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인휘에게.

  다인아, 다휘야.

  피아노 위의 너희들 돌 사진을 보고 있으면 다시 십여 년 전으로 돌아간 듯 기분이 이상하단다.

  아빠 엄마가 결혼한 후 2년 만에 엄마의 뱃속에 인사하러 온 다인이.

  다인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마법처럼 엄마의 뱃속으로 찾아든 다휘.

  엄마와 아빠는 지금도 그 때 얘기를 나누면 놀라워서 많이 웃곤 해.

  원래 아기가 엄마 젖을 먹고 있을 때엔 엄마의 뱃속에 다른 아가가 잘 생기지 않거든. 그런데 ‘그런 법이 어딨어?’ 하는 듯 엄마의 아기집을 찾아 여행을 감행한 다휘였잖아.

  지금도 다휘는 “그런 법이 어딨어?” 라며 호기심 가득어린 눈으로 세상의 모든 규칙들에 대해서 의문을 품곤 하잖아? 맞아. 세상에 그런 법이란 없어. 그지?

 

  연년생으로 태어나서 쌍둥이처럼 자란 너희들의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솔직히 엄마는 그 시절의 피곤함과 버거움으로 지금도 눈물이 막 쏟아지려고 해.

  근 2년을 하루 두어 시간 쪽잠을 자고서 출근을 해야 했던 엄마의 그 시절의 사정을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이해해 줄까? 그 때는 그 선택이 엄마와 아빠의 최선이었다고 말하면 다 씻어질까?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의 손을 잡고 떨어질 줄 몰라 하던 다인이를 억지로 교실 앞으로 밀어 넣었던 그날, 다시 뒤돌아서 너를 보니 교실 문을 열 힘이 없어서 멀뚱히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하던 너. 엄마가 저만치에 있는데도 매달려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듯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너의 젖은 눈망울.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엄마는 그 날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어.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애써 위로해 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유야 어찌 되었든 엄마가 잘못 한 거 맞아. 두 돌도 안 된 너희들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매일 아침 너희들의 전부인 엄마를 떠나보낸 거였을 테니까.

  하지만, 이것 하나만 알아주렴.

  엄마가 너희를 어린이집 문 앞에 밀어 넣고 뛰어가던 그 길 위에 무수히 많은 눈물을 뿌렸다는 것을 말이야.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그때도 지금도 너무 미안해.


  늦었지만 지금 너희들 곁에 있어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엄마가 학교 앞으로 데리러 갈까?”

  하고 물었을 때 다휘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 엄마 마음을 찡하게 했어.

  “아니, 엄마가 집에 먼저 가 있어. 나는 문 열면 거실에 엄마가 있는 게 너무 너무 좋아.”

  그래, 이제 엄마가 늘 너희들을 맞아 줄게. 웃는 얼굴로 두 팔 벌려서 말이야.

  사랑한다. 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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