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준이에게

  

준아, 엄마야. 

우리 아들은 지금쯤 유치원에서 점심 먹고 있겠구나. 

갑자기 엄마 편지 받아서 놀랐지? ^^ 

네가 태어나기 전에는 태중 편지도 쓰고, 너 태어나고 돌 때까지는 육아일기도 썼는데

요즘은 우리 아들한테 이런저런 핑계로 짧은 카드도 쓰지 못하고 있네.   


준아, 

네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엄마, 아빠가 널 두둥이라고 불렀단다. 

‘두둥~’하고 네가 태어날 날만 기다리는 마음으로, 엄마랑 아빠랑 그렇게 불렀어. 


그런데 준아, 엄마는 여전히 늘 그래. 

준이가 쌔근쌔근 자고 있는 모습에도,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모습에도, 

욕조에서 목욕하는 모습에도 항상 ‘두둥~’하고 마음이 두근거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아픈 데 없이, 

다치는 일 없이 건강히 자라주고 있다는 게 

눈물 나도록 감사해. 


그런데 말이야.

엄마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엄마한테 이상한 게 하나 있더라구. 


우리 준이는 혼자서 세수도 잘하고, 양치도 깨끗이 하고, 

유치원에서 친구들 배려해가며 사이좋게 지내는 멋진 아들인데, 

엄마는 엄마가 젊었을 때 ‘저런 못난 엄마는 되지 말아야지’의 딱 ‘저런 엄마’의 모습이 되었거든.


오늘 아침에도 네가 밥 먹다 돌아다닌다고 마구 큰소리로 야단쳤잖아. 

좋은 말로 얘기해도 됐을텐데 말이야. 

그리고 어젯밤에 잘 때도 네가 그림책 하나만 더 읽어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그만 자라고 불을 꺼버렸잖아. 

그림책 하나 더 읽어주는데 시간 많이 안 걸리는데

너 재우고 엄마가 설거지해야 한다고 짜증을 냈었지. 

아들한테 책 많이 읽어주는 엄마가 되자고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네. 


밥 흘리지 마라, 빨리 옷 입어라, 양치질해라, 인사해라…. 

늘 준이를 혼내고 야단치는 건 엄마인데, 왜 더 못하는 사람이 엄마인 걸까? 

오히려 준이가 엄마를 혼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준아, 

아직은 엄마도 엄마가 된 지 6년 밖에 되지 않아서 

많이 부족하고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 

그러니까 엄마가 지금까지 준이한테 잘못했던 거 있으면 용서해줄 수 있을까? 

엄마가 더 노력할게. 


그리고 약속할게. 

엄마는 우리 준이한테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 노릇을 못해주는 거 같은데 

우리 아들은 늘 엄마한테 최고로 멋진 아들이라서.


준아,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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