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엄마는 폐암 투병중이신 외할머니를 집에 모시고, 있었던 거 기억나니?
할머니는 예전과는 달리 말하는 것도 어눌해졌고, 밥을 드신는 것, 화장실 가시는 것,
목욕하시는 것. 일상의 간단한 움직임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늘 엄마가 곁에서
일으켜 세워주고, 식사도 늘 밥 한숟갈에 반찬 얹어서 너희들보다 더 어린 아이가 되어버린
할머니를 보호하고, 신경쓰느라, 우리 민재, 다영이는 많이 챙겨주지 못했지.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들 민재는 아들이라 그런지 무뚝뚝한 말투와 표정으로
" 학교 다녀왔습니다. " 라고 말하면, 엄마는 살갑게 다정하게 반겨주지 못했거든.
할머니를 보느라, 심신이 지쳐서 " 그래 손 씻고 간식먹어라. "
친절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와 표정이 아니었는것 같아.
그럴때 마다 민재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 엄마는 요즘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 할머니를 더 사랑해? 우리를 더 사랑해?
할머니 옆에서 간호사이모 같기도 하고, 도우미역할 이모 같기도 해.
내 이름도 다정하게 불러주면 안돼? 하는 말에 가슴이 쿵 .... 내려앉는지 알았단다.
늘 할머니를 옆에서 간병인 처럼 케어하고, 보살피는 일에 지쳐서 예쁘게 사랑스럽게
쑥쑥 커가는 모습조차 바라보지 못한 것 같아.
우리 초등학교 2학년 둘째딸 다영아 ~
가끔 재잘재잘 수다스러우면서도 애교스럽게
우리 가족을 유쾌, 상쾌한 웃음을 전파하는 웃음전도사 역할을 하는 내 딸아 ~
한번은 할머니가 정신이 맑고 또렷할때, 엄마와 할머니와 말다툼으로 서로 힘들어 하고
있었을때 우리 다영이가 그림한장 그려주면서 내게 내밀어 주었지.
" 가족들 얼굴 한 명, 한명 .... 예쁘게 그리면서 아빠 얼굴 하나 그리고 나서
그 옆에 ( 장모님은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
엄마 얼굴 옆에는 ( 이제는 할머니와 싸우지 마세요. )
다영이 얼굴그림 옆에는 ( 할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
민재오빠 그림 옆에는 (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
나이 서른이 훌쩍 넘은 철없는 딸이 된 나보다도 9살 짜리 초등학교 딸이 더 큰 어른같은
생각이 들었어.
정말, 고맙고, 미안했어. 민재, 다영아 ~ 올해 2월달에 하늘나라로 떠나신 할머니때문에
잊지못해, 그리움이 쌓여서 3일상 치르고 훌쩍훌쩍 울고 있을때
학교로 등교하면서 우리 다영이가 이렇게 말해주었지." 엄마 할머니 잊으세요. 미래가
아니고, 과거잖아요."
" 우리 엄마는 백만년 살았으면 좋겠어.~
" 그래야 내가 안 슬플것 같아. 엄마 알았지. 내가 용돈모은걸로 비타민도 많이
사 줄께요." " 그래 다영아 ~ 엄마가 100살, 200살 , 백만년까지 살아서 우리 다영이
시집가는 것, 아이 낳는 것까지 다 보고 살아야지...
9살, 11살 딸과 아들에게 오늘도 저는 감동백배를 선물받습니다.
그 무엇도 부럽지 않는 자산을 가진것 같아서 정말 제가 태어나길 잘했고,
결혼해서 내 새끼 키워서 이렇게 눈물겨운 감동적인 말들을 들어서 오늘도 마음이
훌쩍거립니다. 민재, 다영아 ~ 참 좋은 세상에 같이 기쁜일, 슬픈일 겪으면서
앞으로도 서로 보듬으면서 행복하게 살자구나
오늘도 엄마는 다영이가 예쁘게 그려놓은 가족사진 그림을 보면서
방긋방긋 웃음이 난다. 내 눈물까지 닦아준 다영, 민재가 있어서 오늘도 엄마는
살아갈 맛이 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