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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북 성주 선석사 대웅전 뒤 소나무숲 쉼터.

[esc]여행 - 500년의 기억을 담은 집과 숲

참외의 고장 성주 560년 성산 이씨 집성촌
대감댁·진사댁 등 아름다운 고택 즐비

강아지들 꼬리치는 선석사 템플스테이
순하고 건강에 좋은 사찰음식 만들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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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개마을 한주종택의 한주정사.
태어나 먹고 살다 죽는 게 인생이라면, 여행 떠나는 일도 먹고 사는 일 중 하나다. 경북 성주군은 이걸 여행객 유치를 위한 표어로 내걸었다. ‘생(生)·활(活)·사(死) 문화의 고장!’ 그리 신선하지 않은 글자들의 진부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니 나름 일리 있는 표현이다. 조선 왕족들의 태를 묻은 대규모 태실 무리가 보존돼 있고(생), 선인들 발자취 서린 전통마을과 수백년 묵은 숲이 살아남아 있으며(활), 가야시대 고분 129기가 떼지어 깔린(사) 고장이다. 여행길에, 연초록 파도 넘실대는 고찰에서 순한 절밥·반찬 직접 만들어 먹고, 그 달콤한 성주 참외 깎아 후식으로 맛본다면 여정은 한결 흐뭇해질 게 틀림없다.

고택 즐비한 560년 전통의 한개마을 성주군 월항면 대산리 한개마을은 비교적 손을 덜 대 옛 마을 분위기가 살아 있는 전통마을이다. “지금 전깃줄을 땅에 묻고 전봇대를 없애기 위한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마을 전체 경관이 한층 살아날 겁니다.”(김경란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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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살이 아름다운 한개마을 진사댁 새사랑채 방문.
한개란 ‘큰 개울’ ‘큰 포구’를 뜻한다. 한자말로는 대포(大浦)다. 조선 세종 때부터 560여년을 이어온 성산 이씨 집성촌이다. 60여가구가 사는 이 마을의 한옥·초가 등 살림집과 재실·정자 등 건물 75채가 지방 문화재와 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다. 17세기 초부터 19세기에 걸쳐 33명의 대·소과 과거 급제자를 배출한 마을이다. 마을 들머리길은 광대거리로 불렸다. 과거 급제자가 금의환향할 때 광대들이 앞장서서 풍물을 울리고 춤추며 길을 열어주던 길이라고 한다. 고종 때 공조판서를 지낸 응와 이원조(1792~1871)와 조선 후기 3대 성리학자로 불리는 한주 이진상(1818~1886)이 이 마을 출신의 대표적 인물이다.

대감댁으로 불리는 북비고택, 홍문관 교리를 지냈다는 교리댁, 새사랑채가 아름다운 진사댁, 이 마을 가옥 배치의 기본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한주종택, 두께 60㎝에 이르는 흙벽의 옛 고방이 돋보이는 하회댁 등 집마다 다른 특징과 내력을 간직한 고택들이 즐비하다. 북비고택의 ‘북비’란 ‘북쪽 사립문’을 뜻하는데, 영조 때 이 집에 살던 이석문이 사도세자의 죽음을 애도해 집 북쪽으로 사립문을 냈던 데서 비롯했다.

주자·퇴계를 흠모해 내건 편액들이 즐비한 한주종택 한주정사, 바쁜 일정 탓하며 대충 둘러보고 누마루에 걸터앉아 “아, 참 좋다” 중얼거렸더니, 좌우 아름드리 버드나무·소나무에서 일어난 서늘한 바람이 썩 다가와 이마를 후려치고 지나갔다. 생활도 생각도 아직 어리석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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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석사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사찰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선석사 사찰음식 만들기 템플스테이와 세종대왕 왕자 태실 월항면 인촌리 선석사는 농가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절집이다. 논밭 위에 민가처럼 자리잡은 아담한 건물들과, 들머리 밭 옆의 소나무들과 정자나무 같은 느티나무 고목이 그렇고, 이 마당 저 나무 오줌 누며 절 안팎을 쏘다니는 개들도 그렇다.

“자 보러들 마이 옵니더.” 주지 법인 스님이 흰둥이 한 마리를 가리켰다. 한 방송 프로에서 소개해 유명해진, 뒷다리 하나가 없는 진돗개 ‘보리’다. 산속에 밀렵꾼들이 설치한 철제 덫에 걸려 다리를 잘라내야 했다고 한다. 보리는 삽살개 부부인 불이·복실이와 함께 선석사를 지키는 명물 견공들이다.(복실이가 지난주 새끼 4마리를 낳아 모두 7마리가 됐다!)

대웅전 앞마당엔 삽살개 불이가 오며 가며 자주 쉬를 하는, 빗돌 같은 돌이 하나 튀어나와 있다. 선석사는 본디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신광사란 절이었는데, 고려 때 나옹선사가 현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옮길 때 집채만한 바위가 있어 법당을 짓지 못하다가, 나옹이 사흘 동안 기도하니 바위가 사라졌다고 한다. 참선으로 바위가 사라졌다 해서 선석사(禪石寺)가 됐다. 그때 미처 없애지 못한 바위 흔적이 앞마당에 튀어나온 돌이라고 한다.

선석사의 자랑거리가 18세기초 제작된 괘불탱화 ‘영산회괘불탱’(보물 제1608호)이지만, 방문객들이 더 좋아하는 건 이 절에서 진행하는 사찰음식 만들기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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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종대왕 왕자 태실. 6. 왕버들 우거진 성밖숲.
지난 4월25일 선석사 공양간은 오후 내내 고소하고 구수한 냄새로 가득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사찰음식 만들기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7명의 60대 여고 동창(부산 데레사여고)들 손길이 분주하다. “몸에 좋고, 마음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사찰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어 왔어요.”(박문자씨·68) 이들은 절 안팎에 지천인 쑥을 한 보따리 뜯어와 ‘쑥버섯마밥’을 짓고 ‘쑥애탕’(쑥·두부 완자를 빚어 넣은 탕)을 끓였다. 깻잎구이·가지구이·두부감자전도 만들어 저녁 공양거리를 준비했다.

선석사 템플스테이팀장 김정희(50)씨는 “음식 재료는 모두 주변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라며 “사찰음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참가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했다. 선석사 사찰음식 만들기 템플스테이 일정엔 예불·차담·명상 외에 단청 그리기 체험, 세종대왕 왕자 태실 투어, 한개마을 투어 등이 포함돼 있다. 예약 필수.

선석사 옆, 소나무 우거진 아담한 산 태봉 꼭대기엔 ‘세종대왕자태실’이 있다. 세종대왕의 열여덟 왕자와 왕세손 단종의 태를 묻은 19위의 태실 무리다. 태실이란 조선 왕실에서 출산했을 때, 생명과 국운을 상징하는 태를 명당에 봉안한 뒤 표석을 세운 곳이다. 이곳엔 세조(수양대군)와 그가 왕위를 빼앗은 조카 단종, 그리고 이에 반대했던 동생들인 금성대군·한남군·영풍군·화의군 등의 태실이 모여 있다. 세조 태실 앞엔 왕이 된 뒤 거북받침돌 위에 세운 가봉비(加封碑)가 있다. 하지만 반기를 들었던 동생들의 태실은 세조 즉위 뒤 파헤쳐져 기단석만 남아 있다. 나고 죽는 일과 참담한 권력다툼의 흔적이 깨지고 이끼 낀 돌들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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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왕버들 우거진 성밖숲.
300~500년 왕버들 57그루 우거진 성밖숲애초 숲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은 건 이름 때문이었다. 성 밖의 숲. 성외림도 아니고 무슨무슨 공원도 아닌 성밖숲이라니. 멋진 숲 이름 성밖숲을 외며 왕버들 숲에 드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성주읍성 성곽과 성 안팎 모습이 다 그려지는 듯했다. 옛 성주읍성의 서문 밖, 성주읍내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상류 이천 물가에 우거진 숲이 성주 성밖숲(천연기념물)이다.

수령 300~500년에 이른다는 57그루의 어르신 왕버들이 저마다 지팡이(지주대)를 짚은 채 맥문동 푸른 싹들을 발치에 키우며 숲을 이루고 있다. 철을 가리지 않고 주민들의 산책·운동·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흙길을 따라 걷고 달리고 페달 밟거나, 쌍쌍이 나무의자에 앉아 속삭여대는 숲이다. 아직은 연초록 새순이 막 돋아나는 모습이지만, 녹음이 우거지면 거대한 숲그늘을 이룬다고 한다.

숲 옆엔 널찍한 광장이 있다. ‘성주 참외 마라톤대회’도, 송해의 ‘전국~ 노래자랑!’도, ‘태 봉안 의식’이 재현되는 ‘성주 생명문화축제’도 이곳에서 어르신 왕버드나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다.

성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

5월은 성주 축제의 달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성주나들목.

 먹을 곳 왜관식당(054-932-9554)의 청국장·콩국수, 양반골식당(054-931-3800)과 남경식당(054-933-2232)의 한정식, 가보자식당(054-931-7252) 정식 등.

▣ 성주 생명문화 축제 5월16~19일 성주읍 성밖숲 일대에서 열린다. 생명의 탄생을 나타내는 태실과, 선인들 생활 흔적이 뚜렷이 남은 한개마을, 죽은 이들의 자리인 가야고분 등 ‘생·활·사’를 소재로 한 축제다. 대량 출하가 시작된 성주 참외 수확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여행 문의 성주군청 문화체육과 (054)930-6067, 선석사 사찰음식 만들기 템플스테이 (054)933-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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