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에게
효선아, 안녕? 엄마야.
이렇게 막상 네게 편지를 쓰려고 앉으니 평소 너와 이야기 나누던 장면이 생각나. 너는 네 일상을 종알거리며 이야기하는데 엄마는 뭐 좀 하라고 시키는 말들로 짧게 말한 적이 더 많았네.
이번 주말에는 모처럼 엄마만의 시간이 생겨 큰 벼룩시장에 다녀왔어. 사려고 했던 물건들 외에 예쁜 머리띠랑 챙이 넓은 모자, 장난감, 포켓몬 책 등 너랑 동생이 좋아할 물건들을 더 샀단다. 그 물건들을 사면서 행복해할 너희 모습이 떠올라 장터 구경이 더 즐거웠어. 엄마에게 필요한 물건도 둘러볼까했는데 배도 고프고 지갑에 든 돈도 바닥나 돌아왔지. 네가 들으면 “엄마 다음엔 꼭 사.”라고 말해 줄 것 같아.
네가 벌써 2학년이라니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선교원 앞에서 엄마랑 안 떨어지려고 울기도 하고. 재롱잔치에서는 제일 귀엽게 춤을 췄었지. 돌전에 병원에서 검사 받을 때 소스라치게 울던 모습, 수술 후에는 답답할 텐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대견하게 미소 짓던 얼굴도 스치는구나. 태어나서 50일 전에 기저귀 발진으로 엄마가 한참 네 옆에 꼼짝없이 붙어있었는데 그 때 엄마는 완전히 딴 세상에 온 듯 했거든.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글을 쓰고 있지만.
작년에 네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이 엄마가 복 받았다고 말씀 드렸어. 이것저것 잘 먹고, 잘 놀고 한글 깨칠 때도 네 호기심으로 어렵지 않게 그 시기를 지나왔고 무엇보다 동생이랑 잘 놀아주는 딸이 엄마 옆에 있어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네가 지금 동생 나이 때 엄마가 너를 업어주거나 안아준 적이 거의 없었지. 엄마 곁에 동생이 늘 붙어있다는 이유로. 동생을 안거나 업고 또는 유모차를 태우면 너는 엄마 옆에서 항상 걸었는데 “엄마, 나 업어줘.”라고 징징댄 적이 안 떠올라. 지금 생각하니 엄마가 아예 그런 말도 못 꺼내게 무섭게 한 건 아닐까 싶어. 또 엄마가 화나서 툭 내뱉은 말에 네가 소리 내서 울던 때를 떠올리면 미안하고 또 미안해. 엄마의 무서운 눈빛에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
엄마는 너희들을 통해서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란다. 세월호사고로 숨진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이 세상이 우리만 잘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걸 가슴 아프게 알게 되었어. 엄마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행복하려면 사람 관계가 참 중요한 것 같아. 엄마니까 잘 할 것 같지? 안 그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나를 맞추려다 보니 잘 맞춰지지도 않고 힘들었거든. 먼저 나를 소중히 생각하고, 행복해야지 자연스레 옆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겠더라. 그렇다고 행복이 꼭 편안한 생활에서 오는 건 아니야.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하면 좋겠지만 생활이 좀 불편해도 마음이 편하면 그게 더 나은 것 같아. 엄마가 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머네.
효선아, 그 동안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앞으로 엄마가 따뜻한 눈빛으로 더 많이 안아줄게. 우리 이야기도 많이 나누자, 알았지? 엄마도 공지영 작가님처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어. 엄마가 든든한 너의 지원군이 되도록 노력할게. 옥같이 예쁜 효선아, 사랑해.
2014년 6월의 마지막 날에
효선이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