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못난 엄마를 설명할까? 어떻게 용서를 구할까? 를 궁리하다가 통곡하는 마음으로
과거로 여행을 떠나 보려한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엄마라는 존재는 세상 전부인 것이다.
그런 엄마라는 존재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마치 태아의 탯줄이 갑자기 끊겨져 버린 것이고, 우주 밖으로 내동댕이 쳐진 것이다.
그런 극심한 죽음의 공포,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서 집이란 여성의 자궁과 같은 곳!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키우는 거룩한 곳!
집을 나온다는 것은 그곳이 더 이상은 안전하지 않으며 생명보다는 죽음에 가까운 무덤과 같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일테지.
자궁속의 태아도 그곳이 자신을 보호해 주는 안식처로 느끼지 못하면 생의 분투 끝에 생명줄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당시 엄마는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후 쉼터라는 곳으로 갔단다.
목숨을 걸고 너를 지키려고 그렇게 참고 또 참고 살았건만...
“엄마! 빨리 집으로 와! 내 목소리 들리지?”
너는 날마다 창밖에 대고 이렇게 소리쳤지.
“할머니! 내가 이렇게 엄마를 부르면 바람을 타고 내 목소리가 엄마 귀에 들어 갈거야”
절망과 허망, 허무와 상실감과 상처의 보따리를 가슴에 품고 이곳으로 도피해 온 못난 엄마는
상담을 통해 치료를 통해 피폐해져 있는 나 자신을 추슬러야 했단다.
자주 빛 색종이에 꽃을 오렸다.
꽃 한가운데 내가 자리 잡고 있다.
다섯 개의 꽃잎은 각각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써 넣는다.
평화, 생명, 행복한 가정, 지식, 건강이 씌어 진 꽃잎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엄마는 겨우겨우 쉼터에서 충전해 온 힘으로 가정으로 다시 돌아 올수 있었단다.
10살이 되도록 행복한 경험과 기억보단 늘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던 못난 부모!
너는 엄마를 잃은 그 불안함과 공포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음성틱이라는 장애로 너를 보호하려 했을까? 통제 불능하에 터져 나오는 무의식적 신체적 반응! 잠잘때에만 잠잠해져 있는 너의 얼굴을 보며 엄마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잘못했어! 어려서부터 너를 지켜주지 못한 것도 잘못이고, 집을 나간 것도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
이제와 생각해 보니 어쩌면 아빠도 아팠기 때문에 폭력을 휘둘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는 아직도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사춘기 고등학생 인 것이다.
상처입은 소년인 것이다.
엄마는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너를 우리가족을 지켜내려고 노력했단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간신히 버텨내고 , 살아내고 있었단다.
불안에 떠는 아들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온몸으로 아파하는 아들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우리 가족은 벌써 남남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온몸으로 아파하는 너로 인해 고통의 근원을 마주하며 고군분투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너로 인해 세상 폭력의 근원을 찾아 헤매고 너로 인해 세상이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변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구나!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 이대로는 안되는 것을 알게 되었지!
폭력이 폭력을 낳는 세상! 언제가는 그 고리를 끊어야 되지 않겠니?
그리고 네가 틱을 한다해도 어떤 장애가 있다고 해도 넌 내 아들이고 사랑하는 내 아들이야!
어느 날인가 서울에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잊지 못할 한 청년을 보았단다.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이었는데 큰소리로 뭔가를 흥얼 거리다가 갑자가 소리를 꽥 지르는 것이다. 물론 담박에 그 청년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지!
누가 보아도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그런 청년이었단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정신없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더니
결국은 다음역에서 하차를 하더구나.
지하철 문이 닫히기전에 청년은 다시 한번 “악”하고 소리를 질렀단다.
엄마는 안다. 그 청년이 왜 그런지....
지하철은 다시 출발하였지만 난 속으로 그 청년에게 속삭이고 싶어졌단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당신은 그것을 감당하기 힘들었겠지요...
그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예요!
당신을 그렇게 키워낸 그분들 잘못이겠지요.
그리고 그분들만의 잘못도 아니예요.
그분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건 우리가 이렇게 망가진 세상을 살고 있기 때문 일거예요.
언제 가는 당신에게도 치유의 손길이 닿기를 원해요.
그리고 어디서든 당신이 행복해 지기를 원해요‘ 하고 기도했단다.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꾸나!
지나온 아픈 과거를 보상이라도 받아내듯 더 열심히 사랑하며 살자꾸나!
그것이 너에 대한 엄마의 죄값을 갚는 셈일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