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 소나기로 젖은 나뭇잎들 위로 눈부시게 햇살이 비추었단다. 엄마는 퇴근 후 너를 만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할머니와 함께 올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눈부시고 따가운 6월의 햇살만큼이나 너를 만나는 그 순간 엄마는 오롯이 미소와 기쁨으로 빛난단다.
25개월, 하루 하루 너가 커나가는 것을 보면 엄마는 애가 탔던 순간과 네가 준 기쁨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엄마가 3개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 때, 100일도 되지 않은 너를 할머니에게 맡길 때, 엄마는 가족들의 사랑을 믿고 일을 하러 나올 수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너를 향한 안쓰러움이 있었단다. 면역력을 길러준다는 모유도 어렵게 어렵게 6개월정도밖에 줄 수 없었고 어린 너를 카시트에 앉혀 보낼 때면 마음이 힘들었단다. '밥벌이를 해야하는 상황들이 직장맘들에게는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겠구나, 아이가 아프면 아픈대로 직장맘들은 더 힘든 마음으로 일을 하고 육아를 하겠구나'를 초보 엄마인 나는 하나씩 하나씩 알게 되었단다.
요즘 너는 수족구라는 병에 걸려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손, 발, 입안, 엉덩이로 퍼져 가려움으로 잠도 깊게 못자고 있지. 상처가 생기도록 긁고 찡찡대는 너를 보면 엄마는 마음이 또 안 좋아지고 미안해진다. 어린 너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밖에 없어서 면역력 약한 아이에게 전염성 병이 옮겨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되었다. 손,발을 잘 씻겨준다고 했는데도 걸려 속상하고, 힘들어하는 너를 보면 또 마음이 힘들어지면서도 잘 이겨내고 더 강한 면역력으로 튼튼하게 자라기를 기도하게 된단다.
너의 자람을 보면서 엄마가 배우게 되고 단단해진단다. 너에게 엄마의 감정을 섞어 혼낼 때가 있었지~ 엄마 기분이 안좋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도 엄마 기분대로 온 힘을 다해 네 양어깨를 움켜쥐고 훈육한다하며 언성을 높였을 때, 그런 후에 엄마는 후회한단다. 내 감정을 또 절제하지 못했구나 하고 엄마의 부족한 모습을 탓하게 되고, 그깟 우유 엎지른 것에 아까운 우유로 장난친다고 너의 장난치고 싶은 마음을 몰라줘서 미안했단다. 그깟 우유가 뭐 그리 아깝다고. 흘린 우유 닦는 일이 뭐가 그리 힘들다고. 너의 마음을 잘 몰라주어서 엄마가 많이 미안해. 엄마가 일하고 돌아오면 엄마 몸이 힘들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놀고 싶고 장난치고 싶어하는 너를 엄마 감정대로 절제시키려고만 했던 엄마가 미안해.
우리 씩씩한 곱슬머리 개구쟁이 왕자님!
엄마, 아빠에게 처음 열매로 맡겨주신 너를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라게 도와주는 것이 엄마, 아빠에게 맡겨주신 앞으로의 미션이란다. 엄마, 아빠가 그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너의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도록 마음을 너에게 맞추도록 애써볼게.
오늘은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놀기도 잘했던 너. 잠도 잘 자주고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남길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서 고마워~
날마다 날마다 사랑으로 건강하게 자라다오.
내일 아침 '엄마~'하고 일어나 배시시 눈도 제대로 못뜬 채, 용케도 엄마 있는 곳으로 달려올 너를 생각하며 다음에 또 엄마랑 이렇게 글 속에서 만나자.
잠자는 네 귓속에 속삭인다. ‘사랑해 태령아~. 잘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