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6999_P_0.JPG » 한겨레 사진 자료 ::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엄마가 미안해' 편지 공모전 잘할게상 수상작]
행복한 엄마가 될게


사랑하는 서현, 제현이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여름이네. 그런데 요즘은 날이 자주 흐리고, 소나기가 쏟아져 내려서 여름같지 않은 것 같다. 덥지 않아서 땀이 많은 너희들이 지내기에는 다행인듯 하면서도 목감기에 콧물 줄줄 흘리는 너희들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엄마는 날이 흐리면 흐린대로 맑으면 맑은대로 걱정을 하는 사람인가보다.


지난 주말 엄마가 힘들어서 너희들 앞에서 엉엉 울었지. 엄마가 고등학생 형아들 담임이다 보니 야자 감독에 보충수업에 심지어 심화보충 수업하다 보니 지난 주는 9시 이전에 들어간 적이 없었어. 그러다보니 몸도 지치고 너희들 외할머니한테 맡겨두어 놓고 일하니 마음도 지치고 이래저래 너무 힘들어 나도 모르게 엉엉 울어버렸네. 엄마가 너희들 앞에서는 언제나 웃으며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잘 안된다. 아직 어린 너희들이 엄마도 힘들다는 걸 알까? 그래서 가끔은 그렇게 너희들처럼 목놓아 엉엉 울수도 있다는 걸 이해해줄 수 있을까?


우리 큰 아들 서현아. 엄마는 서현이를 보면 언제나 마음이 짠해. 세상 모든 엄마들이 자식을 보면 마음이 짠하겠지만 엄마는 엄마 나름의 사정으로 인해 너를 보면 참 마음이 짠하다. 너를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 그 작은 생명이 나에게로 와서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며 자라는 시간을 나는 그때 받아들이지 못했단다. 나만을 위해 살다가 너를 위해 살기 시작한 시간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산후우울증에 걸려 오랜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지. 그래서 엄마 손에서 자라지 못하고 한 달 채 되지 않은 너를 외할머니한테 맡겨버렸단다. 그 이후 사회생활 한다는 핑계로 계속 외할머니 집에서 생활하게 했던터라 항상 너를 보면 짠하고 미안하다. 그때는 모든 것이 참 버거웠단다. 모유수유해야 한다는 말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말도, 엄마가 밥해주고 놀아줘야 한다는 말도 모두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 말 같아서 언제나 힘들었다. 너를 보면 항상 죄책감에 힘들었던 것 같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는 깨달았어. 죄책감에 시달리며 네 앞에서 눈물흘리고 괴로워하고 자책하기 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너를 만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고. 그래서 엄마라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한 시간임을 느끼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엄마는 사회생활도 열심히 하고, 짧은 시간이라도 너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같이 웃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해. 그래서일까? 이제 일곱살이 된 너는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엄마와 함께 하고 싶어하지. 엄마가 많이 신경쓰지 못하고, 함께 해주지 못했음에도 혼자서 잘 할 수 있다며 말하는 너를 보면 참 고맙고 대견하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마 너의 그런 모습 덕분이 아닐까?


그리고 제현아. 이제 17개월 된 우리 아기. 형을 낳고 힘들어 둘째 생각은 하지도 않다가 하늘이 주셔서 받은 우리 둘째 아들. 형과 달리 활달하고, 모험심 강하며 잘 울고 웃는 너를 보면 매순간이 신기하다. 형을 기를 땐 멋몰라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너를 키우며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내리 사랑이라 하던데 그 말이 이해가 된다고 할까? 아직 어린 너를 엄마가 보듬지 못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게 했지만 외할머니가 엄마보다 더 큰 사랑을 쏟아주고 있다는 걸 알기에 제현이도 형만큼이나 잘 자랄거라 믿는다. 형보다 호기심 많고, 활달해서 크면 넓은 세상을 누비고 다닐 것 같은 우리 아기. 이제는 엄마 알아보고 엄마가 가면 따라 나서면서 앙앙 우는 모습을 볼때 짠하기도 하지만 우리 함께하며 더 즐겁게 보낼 시간을 생각하며 엄마는 또 문밖을 나선다.


서현아, 제현아. 

엄마는 가끔 그런 생각한다. 엄마 직업이 교사이다 보니 형아들을 가르치는데, 내 자식도 제대로 기르지 못하면서 남의 자식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 내 아이들 아픈데 돌보지 못하고, 내 아이들 힘들어 하는데 이야기 들어주지도 못하면서 서 저 많은 아이들의 고민들어주며 그들의 미래를 위해 바르게 살라 가르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 하지만 내 직업도 천명이고 나에게 다가온 저 아이들도 인연이며 엄마에게 가르침이라 생각하며 아이들 앞에 선다. 형아들 가르치며 엄마도 배우고 느끼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그 배움과 느낌을 너희들 키우면서 또 함께 할거고.


그래서 엄마가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엄마가 지금 당장 곁에 없어도 힘들어 하지 말고, 아파하지 말라고. 엄마는 엄마가 행복해짐으로써 너희들도 행복해지길 바란다. 엄마가 행복하지 않는데 너희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 거라 믿으니까. 엄마가 행복해지고, 그 마음으로 너희들을 대하고 가르치고 기르며 너희들의 삶도 행복하게 만들고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 엄마가 행복해질게.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너희를 가지고, 기르고 키우고 가르치면서 나는 엄마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살게 되었단다. 세상의 어떤 가르침보다 더 큰 가르침과 깨우침을 준 너희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사랑한다 말하고 싶구나. 사랑한다. 우리 두 아들


2014년 유월 어느 날. 행복해지고 싶은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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