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딸내미 지유에게
우리 예쁜 딸내미 지유야, 지유는 딸내미란 말이 싫다지만 엄마는 이 말이 정말 좋은 걸. 부르면 부를수록 가슴 한쪽이 기분 좋게 떨리면서 따뜻해지거든. 무엇보다 엄마만 부를 수 있는 거잖아. 그래서 ‘딸내미’ 하고 계속 부르고 싶네.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 엄마 표정이 궁금하지 않니? 엄마는 지유 생각만 하면 늘 미소를 짓게 되는 것 같아. 혼자서 허허실실 계속 웃고 있단다. 그런데 요즘 지유에게 엄마는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점점 잔소리도 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그렇지? 지유는 점점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데 엄마는 점점 ‘하면 안된다’는 소리만 자꾸 하게 되네. 그래서 미안해. 요즘 사랑한다는 말 만큼이나 미안하다는 말도 자주하게 되네. 그래서 또 미안해 지유야.
조금 있으면 다섯 번째 생일이 돌아오는 우리 지유는 지금 엘사 드레스를 기다리고 있지? 엄마는 사실 좀 두렵긴 한데(설마 그 드레스를 입고 유치원에 가는 건 아니겠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꼭 지킬게.
우리 지유를 처음 만나던 날은 정말 더웠던 8월초, 정말 무더웠던 그날 하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갑자기 궁금하네. 그날 이후로 엄마는 이전과는 정말 다른 ‘지유 엄마’로 살게 되었는데 어떻게 한순간에 그렇게 되었을까, 정말 신기할 따름이야.
30년 가까이 불렸던 이름 석 자보다 ‘지유 엄마’로 불리고 있는 요즘,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점점 더 노력할거야. 늘 육아를 글로 배워서 집에 이런저런 육아서적들만 가득 쌓아 놓고 현실에서 전혀 참고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초보엄마지만 말이야.
그래도 우리 지유는 엄마 기대보다 더 잘 크고 있는 것 같아. ‘엄마’라는 말을 듣고 설레며 감격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미워”라든가, “엄마 지유 사랑해?”라는 말까지 할 줄 아니까 앞으로 더 놀랄 일도 감동받을 일도 많겠지?
그동안 하루 종일 엄마와 붙어 있다가 올해 처음 유치원에 입학하고 며칠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적응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아 엄마는 정말 지유가 대견해. 괜한 걱정을 했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점점 공주를 좋아하고, 치마와 구두를 신어야 패션의 완성이라고 여기는 새침때기 딸내미가 되어가는 우리 지유. 그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정말 재미있는데, 이게 다들 이야기하는 딸 키우는 재미인가 싶어.
발레리나도 되고 싶고, 요리사도 되고 싶고, 가수랑 선생님도 되고 싶다는 꿈 많은 우리 지유야,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무엇을 하든 언제나 지유를 응원하고 용기를 주는 엄마가 될게. 그러니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 웃으면서 쓰기 시작한 편지를 마무리하려니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엄마가 되니 잔소리만큼 눈물도 많아지네.
엄마 마음 속에, 눈 속에 늘 안겨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우리 지유. 사랑해, 사랑해 지유야. 어떤 말로도 우리 지유를 향한 엄마 마음을 다 담을 수가 없네. 우리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자. 그래도 엄마가 더 많이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