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야. 엄마야.
오늘도 역시.. 너를 향해 모진 말을 뱉어버리고 등을 돌려서 분풀이로 설겆이 하고 있는 엄마의 다리를 붙잡고 글썽거리는 눈망울로 엄마를 올려다보는 우리 아기의 그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하루 종일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고 안겨만 있으려 하는 시우가 사실은 엄마를 너무나도 불안하게 만들어서 너에게 짜증을 내고 밀어버리고 후회하고 눈물젖고..
아니, 어쩌면 늘상 고함과 신경질만 내셨던 아버지.. 시우의 외할아버지외 모습을 혐오하면서 살아왔었던 엄마인데..
엄마가 나의 아기에게 혐오했다는 그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이는게 치가 떨려 더 화를 냈다는게 솔직한 말이겠지?
시우의 외할머니.. 엄마가 아주 어렸을때 엄마를 버리고 멀리 가버리셨단다 .
이후로 엄마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이 금방이라도 떠나버릴것 같은 두려움에 살아왔었단다.
그러다가 너의 아빠를 만나게 되었고... 엄마에게 가족이란게 생겼단다.
시우가 엄마아빠에게 찾아와준 그날을 엄마는 잊을수가 없구나.
엄마는 선명한 두줄을 보면서 다짐을 했어.
" 아가야. 너만큼은 엄마가 절대 외롭게 만들지 않도록 약속할께. "
엄마... 엄마라는 단어를 불러본적이 없었는데 얼마나 떨렸었는지 모른단다.
이 편지를 쓰는 현재는 우리 시우가 19개월인데 엄마의 처음 다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은 무시할수 없더구나. 아무도 없는 외갓집, 늘 썰렁한 친가, 더군다나 아빠의 직장으로 인하여 낯선 시골에서 새출발을 해야 하는 상황....
시우를 항상 축복해주고 사랑해줄수 있는 밝은 사람들을 선물해주지 못하는 엄마가 시우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앞으로 자라면서 우리 아기가 느끼게 될 외로움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
엄마와 떨어지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 처럼 불안해하는 너를 볼때면..
혹시나 너와 아빠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숨기고 싶어했던 불안감을 시우가 눈치 채고 닮아 가는 것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날때가 많단다.
그래서 너무나도 어린 너에게 무서운 얼굴로 " 너를 떠나지 않아! 엄마가 옆에 있는데 왜그래 정말 !"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괴물이 되곤해.
시우가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기분이 들었을까? 어휴....
오늘은 엄마의 친구들이 다녀갔쟎아.
처음으로 북적이는 집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더니 예뻐해주는 이모들 틈에서 얼마나 즐거워 하고 뛰어다니던지 우리 아기가 그리 흥분한 모습을 엄마가 처음 보았어.
헤어질때가 되니 울면서 떠나가는 차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엄마의 마음을 찢어지게 하는구나.
시우가.. 사람이 그리웠구나...
시우야. 너의 그 밝은 미소를 계속 지켜줄수 있도록 엄마가 지금보다 더 많이 노력할께.
엄마의 어둡고 외로웠던 과거를 자꾸 돌아다보며 불안해 하는 나약한 이 마음부터 저 멀리 버려야 겠어. 외로움은 살면서 정상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정중의 하나인데 엄마의 컴플렉스로 인하여 애써 부정하고 싶어했던 생각도 고쳐야겠어.
시우랑 엄마랑 비록 많은 가족은 없을지라도 좋은 사람들을 사귀어 예쁜 추억들을 같이 만들어가자꾸나.
시우야..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 아기야.
엄마가 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수많은 육아책을 뒤적이고 따라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시우와 엄마를 그 책의 주인공인 마냥 맞추려 했던 바보같았던 시간들이 참으로 아까워.
엄마는 공부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대로 내 아기를 돌보는 것이 정답이었어.시우가 엄마때문에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너를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해.
함께 하는 하루 하루를 화를 내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사랑하며 살아가자꾸나.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