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사진 자료 ::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소중한 너에게
안녕!
아침에 인사하고 나왔는데 이렇게 글로 적으려니까 조금 쑥스럽다.
학교에 잘 갔니?
일찍 출근하는 엄마 때문에 늘 혼자 등교하고,
방과 후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까지 집에 데리고 오는 널 보면 늘 미안해.
지방에서 근무하는 아빠,
늦게 퇴근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을 챙겨주는 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너를 키우면서 엄마는 새롭게 고민하게 되고 배우게 되는 것들이 많아.
언젠가 신문을 보면서 글썽이는 내게 네가 물었어. 왜 울고 있느냐고...그래서 내가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포이동)인데 화재로 집이 모두 타 버렸다고 했더니 네가 그러더라.
“엄마, 나 통장에 돈 많으니까 보내자.”
그 때 넌 6살이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뭉클했다. 적은 액수였지만 네 이름으로 이재민들에게 써 달라며 보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엄마 맘이 따뜻해져.
이후에도 넌 엄마를 감동시키곤 했어.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와도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학교에서 들었다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돈을 보내자고도 하더라.
며칠 전에는 텔레비전에서 보았다면서 노숙인들에게 밥을 주는 봉사를 해보고 싶다고 했지? 그 말 듣고 부끄러웠어.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남을 위한 봉사를 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 네 덕분에 봉사시설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좀더 진지하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
세상이 힘들다고, 자신밖에, 내 가족밖에 모르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문득문득 깨닫는다. 나는 네가 지금처럼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의 삶을 고민하면서 살았으면 해.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반성하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살아가길 바랄게.
엄마도 너로 인해 한 뻠씩, 한 뼘씩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도 부족한 엄마에게 나눔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렴.
더운 날씨에 건강관리 잘 하자.
2014.06.26.
스스로 서되 더불어 살기를 바라며 엄마가 보낸다.
추신: 매일 아침마다 바쁘다며 빨리 학교에 갈 준비해라, 숙제해라, 깨끗이 씻어라 잔소리하고,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집안이 더럽다며 화내곤 해서 미안해.
엄마의 잔소리에도 짜증부리지 않고 동생 잘 돌봐주고 집도 정리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