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태인, 선우에게

 

  가끔씩 너희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 있었어. 그때마다 몇 글자 적어 책상에 놓기도 하고 가방에 넣어주기도 하고 때론 현관열고 들어와 먼저 보이는 유리문에 붙여놓기도 했지. 그런데 요즘은 통 무언가 전해준 기억이 없는 것 같아.  

 

 언제부턴가  엄마는  집에 오면 "오늘은 어땠니", "재미 있었니?" 대신 "뭐 했어? ", "숙제는 뭐야?", "빨리 해"로 시작해 이것저것 지적질을 하고 체크하고 또 체크하다 다음날 아침이면 "일어나라", "서둘러라"로 저녁이면  다시 '뭐 했어'엄마가 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어. 한마디로 폭풍잔소리꾼이 되어버린 거지. 지인이와 태인이의 공감하는 얼굴이 보이는 듯 하구나. 퇴근하는 지하철역에서는 '오늘은 너희들하고 많이 웃어야지', '공부같은 것 멀리 보내고 재미있는 얘기하며 지내야지'하면서 오는데 집에오면 다 잊어버리는 이 엄마를 용서해주라.

 

사실 우리 큰 딸은 세상에서 가장 성실한 엄마의 딸로 초등학교, 중1인 지금까지 학교가지 싫다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은 참으로 대견한 엄마의 딸이야!  엄마가 철부지때 너를 낳아 사랑하며 너를 키웠지만 '엄마의 기술'이 없어 제일 서툴게 너를 키웠던것 같아. 셋째 선우를 키워보니 너에게 가장 많이 미안하더라.

 

성격좋은 우리 순딩이 둘째,  무엇이든 하려하고 열심인 우리 태인이는 엄마를 가장 이쁘다고 해주는 엄마의 왕팬이지. 항상 밝아서 때론 우리 아들이 힘들어 하는걸 알지 못할 때가 있었던 것 같아. 동생이 태어난 뒤로 동생에게 향한 시선을 용케도 잘 이해해주고 잘 보내는 너가 참 대견하고 고마웠어.

 

사랑둥이 우리 선우는 엄마가 참 미안한 일이 많네. 형,누나 공부 가르쳐 준다고 매일 뒷전이다가 직장다닌다고 일찍 어린이집에 맡기고, 말이 늦는 너를 일찍 도와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게 가장 미안해.  그래도 항상 밝게 웃는 우리 막둥이가 엄마는 눈물나게 고마워.

 

 애들아 있잖어? 엄마가 때론  멀리 느껴져도 사랑하지 않고 너희를 키운 날은 단 하루도 없어. 우리집의 그 많은 책들도 사실은 너희를 잘 키우기 위해 보기 시작한 육아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늘어나게 된거야. 그거 몰랐었지?  예민한 지인이와 엄마와 성격이 너무 다른 태인이를 어느날엔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때가 있더라. 울고 싶기도 하고 소리소리 지르며 화를 내고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엄마가 밉기도하고 그랬어. 그래다 책을 읽기 시작한거야.

 

 엄마는 공부는 나중이고 먼저 너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스스로 알아내는 활동들을 하라고 하고 싶고,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항상 공부와 만나면 엄마의 소신은 아직 이기질 못하고 있는 것 같어. 이길때도 있지만 거의 지는 것 같아. 그런 엄마의 못난 모습이 너희한테 가장 미안하고 또 미안해.

 

 하지만 얘들아, 엄마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아줬으면 해. 너희 눈에는 보이지 않을때도 있을테지만 소신쪽으로 한걸음씩이라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잔소리쟁이' 엄마가 매일 매순간 너희를 위해 책을 읽어가며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야. 

 

 지인,태인, 선우야~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 중 엄마의 아들,딸로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항상 사랑한다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 서로 웃으며 행복하게 지내자~ 사랑하고 사랑해 이쁜이들...

 

 

2014년 6월 19일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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