갖기 원했단다. 그러나 네가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하고, 남에게 감동을 주는 안무가가 되겠다고 하는 너의 말이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있어. 너의 꿈을 처음부터 지지해주지 못해, 지금도 전폭적인 지지를 해 주지 못해 미안해.

 

이런 엄마인데도 먼저 뽀뽀해주고 손 벌려 안아주는 우리 딸 혜수야~

앞으론 너에게 미안해 하지 않고 사랑해 고마워란 말을 더 자주 하는 엄마가 될게.

지금처럼 서로의 꿈에 대해, 세상에 대해 많은 얘기 나누며 살자꾸나.

한 발짝 내딘 너의 꿈을 응원한다. 사랑해 혜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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